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정부대전청사 통계청 도서관에서 황수경 통계청장을 만났다. 그의 애독서 ‘정해진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7월 청장 취임 후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라고 했다. 황 청장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통계가 가리키는 미래 모습을 토대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평생을 노동경제학자로 살아온 황 청장에게 인구 문제는 생소하지 않다. 장래 인구 통계를 기초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중장기 경제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미 정해진 미래, 가파른 변화에 지나치게 한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게 황 청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 책을 접하면서 비로소 인구 변화와 우리 주변 일상을 연결하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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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면 4년제 대학 입학 경쟁률은 1대1”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고령화를 저출산과 묶어 생각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막을 수 없다. 20~30년 후를 위해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고령화 충격을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정해진 미래’는 주장한다. 황 청장은 “우리가 지금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 처방을 내려 성공하더라도 이미 상수가 돼 버린 주요 인구 변수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며 “30년 후 문제 해결은 물론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미래, 과거 경험 때문에 놓치지 말아야”
인구 측면 미래는 상당 부분 정해져 있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100년의 미래가 이미 결정된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이 이를 놓친다. 사람들이 과거에 겪은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황 청장은 “과거 경험에 기초한 판단은 무용지물이거나 심지어 위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와 우리 세대가 청년 시절 경험한 사회는 엉성하기 했지만 역동적이었고 나날이 발전했다”면서 “하지만 숨 가쁘게 달려온 ‘청년 한국’은 이제 없다”고 지적했다.
△황수경 통계청장은
1963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 후 숭실대 경제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를 이수했다. 1992년 한국노동연구원에 입사해 책임연구원을 시작으로 노동패널팀장, 데이터센터 소장, 동향분석실장 등을 지냈다. 노동경제학자로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정책평가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해 7월 통계청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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