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인구 유출 문제를 겪고 있는 부산광역시의 출생율이 다른 대도시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인구 재앙이 우려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멸종 위기: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재앙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의 인구 위기에 대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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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부산은 산, 해변, 영화 축제 등 매력과 자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도시지만,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한국)에서 다른 광역시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20세기 이후 무역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의 이탈로 인해 더 빨리 고령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FT는 “한국전쟁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임시 수도 역할을 하며 기존 28만여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1951년에는 80만명을 넘어섰다”며 “1960~1970년대에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의 혜택을 받으며 수출 경제의 무역 허브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이 국가 경제를 ‘중앙집권’하며 부산의 젊은 세대들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동시에 규모에 비해 적은 일자리도 지적됐다.
FT는 “한국 경제는 점점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과 같이 더 정교한 제품 생산과 수출에서 동력을 얻게 됐고 대학과 연구기관도 숙련 노동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이전했다”며 “삼성과 LG 등 선두 기업의 탄생지이면서도 한국 100대 기업 중 본사를 부산에 둔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30만 인구의 이 도시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60만명의 인구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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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FT는 “서울의 젊은이들도 벌이가 양호한 일자리와 교육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결혼과 육아를 포기한다”며 “차이가 있다면 부산의 노동 연령 인구의 감소가 훨씬 더 급격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도 짚은 FT는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여파에 정신이 분산된 한국 정계는 경제를 뿌리까지 구조조정을 할 역량이 있다는 징후를 거의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부산을 ‘소멸 위험 단계’에 처한 것으로 공식 분류했다. 해당 분류는 광역시 가운데 처음이다.
또 부산은 65살 이상 인구가 23%에 달해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50년 부산의 20~30대 여성인구는 절반 이상 감소하는 반면 65살 이상 인구는 3분의2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소멸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