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록된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이 바로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듯했던 이 사건이 지난달 25일 다시 떠올랐다. 라덕연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충격적인 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라덕연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았으니 2심에서 무려 17년이나 감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세조종으로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린 뒤 한순간에 폭락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중대한 범죄란 점을 감안하면 17년 감형은 과도하다. 주가 조작 종목도 8개나 되니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는 수백에서 수천명에 달할 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 범죄자에게 재판부가 너무나 관대한 판결을 한 것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한 축이 시장 공정성·투명성 확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고 공언했지만 수천억원대 주가조작을 해도 겨우 징역 8년만 살고 나올 수 있다고 하면 범죄 억지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주가조작 사건들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이미 1000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한 바 있고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가조작 사건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사건의 재판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친다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나서 주가조작 근절에 힘을 주고 있을 때 사법부가 동조해 줘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칼로 찔러야만 사람이 죽는 게 아니다.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려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경제범죄, 특히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엄벌에 처한다는 인식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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