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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인근 원룸 시세가 가장 비싼 곳은 이화여대로 평균 월세가 74만 1000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번째로 평균 월세가 가장 높은 연세대와 9만 8000원이나 차이가 나고, 주요 10개 대학 평균인 60만 9000원보다 21.6%나 높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관리비도 최고 수준인데다 가장 빠르게 치솟고 있다. 1월 기준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평균 관리비는 10만 5000원으로 전년 대비 16.7%나 급등했다. 인근 평균 관리비가 2번째로 가장 비싼 서울대가 8만 5000원이고 주요 10개 대학 평균은 7만 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이화여대 인근 원룸에서 한 달을 거주하는 데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평균적으로 84만 6000원이 필요하고, 한 해(12개월)를 거주하려면 총 1015만원이 든다. 지난 한 해 이화여대 평균 등록금이 87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등록금보다도 높은 셈이다.
이처럼 이화여대 인근 월세가 유난히 높은 것은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추계예술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뛰어난 입지를 보고 오는 직장인 수요까지 몰리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문 방향과 접한 대현동·대흥동은 신촌, 홍대, 마포 등 서울 서부 핵심 지역과 가깝고 생활·문화 인프라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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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학생 수요는 그대로인데 구축 원룸을 밀어버리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룸 물량이 줄고 그만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월세액이 높다고 해도 개강 시즌이 다가오면 물건은 금방 금방 빠진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룸의 관리비까지 급등한 것에 대해 “임대인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월세 일부를 관리비에 붙이는 것으로, 사실상 월세가 뛴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계약 조건 등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때 관리비를 올리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월세는 임대소득세 부과 대상이지만 관리비는 부과 대상이 아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방이 좀 낡아도 임차인들이 참고 생활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는 비용이 많이 들어도 깔끔한 방에 들어가려 하는 것이 체감된다”며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이 원룸 시장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임대인들도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거주환경에 대한 선호도와 전세 기피 현상도 월세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C 공인중개 관계자는 “과거 서대문구청이 일대를 ‘패션문화거리’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유흥주점과 식당에 대해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덕분에 지금도 밤길 치안이 괜찮은 편이어서 안전을 중시하는 여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대출 금리도 높아지면서 전세보다는 월세 물건을 찾는 고객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원래부터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이 늘어난 것도 월세 수요를 늘리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