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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회담 놓고 한국·북한 반응 엇갈려
미일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완전한 비핵화’가 공식 문서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포석으로 한미일 3국 안보 공조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동성명은 “미일은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데 있어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리라는 일각의 우려는 일부 불식시켰다는 측면에서 한미일 동맹에 주는 시사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좋은 관계는 모두에게 매우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과 북한의 입장은 엇갈렸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러북 군사협력 대응, 한미일 공조에 기반한 북한과의 대화 추진 등 미일이 정상회담 계기 밝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그동안 우리 측이 각급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일에 계속 전달한 우리의 대북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반면 9일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핵은 몇 푼의 돈으로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며 실전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국방성을 방문해 미국을 비난하며 핵 무력 강화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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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대체적으로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남은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미일 황금시대는 금 도금인가, 트럼프, US스틸에 못 박았다 기사에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지만 “빛나는 것은 표면뿐이라고 의심하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2022년 말 방위비 증액 방침을 결정하고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린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5회계연도 방위비는 8조 6691억엔으로 역대 처음으로 8조엔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방위비를 현 시점보다 2배 늘리기 위해서는 2027년까지 16조엔에 달해야 하나, 2023년 기준 명목 GDP(6030조엔)에 2%를 적용할 경우 11조~12조엔에 머물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예고한 상호관세의 폭탄을 일본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란 각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쌀과 설탕 등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와사키 켄이치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가 2025년 무역액 추계를 바탕으로 미일 간 실효관세율을 시사한 바, 일본은 평균 3.2%, 미국은 1.4%였다. 평균하면 일본의 관세율은 미국의 2배 이상으로 이 중 60% 정도는 농산품이 차지한다.
자동차가 관세 부과대상이 될지도 관심사다. 미국이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승용차의 실효세율은 1.6%이지만,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관세 부과에도 미국산 자동차는 환경 및 안전규제, 유통시스템 등 비관세 장벽으로 일본 자동차 시장 진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일반사단법인 일본자동차공업회(JAMA)와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7.6%에 불과했다.
일본이 약속한 선물보따리 역시 향후 과제다. 일본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1조달러의 투자와 100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약속한 상태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을 위시한 4000억달러 투자, 토요타와 이스즈자동차의 새로운 대미투자 계획, 1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입 등도 회담에 윤활유를 더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물보따리는 향후에는 검증대상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