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서울 을지로 을지파이낸스센터(EFC) 개발사업이 선매입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 원소유자인 시행사 아이비네트웍스는 건물을 개발 전 선매각하려 했으나 여러 차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아이비네트워스가 자체적으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을 하는 중이다. 이달 본PF 딜클로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비네트웍스, 선매입사 없이 본PF 조달중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아이비네트웍스는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 개발을 위한 8000억원 규모 본PF 조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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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중구청에서 지난 2023년 8월 16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데 이어 작년 3월 11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현재 기존 임차인 퇴거 및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내용을 보면 이 일대에는 지하 8층~지상 24층, 연면적 6만7491.89㎡ 규모 업무시설 및 제2종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다. 교보자산신탁이 신탁사 및 사업시행자를 맡고 있다.
해당 건물 개발은 선매입사 없이 진행 중이다. 당초 아이비네트워스가 건물을 개발 전 선매각하려 했으나 총 3차례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건물을 선매입하려 했지만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2023년 합의 하에 해지했다.
MOU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합의했던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항과 선택조항들이 있으며, 작성내용에 따라 법적 구속력도 가질 수 있다.
이어 삼성SRA자산운용이 취득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딜클로징되지 못했다. 투자자인 삼성생명이 일부 토지 리스크를 이유로 투자를 보류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건물 부지에 포함된 재한 화교들 소유 토지가 향후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측에서는 부동산 실물자산에 투자해도 되는데 굳이 리스크가 있는 개발 물건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그럴거면 애초에 삼성SRA자산운용이 인수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원 소유자인 아이비네트워스가 자체적으로 본PF 자금조달을 하는 중이다.
이달 본PF 딜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러 조건들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선매입사가 없을 경우 본PF 조달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게 업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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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PF 조달이 되면 그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 아이비네트워스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앞서 여러 시공사들을 검토했고, 현재는 도급 계약 조건들을 협의 중이다.
이 전략은 서울시가 부동산 개발주체에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건축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에 공원과 녹지를 만들어서 시민에게 제공하게끔 하는 게 골자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용적률 상승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임차인들은 녹지 비율이 높아져 오피스 이용 환경이 쾌적해진다.
이 사업장은 지난 2023년 2월 고시된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개방형 녹지’를 도입한 첫 사례다. ‘개방형 녹지’란 민간대지 내 지상에서 공중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부가 개방된 녹지공간을 말한다.
개방형 녹지와 연계해서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고, 개방형 녹지 내 마련된 선큰(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은 지상부 개방형 녹지에서 지하부 입점할 근린생활시설 공간으로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사업지의 동측(수표로변)에는 공개공지와 연계한 녹지공간을 조성해서 다양한 활동의 장을 제공한다. 또한 서측(을지로9길변)과 남측(삼일대로12길변)에는 녹지와 어우러진 보행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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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건물이 속한 도심권역(CBD)은 강남권역(GBD)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부동산 전문 서비스·투자 관리회사 컬리어스 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도심권역(CBD) 월 평균 임대료는 3.3㎡(평)당 약 12만5916원으로 집계됐다.
강남권역(GBD) 임대료인 3.3㎡(평)당 12만8873원보다 저렴하다. 건물 재개발이 완성되면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도심권역과 강남권역을 비교하면 도심은 향후 신축 오피스 공급이 늘어날 것인데다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라며 “반면 강남은 앞으로도 공급이 늘기 어렵기 때문에, 강남에서 원하는 규모만큼 오피스 임차를 하지 못한 회사들이 도심에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