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인공지능(AI) 모멘텀에 올라타며 증시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최근 해외 수주에 성공한 가스터빈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대형 원전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각 부문에서 추가 수주가 이어지면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리레이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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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전 거래일 대비 1800원(2.32%) 내린 7만 5800원에 마감했다. 종가는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에는 7만 9700원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만 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318.78% 상승했다. 증권가가 제시한 목표주가도 1년 새 2만 6500원에서 8만 5125원으로 세 배 넘게 뛰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도 두드러진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2조8773억원)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5087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기관 역시 1575억원을 순매수하며 두산에너빌리티를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렸다. AI 인프라 확산 속에서 두산이 전력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구조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상승세는 신규 수주 소식이 반영된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6년 말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상업용 대형 가스터빈을 해외에 처음 수출한 사례이자 두산에너빌리티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나 SMR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을 ‘브릿지 전원’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 발전의 핵심 장치가 바로 가스터빈이다.
글로벌 가스터빈 수요는 연간 80기가와트(GW)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30%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납기 경쟁력도 주목받고 있다. 발전소용 대형 가스터빈은 사실상 GE, 미쓰비시 등 소수 업체만 공급 가능한 시장으로, 이들 제작사의 리드타임이 평균 5~7년까지 늘어난 반면 후발 주자인 두산은 1~2년 내 납품이 가능하다.
 | |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사진=두산에너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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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이번 수주를 계기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 AI 데이터센터라는 신규 시장 진입이 확인된 데다 기존 주력인 원전과 SMR 사업의 실적 개선세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주요 파트너사의 SMR 단지 건설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이 잇따르며 시장의 강한 수요도 재확인되고 있다.
SMR 부문에선 뉴스케일파워의 모듈 12기 조립 수주, 대형 원전 부문에선 체코 원전과 웨스팅하우스의 불가리아 원전 기자재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 이후 급등했던 주가가 추가 수주 부재로 충분한 조정을 거친 만큼 앞으로의 수주 모멘텀은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향 가스터빈 수주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속화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전력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는 점은 장기 실적 가시성 확보에 따른 분명한 밸류에이션 상승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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