[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사또가 좋아하는 기생 게임, 기생 게임~.”
|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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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춘향전’의 변학도가 남원의 새 사또로 부임해 기생 점검에 나서자 출연자들이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부른다.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며 인기를 얻은 가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다. 노래의 소재가 된 술 게임 손동작까지 등장하자 관객은 폭소한다.
변학도는 기생들과 ‘서바이벌 게임’으로 질펀하게 놀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저출산 특례’로 출전한 임산부 기생, ‘PC(정치적 올바름) 특례’로 출전한 남성 기생 등이 서바이벌에 나선 모습에 변학도는 이마를 치며 탄식한다. 이를 지켜보던 춘향의 모친 월매가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서바이벌, 서바이벌, 지겨워 ‘시’바이벌.” 객석에선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온다.
국립극장 마당놀이가 4년 만에 돌아왔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심청이 온다’(2014·2017)를 시작으로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2020) 등 총 4편의 작품 6번의 공연을 통해 20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국립극장 대표 연말연시 공연 시리즈다. 올해는 10주년 기념으로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의 하이라이트를 하나로 엮은 ‘종합선물세트’로 공연을 마련했다.
|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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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는 우리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의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면서 노래와 춤 등 우리 고유의 연희적 요소를 더한 공연이다. 1981년 극작가 김지일, 기획자 이영윤이 손진책 연출과 함께 문화방송 창사 2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마당놀이 ‘허생전’이 그 시초로 여겨진다. 2010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마당놀이는 국립극장이 ‘극장식 마당놀이’로 2014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 스타 3인방’ 배우 윤문식(81·심봉사 역), 김성녀(74·뺑덕 역), 김종엽(77·놀보 역)이 특별 출연해 마당놀이 본연의 재미를 전한다. “마당놀이 레전드 선생님”이라는 후배 출연진의 소개를 받아 무대에 오른 세 사람은 “광대는 변하면 끝”이라면서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코믹 연기를 펼친다. 특히 심봉사와 뺑덕이 한양으로 떠나는 장면에선 윤문식, 김성녀가 애드리브 연기를 기막히게 주고받으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마당놀이 종합선물세트’답게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의 주요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다. ‘춘향전’의 몽룡이 춘향과의 첫날 밤을 맞아 저고리를 벗기려는 긴장된 순간, ‘심청전’의 심봉사가 난데없이 딸 심청을 찾으며 등장해 웃음을 낳는 식이다. 익숙한 고전의 명장면을 절묘하게 구성한 이야기는 패러디 영화를 보듯 흥미롭다. 작품 곳곳에 녹아든 현대적인 요소도 재미를 전한다. 심봉사는 태블릿 PC로 공양미 300석을 바친다는 서명을 하는가 하면, 놀보는 골프채를 들고 흥보를 내쫓고 방자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춤 ‘슬릭백’을 춘다.
|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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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의 가장 큰 재미는 시대를 반영한 풍자와 해학이다. 의료개혁 논란을 반영한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는 없다”는 대사가 등장하고,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해 옥에 갇힌 춘향이 “법대로 하자”고 하자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 모형이 등장하며 “너 요즘 법대로 되는 거 본 적 있냐”고 말하는 등 관객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연 시작 전 출연진이 관객에게 엿을 팔고 함께 고사를 지내며, 공연이 끝난 뒤엔 관객도 무대에 올라 출연진과 흥겨운 춤판을 펼친다. 공연은 내년 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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