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기 피해액 작년 18조원…"로맨스 스캠 급증"

피해액 124억달러 추정…SNS 데이팅 사기 급증 탓
기술·인프라·인력 등 제공 '원스톱' 생태계까지 조성
인신매매 손대고 AI 도입 등 범죄수법 대범·정교해져
  • 등록 2025-02-14 오전 11:47:22

    수정 2025-02-21 오후 3:28:5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사기 범죄 피해액이 1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급증한 탓이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사기 범죄에 연루된 가상자산 지갑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124억달러(약 17조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초기 추정치인 99억달러(약 14조 3000억원) 대비 25% 늘어난 금액이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액은 2020년 이후 연평균 24% 증가했다. 이는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으로 알려진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급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피그 부처링 피해액은 전년대비 40%, 피해 건수는 210% 늘었다.

피그 부처링은 소셜미디어(SNS)나 데이팅 앱 등을 통해 피해자와 연애 관계를 구축한 뒤 가짜 투자기회를 제공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범죄 수법이다. 직역하면 ‘돼지 도살’이란 뜻인데, 피해자를 칭찬과 거짓된 유대 관계로 살찌운 뒤 돈을 훔치는 행위(도살)에서 유래됐다.

피그 부처링 사기는 그동안 동남아시아에 있는 대규모 사기 단지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엔 전 세계 각지로 분산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나이지리아에서는 유럽과 아랍에미리트(UAE)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792명이 체포됐다. 이들 범죄자는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했다.

범죄 수법도 대범해지고 전문화하고 있다. 중국의 한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에서 인신매매로 끌어모은 대규모 인력을 폭력으로 위협한 뒤 온라인 사기를 저지르도록 강요했다. 아울러 한 건물에서 여러 범죄 조직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외부에는 마치 오피스빌딩에 입주한 여러 업체들이 각자 사업 활동을 벌이는 것처럼 비춰진다.

온라인 네트워크 활성화를 포함해 별도의 생태계까지 조성된 상태다. 온라인 포럼 ‘후이원 개런티’(Huione Guarantee)에선 가짜 신분 생성, 사기 대상 데이터 목록 제공, SNS 계정 구매, 웹사이트 구축, 돈세탁 서비스 등과 관련된 불법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가상자산은 최소 3억 7590만달러로 집계됐다. 광고액은 2021년부터 총 700억달러에 달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중국 플랫폼인 후이원 개런티는 사기를 저지르는 데 필요한 기술, 인프라 및 자원을 찾는 불법 행위자들을 위한 ‘원스톱 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과거 고급 관광 상품부터 현재 해외 송금, 보험 등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캄보디아 대기업 후이원 그룹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사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후이원 개런티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대비 1900% 폭증했다. 이들 업체는 주로 AI 기술을 이용해 진짜처럼 보이는 콘텐츠를 제작해주거나, 다른 사람을 사칭할 수 있도록 얼굴을 바꿔주는 일을 한다.

체이널리시스는 “AI 기술이 사기의 정교함을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 사기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AI를 활용한 탐색 기술도 동시에 발전해 단속·대응 능력 역시 강화했다”며 “대규모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정부, 규제기관 및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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