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정부가 ‘한국GM 살리기’의 조건으로 일정 물량 이상의 신차를 5년 이상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조건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눈앞의 일자리, 지역 경제에 매몰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다면 5~10년 뒤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네럴모터스(GM)측 요청사항인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신차 배정과 관련한 투자 계획이 어느 정도 돼야 받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차 모델과 성격이 중요하며 최소 5년 이상 생산해야 한다”며 “너무 작은 물량이면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란 3대 원칙을 제시했으나 구체적 조건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GM의 현 경영 방침대로라면 한국GM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GM은 110년 역사의 전통적 자동차 기업이지만 2013년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조직을 수익 중심으로 개편하고 이익금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GM은 이후 유럽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에서 공장 폐쇄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비슷한 시기 차량공유회사 리프트에 5억달러(약 5370억원)를 투자하고 신생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에 인수했다.
한때 1위를 유지했던 세계 판매량도 960만대(지난해)까지 줄었다.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에 이어 4위로 밀렸다. 그러나 그만큼 수익성은 개선됐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도 올랐다. 2016년 2월 주당 27달러대까지 내렸던 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4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한편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에 대해선 “아직 거기까지 논의가 가진 않았으나 충분히 관심을 가질 주제”라며 “고철로 팔거나 제3자 매각, 새로운 형태의 공장 전환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에 혼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구조조정은 여러 부처가 개입해 서로 조율해야 하는 만큼 주무부처가 있을 수 없다”며 “굳이 한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고 말했다. 이어 “접촉·발표 창구는 산업부가 하겠지만 모든 업무를 우리가 맡아서 처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