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애고 고령직원에 새 업무…생산성 향상됐죠"

용기 제조·세척 회사 '식판천사' 김경남 대표
코로나 위기때 직원 덕에 마음잡아
고령자에 '반장' 직책주고 현장 맡겨
국내 최초 식판세척 가이드 만들고
엔젤링 식판 개발, 매출 성장 이뤄
"나이·장애 차별없는 회사 만들 것"
  • 등록 2025-02-14 오전 7:29:31

    수정 2025-02-14 오전 9:37:50

[광주(경기)=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직원들이 있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저희는 정년이 없습니다. 이분들과 더 오래 일하고 싶어요.”

용기 제조·세척 회사인 ‘식판천사’ 김경남 대표는 최근 경기 광주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직원들 본인만 힘에 부치지 않아 일할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회사에 다닐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판천사’ 김경남 대표.(사진=서대웅 기자)
식판천사는 2차 오염을 방지하는 식판을 만드는 회사다. 김 대표는 테두리를 밀폐시켜 찌꺼기가 쌓이지 않는 식판(엔젤링 식판)을 설계하고, 스마트 식판 세척 시스템을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내 최초로 식판세척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건강한 식문화, 친환경적 가치를 만들고 싶었다”며 2017년 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정년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가 앞섰다. 작은 기업에 청년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최연소 직원은 45세(1981년생)다.

여기에 “정년은 자존감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 점이 한몫했다. 김 대표는 “촉탁직으로 고용하면 연세 있는 분들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소속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년제도를 도입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식판천사는 나이와 관계없이 건강 문제 등으로 일을 그만둬야 할 때 정년퇴직 처리를 한다.

정년과 관련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젊은 직원이 1분에 식판 100개를 닦을 때 70세가 넘는 직원이 절반도 못 닦는 걸 보면서 정년 도입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고민은 고령 직원에게 ‘현장 반장’ 직책을 부여하면서 해결됐다. 그는 “반장이 되니 다른 직원이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등 본인 나름대로의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 개인의 생산성은 떨어졌을지라도 회사의 생산성은 향상됐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식판천사는 연평균 18.7%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 것도 고령 직원들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우리가 교육기관을 상대로 하는데, 모두 휴교·휴원하니 순익이 90% 이상 떨어지며 폐업까지 결심했다”며 “헌데 연세가 있는 직원들의 갈 곳 없다는 얘기에 버티며 새로운 특허(엔젤링 식판)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직원들이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와 이 회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경영 목표를 물었더니 김 대표는 ‘매출 증가’가 아닌 “장애인 10명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상시근로자가 16명인 식판천사엔 현재 장애인 3명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 차이도 없다. 또 임금피크제를 두지 않아서 나이가 많다고 임금이 깎이는 구조도 아니다. 그는 “청년이든 고령자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 없이 누구나 행복하게 다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이같은 경영이 가능한 건 아닐까. 향후 회사가 커지고, 인사 담당자가 정년을 둬야 한다거나 장애인에겐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고 건의하면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그는 “구력 있는, 연세 있는 분을 인사로 앉히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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