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형투자사 "딥시크 우려 과도…AI개발비 낮추면 투자 긍정적"

[인터뷰]애런 앤더슨 피셔인베스트먼트 리서치부문 수석부사장①
"미국 경제 골디락스 시나리오 가까워져"
"인플레 점진적 하락..더 많은 금리인하 가능"
"트럼프 관세, 인플레 의미있는 영향 미치지 않아"
"헬스케어 유망, 유럽 등 시장 수익률 더 높을수도"
  • 등록 2025-02-04 오전 5:00:00

    수정 2025-02-04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출현으로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대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과잉 투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AI개발 비용이 낮아지면 오히려 이들 기업엔 긍적적 측면도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AI 기대감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 시장은 변수가 많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정책변화를 비롯해 딥시크 출현 등 시장을 뒤흔들 변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투자 방향을 잡기 어려운 이 시점에 글로벌 자산 3000억달러(약440조원)를 운용하는 미국 피셔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부문 수석부사장인 애런 앤더슨을 인터뷰했다. 그는 5인으로 구성된 투자 정책 위원회(IPC) 위원으로서, 글로벌 경제 및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고객 포트폴리오에 대한 모든 전략적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

앤더슨 부사장은 “딥시크의 발전은 장기적인 AI개발에 명확한 경쟁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를 높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과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우선 딥시크의 확장성에 잠재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딥시크의 모델이 주장하는 성능과 비용을 실제로 달성하더라도, 중국 외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중국 기반 모델을 비즈니스에 사용할지는 미지수다”고 언급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와 미국 정부의 딥시크 확장에 대한 견제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부는 딥시크가 실제 저비용으로 생성형AI를 개발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딥시크의 채택이 제한된다면, AI 기술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앤더슨은 또한 딥시크의 등장이 경쟁을 촉진하고 AI 개발 비용을 줄이며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일부 하드웨어 기업들이 저렴한 AI 등장으로 가격 결정력을 잃게 된다면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AI 분야에서는 과도한 투자 심리가 형성되어 딥시크 출현 이후 매도 압력이 있었지만, AI관련주들의 장기적인 구조적 전망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피셔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부문 수석부사장인 애런 앤더슨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미 경제가 골디락스로 갈 수 있나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해석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급격히 축소됐다가 다시 급반등하면서 변동성이 너무 컸다. 이는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상화 과정에 있다. 이를테면 주택 시장이 약세를 보이긴 하지만, 이는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시장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일 뿐이다. 전반적으로 경제는 ‘심각한 위기’라기보다는 정상화 국면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도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경제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다시 하락할 수 있나

△그렇다. 현재 통화 공급이 정상화되었고, 공급망 문제도 대부분 해결됐으며, 특히 가장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이었던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연준 목표인 2%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는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수준이다.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는

△실업률 상승은 노동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팬데믹 동안 노동시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복귀하면서 노동시장참여율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다. 고용 창출과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보면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강한 상태다. 향후 실업률이 소폭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놀랄 필요가 없다. 이는 노동시장 침체보다는 정상화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의 불법이민 차단 영향은

△일부 산업(특히 건설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규모 추방을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단기간 내에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췄다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지만, 연준의 목표치(2%)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1마일(last mile)’ 구간을 달성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 통화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 요인도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유가 상승 등 단기적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경로는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해서 완화되면서 연준이 현재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연준에 많은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를 따르기보다는 통화정책 관점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다. 연준과 백악관의 의견 충돌이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시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점을 우려된다. 연준이 올해 완만한 금리 인하를 이어간다면, 어느 정도 트럼프 대통령을 조금 달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트럼프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일단 트럼프 관세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처음에는 보편적 관세,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얘기하다가 지금은 캐나다 멕시코 25%, 중국 10% 관세 정도로 방향을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통하고 협상하는 방식이다.

관세는 어떻게든 부과되겠지만 예상만큼 인플레이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무역 루트를 바꾸면서 관세 영향을 회피할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런 패턴이 있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동남아시아와 같은 주변 국가로부터 수입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일부 품목에서는 소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트럼프 관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이라고 보는가

△보편적 관세의 경우 특히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화당에서도 관세에 매우 호의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관세 법안을 의회를 통과시키는 것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애런 앤더슨 미 피셔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부문 수석부사장과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이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달러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최근 강달러 현상은 관세에 대한 우려 탓이다. 하지만 관세가 예상보다 영향이 적다면 최근 강달러 현상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달러가 지금부터 크게 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인 만큼 달러가 크게 약화할 것 같지도 않다.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도 연말로 갈수록 지금보다 약간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둔화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국채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채금리는 장기적인 하락 압력이 약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재정적자가 축소되면 금리가 덜 치솟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예산을 2조 달러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다. 국방비와 같은 주요 지출 항목을 줄이지 않는 한, 대규모 감축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 지출 감축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재정 적자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방치된다면, 결국 국채 시장에 부채 문제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수 있다.

-S&P500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S&P 500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평균치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이는 주로 지배적인 ‘매그니피션트 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때문이며, 이들은 강력한 실적과 성장성을 갖추고 있어 높은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 다만 올해 미국 주식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 간의 격차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 외 시장(유럽 등)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유럽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지만, 실제로는 개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시장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올해는 미국보다 뒤처져 있던 다른 나라 시장이 수익률 역전을 이룬 해가 될지도 모른다.

-올해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AI, 대체 에너지, 암호화폐 등 일부 영역에서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조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비공개 대출(private credit) 및 사모펀드(private equity) 부문에서도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섹터는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는 헬스케어다. 지난 대선 모든 정치인들이 의료서비스 회사들의 의료비용을 낮추겠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부진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의료 비용을 낮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헬스케어는 선거철마다 조정을 받지만, 결국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인구통계를 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약을 더 복용하고 있고, 점점 더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긍정적인 펀더멘털과 부정적인 심리가 공존한다. 주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매우 좋은 조합이다.

-트럼프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비트코인 전망은

△비트코인은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자산이다.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탈중앙화되지 않았으며, 완전히 익명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관련된 수익, 수익, 현금 흐름은 없다. 비트코인 규제는 줄어들 수 있고, 어떤 식으로 더 널리 채택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을 것이고, 기대만큼 널리 채택되지는 않을 것이다.

애런 앤더슨 수석 부사장은?

△UC 산타바바라 지구물리학 전공(학사) △샌프란시스코대 응용경제학 전공(학사) △1996~2005년 도이치뱅크 △2006 피셔 인베스트먼트 입사 △2011년 피셔 인베스트먼트 수석 부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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