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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특정 업종은 근로시간을 늘이면서 다른 산업군에서는 단축하는 게 가능하냐는 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누구 주장이 사실일까?
◆52시간제 예외 인정..노동계 “근로시간 연장 기폭제”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론적으로는 ‘일부 예외 적용 + 전체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정책이 충돌할 공산이 커 양립이 쉽지 않다.
OECD의 국가별 연평균 노동시간 자료(2022)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세계 4위로 OECD 평균보다 200시간 가량 많다. 상대적으로 많은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주4일 근로제다.
노동계는 52시간 예외인정은 결국 근로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긴요한 반도체 산업 R&D’로 제한한다고 해도 틈을 열어주면 2차 전지, 바이오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형평성을 이유로 예외 인정 확대를 요구, 결과적으로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지속적인 초과근무를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코로나19 당시에도 마스크 생산 업계에 예외를 허용했다가 다른 분야까지 규제가 풀리는 일이 발생했다”며 “당위성 없이 단순히 시간만 늘린다면 다른 산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인건비 증가, 청년채용 감소 우려”
반도체 산업 R&D에는 52시간제 예외 인정을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허용하되, 총 근로시간은 늘어나지 않도록 제한하고 대상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는 등 까다로운 제약 요건을 둬 52시간 예외 인정이 타산업까지 영향을 주지 않게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 주4일제 도입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 특성상 현실적으로 주4일제 도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52시간제 도입때도 임금은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라고 하니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자동화하고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주 4일제 도입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52시간제 예외 인정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