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헌법재판소가 예정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이 다가오자 헌재 앞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핵 찬반을 각각 주장하는 이들이 헌재 앞으로 모여들면서다. 헌재가 추가 변론기일을 지정하지 않을 시엔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헌재 앞을 찾아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사거리에서 경찰들이 경찰차벽 등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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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은 경찰 경비가 평소보다 더욱 삼엄해진 모습이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가 예정한 마지막 변론기일인 이날 헌재를 찾아 폭동을 일으키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서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50개 부대 3000여명을 헌재 인근 경비를 위해 투입했다.
경찰은 헌재 앞 도로를 완전히 통제하면서 차량이 통행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헌재 정문 앞 보도도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맞은편 보도도 길목마다 질서 유지선 등을 이용해 한 사람 정도만 드나들 수 있게끔 통행량을 조절했다. 길목에 선 경찰관은 시민에게 목적지를 물으면서 탄핵 관련 손팻말을 든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편 보도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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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른 오전부터 헌재 맞은편 보도에 모여 “탄핵 반대” 등을 외쳤다. 정오 무렵부터는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도 지하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갑자기 헌재 인근으로 진입하는 상황을 막고자 높이 4미터(m)가량의 임시 차단벽을 설치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집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 대행이 가입한 동문 온라인 카페에서 불법 음란물이 유포되는 것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헌재는 해당 카페를 둘러싼 의혹과 카페 해킹 정황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시민의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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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전날에 이어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이날 오전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정권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긴장을 조성하고 군사적 충돌을 유도했다”며 “국민들을 전쟁의 위협 속에 몰아넣으려 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윤석열은 외환·전쟁 혐의자”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윤석열의 파면을 결정해달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와 시민 800여명이 쓴 ‘한 줄 시민 의견’ 등을 헌재에 제출했다.
한편, 이날 헌재 앞을 제외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도 탄핵 찬반 목소리는 이어질 전망이다. 오후 6시 광화문 청계광장에선 윤 대통령 지지 모임 ‘국민 변호인단’이 출범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연사로 등장할 예정이다. 반면,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