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주요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어떤 행정명령이 나오기 시작할지 예의 주시하며 마지막 대응 체제 점검에 나섰다.
|
가장 직접적인 우려는 대(對)미국 수출·투자 위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 전년대비 10.5% 늘어난 1278억달러(약 185조원)어치의 상품을 팔아치우며 7년 연속 역대 최대 신기록을 이어갔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557억달러로 4년 새 3배 이상 불었다.
그만큼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압력 타깃이 될 가능성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당선 이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10~20% 수준의 보편관세 부과와 60%의 대중국 관세,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관세 부과 방식과 속도에는 여러 관측이 있지만, 1기 정부 때 이상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리란 전망에는 이론이 없다. 또 한국은 미국 관점에서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 등에 이은 8번째 무역수지 적자국이고, 최근 그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는 점에서 최우선 타깃은 아니더라도 차순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신정부가 예고한 관세 정책을 시행한한다면, 우리의 대미(對美)수출이 9~1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수출이 연 120억~15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악 시나리오 땐 우리 전체 수출액이 448억달러(약 65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허윤 서강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 수출에 제약이 걸린) 중국은 우회 수출에 나설 것이고 우리로선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며 “최근 국내에서도 ‘알테쉬(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BYD 전기차가 등장한 것도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정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 만반 준비했지만…대행 체제 ‘핸디캡’
정부도 만반의 채비는 해뒀다. 통상당국은 트럼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상황·업종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에 나섰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6일 첫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이를 최종 점검했다.
|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전략이기에 당장 보여줄 순 없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방안을 준비해 놨다”며 “여러 불확실성이 있지만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 이상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면, 정부 목표 달성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대통령 대행 체제로 트럼프 신정부에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대화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핸디캡’을 안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비롯한 주요국 정상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통화하고 회담 추진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최 대행은 아직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
허 교수는 “최 대행 체제로 정상 외교를 펼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정부 내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외교·통상·안보 장관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 체제 구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