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글로벌 골프 브랜드 PXG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1년 휠라코리아에 인수된 타이틀리스트를 시작으로 2021년 테일러메이드에 이어 ‘골프 빅4’ 가운데 3곳의 글로벌 브랜드가 토종 자본 품에 안길 전망이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아시아 골프 시장의 허브로 주목받고 있고, 골프 M&A 성공 사례도 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골프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생 운용사인 아코마파트너스와 K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PXG 창업주 밥 파슨스와 경영권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 규모는 1억5000만~2억 달러(약 2000억~3000억원)로 알려졌다. 2014년 설립된 PXG는 2016년 한국에 정식 진출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브랜드다.
PXG 인수가 성사되면 한국은 골프 빅4(타이틀리스트·테일러메이드·PXG·캘러웨이) 중 3개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가 된다. 앞서 2011년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이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등을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해 운영 중이고, 2021년엔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F&F 등과 손잡고 테일러메이드를 약 1조8000억원에 품은 바 있다.
주춤하나 했더니…프리미엄 시장 재편된 골프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들의 한국행은 국내 골프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팬데믹 이후 주춤한 듯 보이던 국내 골프 인기는 프리미엄 시장 재편을 통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0년 4673만명에서 2021년 5056만명, 2022년 505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772만명, 2024년 4741만명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4000만명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 골프웨어나 용품 부문에선 세계 1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골프데이터테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 골프의류 시장 점유율 45%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뒤 현재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판매된 골프의류 중 절반은 한국에서 팔린 셈이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올해 6조원 규모로 인구 수 대비 폭발적인 소비력을 뽐내고 있다.
인수 후 실적 두 배…M&A 성공 사례 호평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로 M&A 성공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휠라코리아는 2011년 아쿠쉬네트 인수 이후 단계적으로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2016년 뉴욕증시(NYSE) 상장까지 성공했다. 인수 이전인 2010년 1조7000억원 수준이던 아쿠쉬네트 매출은 지난해 3조3514억원으로 성장했다.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 역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2021년 당시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서 올해 35억달러(약 5조원)로 2배 이상 뛰었다. 인수 직전인 2020년 1조3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89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같은 실적 향상에 센트로이드는 인수 4년만에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추진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사례를 보면 골프 브랜드 인수 후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전략, 의류나 용품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토종 자본의 파워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