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최연두 최오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해 8월 야당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해 경질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정치인 체포조 명단 관련 메모에 관한 주장 역시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홍 전 차장의 진술들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취지의 주장을 다수 이어갔다.
 |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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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해 지난해 12·3 계엄 이후 홍 전 차장이 경질된 배경에 대해 “작년 8월경 한 야당 의원이 홍장원을 지목하면서 홍장원이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한 사람을 통해 7차례 자신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며 “그 얘기를 들으며 깜짝 놀랐고 정치중립과 관련해 생각을 했다. 해당 내용은 속기록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의혹의 핵심 단서로 꼽히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작성하고 이를 폭로한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헌재 변론에 출석해 “계엄 당일(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 원장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홍장원이 1차 메모를 공관에서 썼다는 것 듣고 사실 파악해보니 사실 관계가 달랐다”며 “홍장원이 11시6분에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메모를 써서 급히썼다고 주장했는데 CCTV 확인해보니 그 당시 홍장원은 공관이 아닌 사무실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홍장원 메모는 본인이 작성한 메모와 보좌관 작성 메모 두 가지가 있는데 보좌관에게 직접 물어보니 메모가 총 4가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계엄 다음 날 본인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통화해보라고 한 사실과 관련해 “국정원은 다른 정보기관보다 정치중립 엄격하게 지켜야 하지만 계엄 다음 날 평소에 연락하지 않는 야당 대표에게 연락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으니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안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계엄 이후인 12월 5일경 홍 전 처장 발언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정치인 등 체포를 지시했다’는 한 언론 보도가 나왔을 당시 상황에 대해 “당일 홍 전 차장이 자리한 정무직 회의 끝난 이후 속보가 나와서 홍장원에게 물었는데 홍장원은 오보라고 대답을 했다”며 “그랬는데 그 이후 홍장원이 국회 정보위 증인으로 가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