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위사업청이 국회에 보고한 ‘KDDX 개념설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업체가 개념설계 원본을 보유하고 이를 기본설계에 동일하게 활용한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방사청이 이를 국군방첩사령부에 11월 통보했다. 최근까지 방첩사는 방사청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개가 된 KDDX 기본설계 ‘원본’
함정 사업은 어떤 배를 만들겠다는 구상 단계의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군 소요를 확정한다. 이후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거쳐 실제 함정을 건조한다. KDDX 개념설계 사업은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해 방사청과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10월 개념설계 종료 후 방사청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용역결과물인 ‘개념설계 보고서’(3급 군사비밀) 원본 1부와 사본 4부, CD 3부를 제출받았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은 원본 1부를 추가 생산해 자체 보관하고 있다가 10년의 비밀 보관 시점 도래로 방사청에 이를 2023년 11월 제출했다. 당시 방사청은 이를 단순 접수만 해놓고 있다가, 최근 비밀기록물 이관을 위한 작업 중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이 2부인 것을 인지하고 지난 달 보안업무규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방첩사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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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KDDX 개념설계 ‘도용’ 의혹
사실 KDDX 개념설계 ‘도용’ 의혹은 KDDX 기본설계 입찰 때부터 제기됐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불법 취득해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는 대우조선해양 측 문제제기에 따라 방사청은 2020년 9월 이를 비교분석 했다. 그 결과 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 제안서에는 개념설계 보고서와 일치된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제안서 중 생존성 분야 등 내용 일부가 개념설계 보고서와 동일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 제출로 이를 다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한화 “규정 위반 없어…군 당국 지적도 없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우선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보관에 대해 당시 계약서상 현재 방사청이 문제삼는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의 결과물 반납 의무는 담겨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결과물 1부는 자신들이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갖고 있었던 것으로 2013년 방사청에 관련 사실을 알렸고 제출 공문에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측은 “매년 방첩사령부(구 기무사령부)가 주관해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보안감사(통합실태조사)가 진행됐는데,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보유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지적받은 적이 없다”면서 “반기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통해 방사청에 비밀자료 보유현황(비밀목록 포함)을 보고하고 있는데, KDDX 개념설계 보고서도 목록에 적시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개념설계 보고서의 기본설계 활용에 대해선 “KDDX라는 동일한 사업 수행을 위한 제안서에 개념설계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유사 내용의 인용 자체가 문제였다면 제안서 평가 당시에 당연히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