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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아이들이 일명 빅3, 빅10으로 불리는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한때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쓰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전역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거기에 ‘이제 7세도 너무 늦다’란 인식이 퍼지며 ‘4세 고시’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어학원은 주말 아침부터 학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입학시험을 보러 온 것인데, 아이들은 만 7세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나흘간 이 학원에서 시험을 본 아이들은 1,200명으로 ‘자리가 없어서 시험을 못 본다’고 할 정도로 최근 학원가에서는 이같은 ‘7세 고시’가 성행하고 있다.
‘7세 고시’의 시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까? 한 사설학원의 모의고사 시험지는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긴 지문 여러 개를 읽고 30여개의 지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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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학원의 입학시험에서 고난도의 문제가 출제되면서 아이들은 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새끼학원’으로 불리는 또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해당 학원의 시험 문제를 직접 풀어본 서울대생들은 “초등학생이 풀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몇 개는 진짜 답의 확신이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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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학업 부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특히 4세에서 7세 사이는 전두엽 특정 부위들과의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이 초기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우울감이나 불안에 빠지고, 반동 형성으로 공격성이나 반항성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이선화 원장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엔 어릴 때부터 분노를 쌓아온 아이들이 많다”며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우울증, 불안증이 심각해진 상태”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