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롯데 유통·식품군…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10명 교체된 화학군, 유통군은 대부분 유임
‘변화 마무리하고 성과내라’ 신동빈 메시지
e그로서리·타임빌라스 등 안착 급선무
식품군도 수익성 개선·해외 확대 과제
  • 등록 2024-11-29 오후 4:52:26

    수정 2024-11-29 오후 5:02:45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화학군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의 인사 태풍이 마무리된 가운데,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리를 지킨 유통·식품군의 표정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아직 유통군의 사업 전략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기회를 부여받은 상태이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전경. (사진=롯데마트)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인사는 부진한 화학군에 집중됐다. 화학계열사의 경우 13곳 중 10곳의 CEO가 전면 교체됐다. 반면 유통군에선 일본 유니클로를 국내 유통하는 FRL코리아 대표가 교체된 정도다. 화학군과 호텔군(면세점·호텔·롯데월드) 교체가 큰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군의 경우 지금 변화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인사 교체보다는 ‘기회를 더 줄테니 확실한 성과를 내라’는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며 “유통과 식품군의 경우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새로운 시도를 전개하는 등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조금 더 연장해 준 의미”라고 말했다.

때문에 유통과 식품군은 내년 가시적인 성과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롯데마트·슈퍼만 해도 온라인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한다. 롯데마트는 내년부터 영국 기업 오카도와 협업하는 ‘e 그로서리(식료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내년 상반기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고 1조원을 2030년까지 투자해 물류센터 구축(6곳)까지 진행하는 건이다.

오카도와의 협업과 e그로서리 사업은 ‘글로벌 전문가’ 김상현 유통군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다. 오카도 사업은 지난 10월 롯데온에서 롯데마트로 이관된 건으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입장에선 이를 안착시키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와 슈퍼간 통합을 이끈 인사로 그로서리 경쟁력을 대폭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마트는 올 4분기부터 오카도 관련 본격적인 비용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용 투자에 따라 내년에 일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임된 김 부회장과 강 대표는 내년에도 신사업의 안착을 위해 내부 독려와 시너지 창출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백화점은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가 야심차게 주도한 ‘타임빌라스’ 확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를 내세우며 기존 백화점 중심 사업 전략을 쇼핑몰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한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이 공언한대로 대규모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될 지에 대해선 시장내 이견이 일부 있는 상황이다.

식품군도 이번 인사에서 이영구 식품군 부회장은 물론 박윤기 롯데칠성(005300)음료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280360) 대표 등이 유임됐다. 롯데그룹내 식품계열사들은 올해 K식품 인기에 힘입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남겼다. 이번 대거 CEO 유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식품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조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건 이들의 과제로 꼽힌다. 식품사업은 원가 변화에 취약하고 내수 시장에선 가격을 마음껏 인상할 수 없는 구조여서 수익성을 키우기 힘들다. 원가 부담에 내수 소비까지 침체되고 프로모션 경쟁까지 치열한만큼 중장기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의 일환으로 해외 시장 확대도 식품군의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빼빼로’를 오는 2035년까지 1조원 브랜드로 만들라는 특명을 내린만큼 롯데웰푸드도 해외 매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도 현재 해외 매출 비중 36%를 2028년까지 4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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