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알프스 청양서 시작된 숲의 기적…산촌경제가 꿈틀

■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20)
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 대한민국 100대명품숲 선정
문막산 59㏊ 규모 2002~2008년 자작나무 등 7종 수종 조림
“생육 어려울 것” 우려 불식…품평회서 최우수조림지 선정
청양관광두레 등 산촌활력 특성화사업도 성공…생활인구↑
  • 등록 2024-12-12 오전 5:30:00

    수정 2024-12-12 오전 5:30:00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보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기념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
[청양=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국유림 면적은 166만㏊로 전체 산림의 26.3%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산림은 3분의 2, 개인이 소유한 산림은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국가와 지자체 소유 산림이 3분의 1이고, 개인 소유 산림이 3분의 2에 달한다. 즉,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국유림 비중이 협소한 셈이다.

임업 선진국들이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조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도 국유림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산림청은 사유림 매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산림 경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에 조림된 자작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
산림청, 국유림을 규모 있게 활용·공익가치 창출할 수 있는 정책 지원에 초점

산림청의 사유림 매수 기준은 크게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 공익 임지 △강원 양구·홍천·인제 등 지역 산림과 연접한 고랭지 밭 △희귀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등급 1~2등급 및 국유지 연접지 △광릉숲 생물보전지역 내 완충지역 토지 등 4개 지역을 설정했다.

올해 산림청이 매수하기로 한 사유림은 모두 4447㏊이며, 총사업비 규모는 579억원이다. 이 같은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매수 대금 지급도 일시 지급과 10년간 매매대금을 분할해 지급하는 ‘산지연금형’ 등으로 나눠 실시한다. 이 중 산지연금형 사유림 매수사업은 산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상섭 산림청장도 취임과 동시에 “모두가 누리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산림, 생태적으로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산림을 통해 상생하는 자연생태계와 인간 모두가 산림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림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민 안전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 산림자원으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저성장과 지역소멸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대표적인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임업인이 국유림을 규모 있게 활용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산림경영 구조 안에서 경제적 이용이 필요한 산지는 목재와 임산물 생산을 목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 임 청장의 지론이다.

충남 청양 신원리 산림경영숲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충남의 알프스 청양 문막산에 2002~2008년 자작나무·스트로브잣나무 등 7종 수종 조림

국유림의 공익적 가치와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충남 청양의 신원리 산림경영숲도 재조명받고 있다. 충남 청양 비봉면 신원리에 있는 해발 338m의 문막산에 있는 이 숲은 모두 국유림으로 규모는 59㏊이다. 자원순환을 위한 산림경영를 목적으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구역별로 나눠 수종갱신을 위해 순차적으로 벌채했다. 이후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상수리, 전나무, 낙엽송, 잣나무, 스트로브잣 나무 등 모두 7종의 수종을 조림했다.

조림 초반에는 풀베기, 덩굴류 제거작업을 한 후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등 숲가꾸기 작업을 실시해 평균수고 12m(8~13m), 평균 경급 14㎝(8~20㎝), 임목재적 60㎥/㏊의 숲으로 자랐다. 특히 충남권역에서 생육하기 어렵거나 조림 실패 확률이 높은 자작나무나 스트로브잣나무, 물푸레나무, 전나무 등의 수종에 대한 조림을 성공시켰다.

이 중 자작나무는 고산·한랭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 특성상 충남에서 생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22㏊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생육을 이뤘다. 이에 따라 경관적 가치와 함께 숲을 찾은 국민들에 대한 우수 조림지 홍보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2007년 우수조림지품평회에서 최우수 조림지로 선정됐다.

22㏊의 산림에서 자란 10만그루의 자작나무는 새하얀 줄기와 푸른 잎이 색다른 경관을 보여주고 있고,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수종으로 이뤄진 울창한 숲은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간 산림청은 2002년부터 수목 생장 및 하층식생을 모니터링함으로서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종·임령별 생육상태를 비교·관찰하는 등 교육 및 연구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신원리 산림경영숲에는 임도 및 마을길이 잘 정비돼 있어 접근성이 좋고 중부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종이 집단 생육하고 있는 곳으로 산림욕 및 산림치유, 숲해설 등 다양한 숲체험 활동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또 쥐똥나무, 싸리, 청미래덩굴, 진달래, 고사리, 국수나무, 생강나무 등 하층 식생들도 숲의 다양성을 높여주며,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여국유림관리소 천안경영팀 엄준호 주무관은 “경관 기능 뿐만 아니라 생태적 다양성, 목재 생산림의 경제적 효과 등을 위해 자작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 다양한 수종을 식재했다”면서 “최근에는 재선충병 등 산림 병해충 및 산불 등 산림재해 예방 및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양관광두레가 개최한 2024비건페스타에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양관광두레 제공)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도 활기…청양관광두레, ‘비건투어’ 등 산촌주민들이 만든 사업체 안착

이와 함께 충남 청양에서는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2020년부터 청양관광두레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혜 PD는 “2020년 관광두레 사업자로 선정된 뒤 올해까지 5년간 지역 관광 주민사업체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면서 “O칼로리 미식청양 프로그램을 발굴해 발효투어, 비건투어 등 지역의 산촌에서 재배한 임산물로 요리한 음식들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역의 산촌주민들이 만든 사업체들이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 PD는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산림 자원을 활용한 미식 관광 여행사 ‘청양한스푼’을 창업했다. 그는 “청양한스푼은 산림자원을 통해 지친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미식 여행을 개발, 운영하는 여행사”라며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에서 지역 산촌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산촌생태마을의 활성화를 위해 마을 자원의 활용과 지역 기업과의 연대를 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산촌활력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양관광두레가 개최한 2024비건페스타에 참가한 업체가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청양관광두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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