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미국 멀티패밀리(다가구주택)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한국투자공사(KIC), 행정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미국·유럽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그 대체재로 멀티패밀리를 찾는 분위기다.
KIC는 멀티패밀리에 매년 꾸준히 펀드로 투자하고 있고, 행정공제회는 실리콘밸리,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마이애미, 휴스턴, 노던버지니아, 샌디에이고 등 미국 전역에 멀티패밀리를 투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집값을 끌어올릴 경우 주택 ‘임차’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도 멀티패밀리 투자에 긍정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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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S&P글로벌에 따르면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10월 초까지 52.7% 올랐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주거용부동산 가격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미국 전국적으로 주거용 부동산 가치 변화를 추적한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재택근무 확산으로 도심 오피스 등 상업용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반면 주거용 부동산은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한 것. 사람들이 오피스에 매일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니 비싸고 좁은 시내 아파트 대신 교외 지역에 있는 넓은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미국 주거용부동산과 상업용부동산의 ‘양극화’도 수년째 확대됐다. 데이터 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가 집계한 상업용부동산 가격지수(CPPI)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작년 10월 초까지 7.3% 하락했다.
상시 또는 특정 요일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자 도심 내 오피스 공실률이 올라서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정책은 주택 부족을 유발해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주택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백만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 추방으로 주택 수요를 줄이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3%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 추방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 효과보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모기지 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민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면 오히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가 전 수입 품목에 최소 10% 관세 부과(중국산 수입품 60%)를 할 경우 건축 자재비용이 상승하고, 주택건설 비용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침엽수 목재에 관세를 부과했다. 전국주택건축업협회(NAHB)는 이로 인해 단독주택 건설비용이 약 9000달러 올랐다고 지난 2018년 추산한 바 있다.
이처럼 집값이 높아지자 미국에서는 주택을 매매하기 보다 임차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미국 주거용부동산 ‘멀티패밀리’가 안정적 투자자산으로 관심받는 이유다.
멀티패밀리는 한 소유주가 건물 전체를 소유하고 개별 호수(유닛)를 임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다가구주택’과 유사하다.
멀티패밀리는 보통 단지 당 100~300가구 규모로, 주로 연간 6만달러 이상 소득을 가진 중산층이 임차인이다. 빌딩 및 단지를 통 매입해서 전문운용사가 투자금을 운용하며 전문 관리회사가 임대 관리를 한다.
피트니스센터, 야외 바베큐 공간, 단지 내 사무공간·회의실·라운지와 같은 고급 편의시설이 있으며, 이 비용이 임대료에 포함돼서 추가 관리비가 없고 임차인 만족도가 높다.
멀티패밀리 임대료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코로나 초기 1~2년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 멀티패밀리 수요가 급증한 반면 건설 중단에 따른 공급 급감으로 임대료 상승폭이 컸다.
지난 2023년부터 건설이 재개된 후에도 멀티패밀리 임대료는 완만한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멀티매필리 투자 전문 사모펀드인 그린리프캐피탈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멀티패밀리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월 1500~3000달러 이상이다.
미국 멀티패밀리 자본 제공업체 아파트먼트 론 스토어에 따르면 멀티패밀리 광역도시권(메트로) 중층 및 고층 A급 자산은 캡레이트(자본화율)가 4.8~5.07%며 B급 캡레이트는 4.85~5.14%, C급은 5.5~5.6% 수준이다.
그린리프캐피탈파트너스는 “금리가 높아 주택 소유에 대한 부담이 커져서 임대가 현실적인 선택이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예상보다 미국 기준금리 하락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주택을 매매하기 보다는 임차하려는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