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이유는 공급 시차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 이용 규제 해제부터 보상, 지구 지정,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분양, 준공까지 약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토지를 확보한 순간 공급이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토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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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 집값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은 절대적인 주택 부족이 아니다. 직주근접과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를 갖춘 핵심 입지의 신축 공급 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뒤 입주할 외곽 신규 택지는 현재의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기 어렵다. 미래의 공급 계획만으로는 오늘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택지 발표 자체가 미래 공급에 대한 기대를 높여 시장을 안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3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사업에서도 발표 초기에는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보상 지연과 인허가 절차, 공사 일정 변경으로 입주 시점이 계속 늦어졌다. 사전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와 일정 연기 사례도 반복됐다. 공급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실제 입주가 늦어질수록 대기 수요는 다시 기존 주택시장으로 돌아왔다. 결국 공급 계획만으로는 시장 심리를 장기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는 입지의 차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주변부다. 반면 수요가 집중되는 곳은 강남을 비롯한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핵심 지역이다. 외곽 공급은 외곽 수요를 흡수할 수는 있어도 도심 핵심지에 집중되는 수요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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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상채권 비중을 확대하면 유동성 유입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채권 보상에 대한 반발이 크고 사업 지연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현금 보상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고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 확대 정책인 동시에 유동성 확대 정책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공급은 먼 미래에 나타나지만 보상금은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풀린다. 공급 효과는 늦고 유동성 효과는 먼저 나타나는 구조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통과 환경 측면의 부담도 크다. 외곽 택지 조성으로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해지며 GTX 등 광역교통망이 완공되기 전까지 상당한 교통체증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도시의 탄소흡수원이자 생태적 보완재인 그린벨트가 훼손되면 도시 열섬현상과 재해 위험이 극대화된다.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단기적 명분만으로 그린벨트가 지닌 장기적 공익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반복해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대규모 공급 계획을 비교적 손쉽게 제시할 수 있고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주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발표되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이다. 더욱이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공급이 지연되는 반면, 외곽 공급만 확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어렵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해법은 공급의 ‘양’보다 공급의 ‘질’과 ‘속도’에 있다. 도심 정비사업의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재건축·재개발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시장이 체감하는 시점에 완성될 때 비로소 가격 안정 효과를 만든다.
시장은 이미 단순한 공급 발표에 반응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수만 가구라는 숫자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떤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는지에 대한 신뢰다.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10년 뒤의 청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심의 실질적인 공급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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