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무숲처럼 방어벽 쌓고 때론 물방울처럼 튀어 흩어져 [e갤러리]

△전지현 '보이지 않는 세계'(2024)
형체 드러낼 수 없는 '내면' 향한 길
선과 색 여운 붙드는 추상화면으로
예순 넘어 회화 공부한 늦깎이 작가
세상과 소통서 얻은 감성·서정 바탕
강하지만 격하지 않은 화면 꾸려내
  • 등록 2024-07-24 오후 4:21:29

    수정 2024-07-24 오후 4:25:57

전지현 ‘보이지 않는 세계’(2024 사진=갤러리이즈)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길게 죽 뻗은 기둥이 줄지어 눈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말이다. 얇은 틈조차 내지 않고 서로 밀착한 채다. 어디 울창한 나무숲이라도 되려나.

하지만 이조차 추측일 뿐, 그림 어느 부분에서도 확실한 사인은 없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다 꺼내놓고선 말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Invisible World·2024)란다. 도대체 저 안에 어떤 세계를 또 숨겨놨길래.

다소 섣부르지만 굳이 답을 찾는다면 ‘내면’이다. 작가 전지현(67)이 빽빽하게 채운 화면 저 안쪽에 담아둔 게 말이다. 살아 꿈틀대는 진짜 사는 모습이 품은 ‘속살’이란 거다. 때론 거친 나무숲에 첩첩이 방어벽을 쌓기도 하고, 때론 물방울처럼 튀어올라 공기 중에 무심히 흩어지기도 하면서.

작가는 예순이 넘어 정규과정(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뒤늦게 자신만의 붓길을 낸 늦깎이 화가다. 슬쩍슬쩍 형체가 배어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선과 색의 여운을 붙들어두는 추상화면을 꾸려왔다. 세상과의 소통에서 얻은 감성·서정 등이 바탕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작으로 말이다. 그 속 깊은 내면은 감히 형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여기는 거다. 강하지만 격하진 않는 특유의 색감 역시 ‘내면으로 가는 길’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이즈서 여는 ‘전지현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60.6×60.6㎝. 갤러리이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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