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소 구애받지 말고 일해…” 일본 도요타의 파격 실험

자율성 강조 美실리콘밸리 벤치마킹한 ‘재량노동제’ 확대
“창의성 필요한 근로자에게 업무시간 일괄 적용은 폐해”
'육아·간병 탓 퇴사' 막기 위한 부분 재택근무제도 확대
  • 등록 2017-08-03 오전 8:47:55

    수정 2017-08-03 오전 8:47:55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주일에 두 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진 집에서 일해.”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올 12월부터 일하는 시간과 방식을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재량노동제’를 연구·사무직 전반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회사가 승인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일주일에 두 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재택근무할 수도 있다. 일본은 저출산과 젊은 층의 근로 기피에 따른 일손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시간과 무관하게 업무를 평가하는 비시간급제와 재량노동제, 재택근무를 확대 적용하려는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제조기업이 대대적인 적용을 추진하는 건 아직 드문 일이다.

도요타는 앞서서도 기획·전문직군 1700명을 대상으로 재량근무제를 운영해 왔다. 이를 사무·연구개발 직군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재량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이전보다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7800명이다. 비관리직군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이다. 주로 30대의 대리~과장급(일본 기준 계장급)이 그 대상이다. 본인이 재량근무를 신청하면 회사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사측은 지난 1일 이 계획을 노조 측에 전달 후 올 12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도요타가 재량노동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건 미국 실리콘밸리 대형 IT기업의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벤치마킹해 질적으로 경쟁하자는 취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며 기존 자동차 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업무에 신축성을 부여해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전문성이 뛰어난 기술자의 업무시간을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건 폐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요다 아키오(왼쪽)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010년 도쿄 본사 건물을 찾은 테슬라모터스 창업주 일론 머스크(오른쪽)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


업무시간과 추가 수당 산정 방식도 탄력적으로 바꿨다. 기존 재량노동제에선 하루 9시간(기본 8시간+추가근로 1시간) 일한다는 걸 전제로 월 10만엔(약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새 재량노동제에선 추가 근로를 월 45시간(하루 약 2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달성 땐 월 17만엔(약 170시간)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추가 근로가 월 45시간을 넘기면 그에 해당하는 별도 수당도 지급기로 했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선 최대한 추가 근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으로선 전체 인건비를 늘렸다는 걸 노조에 어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재량근무제는 임금 산정 기준이 업무시간이 아닌 성과라는 전제가 있는 만큼 노조 측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 제도가 오히려 업무가 과중해지는 계기가 되는 걸 막는 장치도 마련했다. 여름휴가와 연말연시 연휴를 제외하고도 평일 5일 연속 휴가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 모두 더하면 연 20일이다. 또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다음 해 재량근무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추가 근로가 일정 시간을 넘으면 별도 건강검진도 받도록 했다.

도요타는 이와 함께 올 12월부터 육아·간병이 필요한 직원을 위한 재택근무제도를 일반 사무직 4200명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육아·간병 문제로 퇴사하는 직원을 최대한 막자는 취지다. 도요타는 지난해 이를 도입했으나 대상이 총무직 일부로 제한됐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하 자녀가 있거나 간병이 필요한 가정이 있는 중견 직원이 그 대상이다. 근속 기간 1년 미만이나 퇴직을 앞둔 직원은 제외된다. 채택되면 하루 네 시간만 회사에서 일한 후 나머지는 재택근무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은 일손 부족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최근 재량근무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올 4월 네슬레일본과 스미토모전기공업이 제한적인 재량노동제를 도입한 정도이다. 일본 정부도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탈시간급제’가 담긴 노동법 개정안을 발의키로 했으나 연봉 1075만엔(약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만 대상에 포함했다. 닛케이는 “도요타에 재량근무제가 정착되면 이 제도가 타 기업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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