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는 추석, 운동 대신 약으로 관리하는 시대[비만신약이 바꾸는 세상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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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배고픔 줄이고 혈당 조절 등 비만 치료에 효과적
천식·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환 치료제 확장 가능성
'부자만 날씬한 사회' 격차 우려도
  • 등록 2025-10-05 오후 12:44:13

    수정 2025-10-05 오후 12:54:07

기름 냄새 가득한 전 부치기와 송편 빚기. 추석은 언제나 풍요로운 음식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지만, 풍요 뒤엔 늘 ‘살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 신약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약물이 식탁과 주식시장 모두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특집 2부작에서는 건강을 넘어 경제까지 뒤흔드는 비만 신약의 모든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추석 상차림 앞에서 매년 반복되는 다짐이지만 현실은 매번 녹록지 않습니다. 송편, 전, 갈비, 잡채 등 끝없이 올라오는 밥상 앞에서 다이어트 결심은 번번이 무너지곤 하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고민을 단숨에 날려버릴 듯한 비만 신약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위고비’, ‘젭바운드’라는 이름의 비만 치료제가 유명세를 타고 있고, 한국에서도 관련 약물에 대한 소식이 부쩍 많이 들려오고 있죠.

GLP-1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습니다. GLP-1은 배고픔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장내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해 비만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지난 2021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마운자로) 2023년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된 뒤 수천만명이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두 회사의 성장에 불을 붙이는 것은 물론 비만 신약 시장의 판을 키우게 된 셈이죠.

비만 신약의 효과는 놀랍습니다. 기존 약물이 체중 감량 효과가 수 킬로그램(kg) 수준에 머물렀던 데 반해, GLP-1 계열은 10~20%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임상 결과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이는 비만 환자뿐 아니라 식습관 때문에 늘 살찔 걱정을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사진=AFP)


흥미로운 점은 GLP-1이 단순히 식욕만 줄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뇌의 보상 회로를 건드려 술·담배·심지어 도박 같은 중독 행위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메드익스프레스’의 소피 딕스 의학 책임자는 “이 약물의 새로운 적용 가능성은 놀랍고도 유망하다”며 천식, 만성신장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다낭성 난소증후군, 비만 관련 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 치료로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약값입니다. 미국에서 한 달 약값이 1000달러(약 140만원)가 넘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부자들의 다이어트 약’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며, 공공 보험 지원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비만 신약을 살 수 있는 사람만 날씬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비만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흔하지만 GLP-1 접근성은 오히려 부유층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가격 인하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정책 변화와 제약사 간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비만 신약의 가격 인하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 복용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힙니다.

알조샤 얀센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부유층이 체중 감량 약물로 더 건강해지고 날씬해진다면 이미 존재하는 소득·교육 격차가 외모와 건강에서도 심화할 것”이라며 “이는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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