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위해 도와주세요”…극한 가뭄에 팔 걷은 시민들 [따전소]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을 겪자 전국 각지에서 강릉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 출신의 두 청년이 연 ‘물 기부 캠페인’에는 5일 만에 3톤(t)이 넘는 생수가 모이며 시민에게 단비가 됐다.

강릉 출신 직장인 김수민(24)·심수연(24)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생수 기부 캠페인을 열어 기부 받은 생수 중 일부가 쌓여있다. (사진=김수민씨 제공)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열린 ‘강릉시 물 기부 캠페인’에 3.4톤, 2리터(ℓ)짜리 1700병에 달하는 생수가 모였다.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시가 시민 1인에게 2리터 물 12리터(6일 치)를 배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283명의 시민이 6일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물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강릉 출신의 두 청년이 나선 덕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사는 직장인 김수민(24)·심수연(24)씨가 자신의 SNS에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출발점이 됐다. 두 사람은 강릉 가뭄 사태의 심각한 현실을 설명하고 생수를 기부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이 안 되다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다가는 강릉이 멸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돼 기부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강릉은 ‘가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시는 극심한 가뭄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제한 급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역대 최저치인 11.7%까지 떨어졌다. 시는 향후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격일제 단수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물이 없어서 아이들이 화장실을 가기도 어렵다고 하고, 친구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는 급식이 중단돼 빵과 우유로 때운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두 사람은 생수 기부를 위해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 2리터짜리 물을 강릉시청 주소로 보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렇게 모인 물은 하루 만에 1톤이 넘었다. 적게는 12리터부터 많게는 336리터를 기부한 사람도 있었다. 같은 강릉 출신 지인들뿐 아니라 이집트나 미국에서 사는 지인들도 물을 보냈다. 기간도 당초 5일만 진행하려 했지만 하루를 더 연장했다. 마감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기부가 끝났느냐’ ‘물 기부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친구나 지인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또 홍보하고 알려줘서 뒤로 갈수록 모르는 분들도 기부에 많이 참여해줬다”며 “다들 기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모인 물은 모두 시로 전달됐다. 시는 전국 각지에서 기부받은 물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있다. 두 사람 역시 추가 기부를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다음번 기부는 수혜 대상도 좀 더 고민하고 구체화해서 정말 물이 시급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올 여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던 강릉에 다가오는 주말 단비가 예보돼 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오는 13일부터 20~60㎜의 비가 내리겠다. 동해안은 북동풍 유입이 변수로 작용해 강수량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이번 비에도 강릉의 가뭄이 해결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그간 수질 논란이 일었던 도암댐 도수관로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생활용수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와 시는 20일 전후 시험 방류를 시작하고 수질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김수민(24·왼쪽)·심수연(24)씨. (사진=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