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서 동료 구하다 그만…‘5남매 아빠’ 3명 살리고 영면[따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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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맨홀서 유해가스 중독된 직원 구하려 갔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의식 못 찾고 사망
3명에 간과 양측 신장 기증…유족 “자랑스런 아빠”
  • 등록 2025-09-11 오후 5:27:05

    수정 2025-09-11 오후 5:58:0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난 7월 인천에서 발생한 맨홀 사고 당시 업체 직원을 구하고 뇌사에 빠진 이용호(48)씨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사망했다. 장기기증으로 또 다른 3명의 생명을 살린 그는 자랑스런 남편이자 5남매의 친구 같은 아빠였다.

지난 7월 인천서 발생한 맨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총 3명에게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선물한 이용호씨(48)의 생전 가족사진.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 씨가 지난 7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간과 양측 신장을 3명에게 각각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인 이 씨는 지난 7월 6일 인천 계양구에서 발생한 맨홀에 들어갔다가 쓰러져 하루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이후 8일 만인 7월 14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해당 사고로 직원과 이 씨 2명이 숨진 가운데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이 불편한 만큼 아픈 사람들을 늘 돕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목공 배우기 등 수작업으로 하는 일을 배우기 좋아했고 졸업 후에는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우다 사업체를 설립해 경북 지역 상하수도 점검 일을 10년 넘게 해왔다.

그에게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필리핀에서 온 아내와 5남매가 있다. 일을 마치고 올 때면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왔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이나 캠핑을 가는 자상한 아빠였다.

유족 측은 5명의 자녀들이 다른 이들을 살린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하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의 아내 이시나 씨는 남편을 향해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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