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시중은행이 연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서민정책금융 공급액도 줄어들어 저신용·저소득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사회 안전판’ 역할을 해온 서민정책금융 공급 예산이 내년 1조 200억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61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도 서민정책금융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할 계획이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긴축 재정 기조를 적용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햇살론15에는 900억원이, 최저신용자 한시 특례보증 사업에는 560억원을 편성했다. 서민정책금융 편성 예산은 같아도 공급 목표액은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추산에 따르면 햇살론15는 주요 재원인 국민행복기금이 고갈돼 전체 공급 목표액이 올해 1조 500억원에서 내년도 6500억원으로 줄어든다. 최저신용자특례보증 사업의 공급 목표도 올해 2800억원에서 내년도 1700억원으로 1100억원 줄어든다.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 상환에 실패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인 대위변제율이 25%에 달했기 때문이다. 저소득·저신용 청년을 위한 ‘햇살론 유스’는 올해 450억원이 투입돼 공급 목표가 3000억원이었던 데 비해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는 306억원으로 줄었다. 이 경우 공급목표는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서민의 금융 창구가 좁아지면 저소득·저소득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예산을 증액했다. 900억원으로 제출한 햇살론15에 550억원을 증액하고 최저 신용자 한시 특례보증 사업도 560억원에 370억원을 추가 증액했다. 하지만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여야 대치가 극심해지자 국회는 결국 정부가 최초 제시한 감액 예산안만 통과시켰다. 정무위까지 나서 어렵게 증액한 예산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은행권은 대출을 연일 조이고 있다. 근로소득자보다 신용대출 가능 규모가 적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은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 효과’에 경기 악화가 더해져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서민이 많이 찾는 ‘불황형 대출’이 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9개 카드사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원으로 집계됐다.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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