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무역 질서를 통째로 뒤흔들 관세전쟁을 예고하면서 국제 금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실물 금 수요가 늘자 뉴욕으로 금괴를 대거 운반하는 ‘대서양 횡단 골드러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보관소에서 금을 인출하는 데 두달 넘는 시간이 소요되자, 실물 금이 실제 있느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17일(현지시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도 미국 정부의 금 보관소를 겨냥해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제 금 시장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런던 금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지난 1월 런던에서 빠져나간 금의 규모는 140억달러 어치(약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 재고는 작년 12월에 견줘 1.7%나 감소하며 LBMA가 지난 2016년 집계를 작성한 시작한 이래 월간 기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대로 미국의 금 보유량은 계속 늘고 있다. 미국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가 1월 말 현재 보유한 금 재고량은 927.92톤(t)으로,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던 지난해 11월 말 이후 뉴욕의 금 재고는 578.56t이나 급증했다.
미국과 영국의 금 재고량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뉴욕과 런던의 금값 차이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9시40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COMEX·코멕스)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40달러(0.7%) 오른 온스당 2921.10달러에 거래됐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27%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0% 더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온스당 2968.50달러까지 오르며 3000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이날 런던의 금 가격은 2900.55달러로 뉴욕 금값보다 20달러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양국간 금값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월가 은행들은 뉴욕과 런던의 금값 차익을 노리고 런던 금융가 지하에 보관된 금을 실어 나르는 이른바 ‘금괴 수송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세계 금 시장의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금괴를 뉴욕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실제 인출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자 다른 곳에서 금을 빌리느라 대여금리도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골드러시는 세계 무역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국제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