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속속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적시한 내란 상설특검 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지며 탄핵 가능성을 높여준 데다, 김재섭·조경태 의원 등이 추가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쌍특검(일반·상설)’ 추진 등을 통해 2차 탄핵안 가결을 위한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이탈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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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민주당에 따르면 국회 6개 야당은 오는 12일 국회에 윤 대통령의 2차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워낙 정리할 새로운 사안이 많아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13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14일 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란 의결 정족수(200석)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을 모두 합하면 192석으로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한다. 8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1차 투표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김예지 의원만 찬성표를 던져 194표로 부결된 바 있다.
다만 2차 탄핵 결과는 1차 탄핵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김예지 의원 외에도 탄핵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여당 의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서다. 1차 탄핵 표결에서 탄핵 반대투표를 했던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도 지난 7일 공개적으로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차회(다음 차례)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조경태 의원도 “결국 이번 주 토요일에 탄핵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밝혔으며, 초선인 김재섭 의원도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로써 8표 중에 5표가 확보된 상황에서 3명만 더 찬성으로 돌아서면 윤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되는 셈이다.
친한동훈계 또는 중립 성향의 의원들 여전히 탄핵 찬성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관련 상설특검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22명이 찬성표를, 14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상설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적시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부를 수사대상으로 지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것으로 탄핵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차 표결 때와 달리 이번에는 ‘표결 불참’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이탈표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1차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찬성이든 반대든 표결에는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1차 표결 집단 불참에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며 표결 참여를 예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연일 “탄핵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2차 탄핵안 가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일 내란 관련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일반 관련 특검법도 오는 14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나서 계엄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여당 의원들을 향한 압박의 강도는 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아울러 탄핵 찬성을 지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등에 근조 화환을 보내고 케첩 등을 뿌리며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것도 여당 의원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김재섭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는 1차 표결 때 불참했던 것을 이유로 근조 화환과 함께 케첩 등이 뿌려져 있었고, 이후 김 의원은 탄핵 찬성 기자회견을 열며 지역구 민심을 따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