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시시각각 조여오고 있으나 한국 증시는 오히려 숨통을 트고 있다. 관세 조치가 협상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시장은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추를 올리는 모양새다. 최근 거래대금이 늘며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관세 노이즈는 여전히 부담스러운데다 지수 반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미리 감안할 필요가 있다.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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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1%(17.78포인트) 오른 2539.05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트 대통령이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따른 부정적인 뉴스 플로우가 이어졌으나 증시는 반등을 시도하며 장중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이후 60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한 기관에 이어 외국인도 이날 사자로 돌아선 게 주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데다 한국의 수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예고했으나 시장 반응은 달랐다. 한국 기업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외교협상용 카드’에 그칠 수 있으며 미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세 조치는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이어진 만큼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악재에 내성이 생기면서 거래대금은 되려 느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하루평균 8조원대였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0조원대로 증가했다. 지난 10일에는 코스닥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겼다. 거래가 줄며 지수가 하락하는 최악의 단계를 벗어나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이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적인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리쇼어링 등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세 조치를 통해 타격을 입은 나라에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트럼프 1기 때처럼 예외를 인정하면서 관세 효과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관세 노이즈가 상수화된 만큼 시장은 관련 정책에 따른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협상용 카드라 할지라도 한국 기업의 미국향 수출 수익성 하락 및 미국 외 지역 경쟁 심화는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어려운 것도 우려할 만하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부터 증시에 반영된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를 추종하는 KRX 철강 지수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후 20% 넘게 빠지는 등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주요 기업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노이즈는 여전히 부담스러운데다 국내 주요 종목의 이익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감안해야 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트럼프 관세 압박에 내성을 갖춰가고 있으나 주가 상단은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영향에서 덜한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이 유리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