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9% 하락한 4만2579.0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8% 떨어진 5738.52,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61% 급락한 1만8069.26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1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종가기준·2만173.89)에서 10.4% 하락하면서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통상 최고치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국면에 들어갔다고 간주된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4.5% 급락해 지난해 7월 10일 기록한 최고점 대비 거의 24%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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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주 전만 해도 뉴욕증시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랠리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우려와 달리 ‘협상용’이라는 분석이 강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월가는 바라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4일 발효된 후 금융 시장이 극심한 불안에 빠져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2일까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적용한 캐나다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 오히려 불암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에 적용한 상품에 대해서만 관세를 한달간 했기 때문에 모든 상품이 25% 관세 면제를 받는 건 아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멕시코 수입품의 약 50%와 캐나다 수입품의 38%만이 USMCA를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수입품의 약 50%와 캐나다산 제품의 60% 이상에는 25%의 관세율이 여전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CNBC은 보도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USMCA를 적용받고 있어 한달간 관세가 유예된다.
그러면서 “대부분 관세는 4월2일부터 부과될 것”이라며 “주로 상호관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월2일부터 각국의 관세·비관세정책·환율정책·부과세 등에 상승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즉 트럼프의 관세의 핵심은 앞으로 상호관세가 될 것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오는 12일부터 부과할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선 “수정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소식에 월가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매도세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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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친화적으로 평가됐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관세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월가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다른 국가의 관행이 미국 경제와 국민에 해를 끼치는 한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이라며 트럼프 관세 정책을 옹호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를 상승시키고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센트 장관은 “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막대한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원으로서, 전 세계의 불공정한 관행으로부터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서, 그리고 협상을 위해 사용하는 카드로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는 또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멍청이”라고 묘사하면서 정부가 ‘월스트리트’보다 ‘메인 스트리트’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에 따라 출렁이는 시장보다는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활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관세 불확실성에 기술주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엔비디아가 5.74% 급락한 가운데 테슬라(-5.61%) 메타(-4.35%) 모두 크게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불과 2주 만에 약 20% 급락했다. 아마존(-3.68%), 마이크로소프트(-1.03%), 알파벳(-0.45%)도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이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지난해 12월17일 최고점 대비 16%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4.5% 급락했다. 브로드컴(-6.33%), 마이크론테크놀로지(-5.37%), TSMC ADR(-4.57%) 등 대다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트레이더들은 추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반도체 지수가 추가로 10% 더 하락할 것에 대비한 옵션 비용은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공매도 세력들은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고, 반에크반도체 ETF(SMH)의 공매도 잔고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고평가된 기술주, 반도체주들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다시 대형 기술주들 위주로 급등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회장 겸 매니징 디렉터인 에릭 디턴(Eric Diton)은 “지금부터는 변동성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트레이더들은 관세가 미국 다국적 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술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주요 지수들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우려에…2년물 금리 하락…달러 약세 지속
국채금리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1bp(1bp=0.01%포인트) 빠지며 3.965%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10년물 금리는 1.3bp 오른 4.28%을 기록 했다. 트럼프 관세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달러는 이날도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 빠진 104.20을 기록 중이다. 달러는 트럼프 취임이후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조 우려로 한 때 110선을 터치했지만, 이후 경기 악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유로화환율이 상승하고,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서려고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0.05달러(0.08%) 오른 배럴당 66.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16달러(0.23%) 오른 배럴당 69.46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