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북한에 첫 공개초대장 보낸 틸러슨 美 국무장관

"조건 없이 만나 날씨 얘기라도 하자" 파격 제안
美 정책 선회 가능성…트럼프와 엇박자 해석도
  • 등록 2017-12-13 오후 5:23:04

    수정 2017-12-13 오후 5:23:0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국제교류재단 ‘환태평양 시대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공개초대장’을 보냈다. 파격 제안이다. 올 1월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건 처음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책 방향 역시 대화보단 외교·경제적 제재 강화였다. 이 발언으로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을 확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진의를 놓고 해석도 분분하다.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 파격 제안

틸러슨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국제교류재단 ‘환태평양 시대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그냥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라도 좋다”고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단 얘기를 해야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동해 상에 발사한 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2주 만에 나온 미국 측 제안이다. 북한 등 당사국 대응에 따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는 대화의 유일한 조건으로 북한이 일정 기간 도발하지 않는 ‘침묵의 시간(period of quiet)’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기간을 밝히진 않았으나 미 정가에선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한다는 전략을 ‘틸러슨 구상’으로 부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전 75일 동안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했었다. 아울러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실험 중단도 곁들였다. 틸러슨은 “북한이 도중에 추가 무기 실험을 결심한다면 대화를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것이 대화를 위한 유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정책 선회? 트럼프와 엇박자? 해석 분분

미국이 기존 대북 정책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북한에 공개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연일 비판해 온 중국 관영매체도 틸러슨의 ‘양보안’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보도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국제교류재단 ‘환태평양 시대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AFP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역대 최고 수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 본토를 자신의 핵탄두 미사일 사정권에 두려는 계획을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대로면 대북 선제타격에 나설 수밖에 없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궤멸적 타격을 감수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틸러슨은 이 연설에 앞서 국무부 직원에게 “북한의 도발이 외교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서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나설 차례가 된다”며 “매티스는 성공하겠지만 나는 실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만큼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중재 노력이 미국의 대화 노력에 명분을 더한 상황이기도 하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 5~9일 유엔 고위급으로는 7년 만에 북한을 찾아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 펠트먼도 12일(현지시간) 방북 브리핑에서 “북한도 핵 미사일 개발보다 전쟁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었다”고 전했다.

대북 강경론을 펼쳐 온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다. 틸러슨의 이번 발언 역시 트럼프의 방침과 일치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북한은 여전히 위험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압력 강화 정책엔 변화가 없다”며 “미·일 정상의 생각은 100% 일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서도 대북 대화 채널을 언급한 틸러슨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트윗 글을 남기며 혹평했었다. 더욱이 틸러슨은 본인과 백악관의 공식 부인에도 거듭 경질설이 거론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뒤) 미국 국무장관이 올 10월16일(현지시간) 미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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