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두 달…학교 현장도 "빨갱이" 등 혐오 발언 골치

교육현장 곳곳서 학생들 “빨갱이 처단”
부정선거론·서부지법 폭동 두고 ‘정치 갈등’도
전문가들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 가르쳐야”
학생들 마주한 어른들 “어떻게 알려주나” 고민도
  • 등록 2025-02-09 오후 4:22:24

    수정 2025-02-09 오후 7:18:39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정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양 진영의 거친 발언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학생들도 혐오발언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장에선 정치와 관련한 혐오 표현만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보여 교사와 학부모들이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진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통학안전지원단 관계자가 돌봄교실 학생 승하차를 위해 대기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홍모(31)씨는 9일 이데일리에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탄핵 관련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생겼다”고 말했다. 홍씨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보이는 거친 표현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뭐만 하면 ‘빨갱이 처단’이라고 말하며 장난치는 아이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별 것 아닌 단어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씨는 “혐오가 담긴 말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혐오 표현을 답습하는 것은 물론 정치 갈등까지 생겼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정선거론과 대통령 불법 체포·구금과 같은 주장이다. 고1 입시 영어 학원 강사인 20대 박모씨는 “학생들이 서부지법 폭도를 영웅이라고 칭하고 경찰이나 판사, 정치인에 대한 욕도 서슴없이 한다”며 “아이들을 그저 아이로 낮춰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는 내용이나 표현이 이전과 달라지기는 했다”고 전했다.

탄핵 관련 집회가 벌어지며 집회 현장 인근을 오가는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혐오발언에 노출되기도 한다. 대통령 탄핵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인근에는 재동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다행히 방학이라 학생 대부분은 등교하지 않았지만 몇몇 돌봄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 중이었다. 한 집회 현장 주변 초등학교 관계자는 “등굣길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표현이 담긴 피켓이 널브러져 있었다”며 “고성에 욕설까지 난무하니 학생들에게 영향이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헌재 주변뿐 아니라 과거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도 집회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부터 등굣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재동초를 비롯한 교동초, 운현초, 한남초 등 4개 초교에 통학로 안전 대책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갈등이 격화한 지금 상황에서 옳고 그름보다 상황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경우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정치 신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자칫하면 이념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에 대해서만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상에서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워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수현(28)씨는 “설 연휴에 초등학생 조카에게 부정선거론과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며 “어른으로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50대 천모씨도 “‘빨갱이’ 단어를 쓰는 걸 혼낸 적은 있지만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려다 말문이 막힌 적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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