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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공개초대장’을 보냈다. 파격 제안이다. 올 1월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건 처음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책 방향 역시 대화보단 외교·경제적 제재 강화였다. 이 발언으로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을 확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진의를 놓고 해석도 분분하다.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 파격 제안
틸러슨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국제교류재단 ‘환태평양 시대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그냥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라도 좋다”고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단 얘기를 해야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동해 상에 발사한 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2주 만에 나온 미국 측 제안이다. 북한 등 당사국 대응에 따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정책 선회? 트럼프와 엇박자? 해석 분분
미국이 기존 대북 정책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북한에 공개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연일 비판해 온 중국 관영매체도 틸러슨의 ‘양보안’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보도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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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중재 노력이 미국의 대화 노력에 명분을 더한 상황이기도 하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 5~9일 유엔 고위급으로는 7년 만에 북한을 찾아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 펠트먼도 12일(현지시간) 방북 브리핑에서 “북한도 핵 미사일 개발보다 전쟁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었다”고 전했다.
대북 강경론을 펼쳐 온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다. 틸러슨의 이번 발언 역시 트럼프의 방침과 일치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북한은 여전히 위험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압력 강화 정책엔 변화가 없다”며 “미·일 정상의 생각은 100% 일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서도 대북 대화 채널을 언급한 틸러슨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트윗 글을 남기며 혹평했었다. 더욱이 틸러슨은 본인과 백악관의 공식 부인에도 거듭 경질설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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