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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자국 안보를 이유로 보편관세, 상호관세 등 기존에 없던 개념으로 적성·우방국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중국산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한 데 이어 오는 4월1일 새로운 통상전략 보고서를 통해 앞서 예고한 상호관세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조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거의 모든 산업군의 현지 수출이나 투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차별적 관세 조치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상호관세를 통한 ‘예봉’은 피해 가리란 낙관적 전망도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상호 동등한 수준이고, 이미 트럼프 1기 때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재개정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가 비관세장벽까지 고려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8위인 한국 역시 여러 압력을 받으리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보고서는 대미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자국 안보(무역법 제301조)를 이유로 조사에 나서거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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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미국 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이 상품 무역수지 적자 규모 축소에 과도하게 쏠려 미국의 글로벌 안보 이익과 미국 혁신 생태계의 시너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며 “미국이 중국 등 적성국을 견제하고자 새 국제 분업구조를 만들 때 한국 제조업의 역량이 미국에도 핵심 이익이라는 점을 협상 전략 때의 근거 논리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업종이나 방위비에서 타격을 입더라도 타 분야에서 더 큰 경제·산업적 수혜가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내수 시장이 작은 한국은 교역 조건 왜곡을 발견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 인도처럼 독자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우리의 무역 적자가 기업 간 경쟁력 차이 때문인지 교역 대상국의 불공정 무역행위 때문인지를 진단·분석하고 처방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우리의 불공정 무역행위 수준이 경쟁국 대비 낮다는 걸 확인한다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과정에서 중국이나 인도, 유럽연합 대비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지는 기회 요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미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결국엔 승리자 대열에 설 수도 있다는 게 보고서의 희망 섞인 결론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산업·통상 질서를 세우겠다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미 세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내부 문제나 미·중 양자 관계 위주에 머물렀던 전략 인식의 한계를 넘어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한국의 새로운 산업·통상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