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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재산을 둘러싼 새로운 위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령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 속에서 많은 노인들이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요양보호사 등 주변인에게 재산 관리를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산이 사용되거나, 관리의 경계를 넘어선 임의 사용이 반복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노인 금융 착취(financial exploitation)’라고 부르며, 최근에는 상속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현상이 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적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당수 사례는 도움이라는 명목, 편의라는 이유에서 출발한다. 통장과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대신 인출을 해주며, 병원비나 생활비를 처리해 주는 관행이 쌓이면서 노인은 점차 자신의 재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 이러한 상태는 노인의 사망 이후에야 문제로 드러나고, 그때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가족 간 분쟁으로 비화한다. 결국 이는 사후적 분쟁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생전 재산관리를 잘못하여 일어나는 일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보호하는 대표적인 장치는 성년후견제도다. 후견제도는 법원이 재산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감독함으로써 임의적 사용을 통제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후견 개시 요건의 엄격성, 절차 부담, 그리고 당사자가 느끼는 낙인감으로 인해 실제 활용률은 아직도 높지 않다. 특히 판단능력이 부분적으로 유지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후견이 적절한 수단이 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후견 이전의 공백 구간에서 금융 착취 위험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은 제도적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필자는 최소한 부부간에 임의후견이라도 치매가 되기 전에 해 놓기를 권한다.
금융 시스템 차원의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자 계좌에 대한 이상 거래 모니터링, 고액 인출 시 확인 절차 강화, 고령자 금융보호 전담 창구의 확대는 이미 일부 금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비 계좌와 자산관리 계좌를 분리하도록 유도하고, 한도 설정과 자동이체 구조를 표준화하는 정책 가이드라인도 검토할 만하다.
노인의 재산은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의 축적이며 노후의 존엄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금융 착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행동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노인 금융 착취 문제를 개인의 불운이나 가족 갈등의 영역이 아닌, 고령사회가 반드시 대응해야 할 공적 정책 과제로 인식할 때다. 신뢰가 아니라 제도로 노인을 보호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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