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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철강업계의 부채비율은 200%를 적정 수준으로 판단한다. 부채비율이 적정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철강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대제철은 안정적으로 부채를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외상값인 매입채무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축소로 매입채무 규모가 줄면서 부채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매입채무는 기업이 상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로 외상매입과 지급 어음을 뜻한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은 23조2261억원으로 전년 25조9148억원 대비 10.4% 감소했다.
실제 현대제철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4조6526억원이다. 이 중 유동부채로 분류되는 매입채무가 2조8336억원으로 19.3%를 차지한다. 현대제철의 부채와 매입채무는 전년 말 대비 각각 6.8%, 33% 감소했다. 즉 현대제철은 거래처로부터 원재료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채비율 감소 효과를 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부채감소가 진정한 ‘빚 청산’으로 보기에는 제한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입채무의 경우 일상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외상값 성격이 강한만큼 이를 줄인다고 해서 부채가 의미하는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매입채무는 공급업체와의 외상 거래로, 일반적으로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부채다. 반면 차입금은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자금이므로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즉 매입채무 감소로 부채 총액이 줄었어도 차입금 증가로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제철이 중국발 과잉 공급 여파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점에서 차입금 증가에 따른 부담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현금창출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 숫자만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재무 부담 증가를 간과하면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 측은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재무 관리 방향을 설정했다”며 “추후 차입금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2020년 108.7% △2021년 102.8% △2022년 92.4% △2023년 80.6% △2024년 78.7%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