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이성과 닛산의 자존심 충돌"…'세계 3위 車' 야심 물거품

日 혼다·닛산, 합병 철회 공식화
혼다의 ‘자회사’ 제안 닛산 거부
생존전략 관건…전기차 협업 지속
  • 등록 2025-02-13 오후 5:35:30

    수정 2025-02-13 오후 5:35:3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 자동차 기업 2위 혼다와 3위 닛산이 합병 철회를 공식화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을 제치고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양사의 야심찬 합병 구상은 52일 만에 물거품이 됐다.

혼다와 닛산 로고(사진=AFP)
합병 추진 철회한 혼다와 닛산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오후 따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 합병 결렬에 대해 “두 회사 간에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라이벌인 혼다와 닛산의 동맹 선언은 세계 자동차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양사는 작년 3월 전기차, 소프트웨어(SW) 등 미래차 핵심 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 나아가 작년 12월 경영 통합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물리적 결합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닛산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양사의 사업이 중복돼 시너지를 찾기 어려워 “합병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전망이 현실화 됐다.

양사의 역사적인 경영 통합이 두 달도 채 안되서 무산된 데에는 합병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경영 위기 인식에서 온도 차이를 보였고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속도감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양사는 공동 지주회사를 만들고 산하 기업에 속하는 형태로 오는 6월까지 합병을 마무리 짓고 이후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도 합류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통합비율 등 조정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경영부진에 빠진 닛산이 자구책을 내놓았으나 만족하지 못한 혼다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양사 합병 구상에서 결정적인 균열로 작용했다. 대등한 통합을 원했던 닛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불거지면서 결국 우치다 마코토 닛산 회장이 지난 6일 혼다 측에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번 합병은 혼다의 닛산 인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혼다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선택지였느냐는 질문에 미베 사장은 “그것에 대해 생각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그는 “공동 지주회사 설립이 아닌 주식 교환을 통한 경영 통합을 제안했다”며 “단일 지배구조 체제의 조기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었다”고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양사 합병 불발에 대해 일본의 나카니시 자동차산업 리서치의 나카니시 다카키 대표 애널리스트는 “혼다의 ‘이성’과 닛산의 ‘자존심’이 충돌하면서 결국 감정적으로 끝을 맺은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4년 12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닛산자동차와 혼다 측 최고경영자가 합병 협상에 관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전기차 부문에선 협업 이어가기로

통합 대신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양사 모두 난관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십자포화 속에서 혼다와 닛산은 생존 전략을 시급히 재고해야 한다. 양사 모두 세계 판매량 기준 10위권 내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톱 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양사 모두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타사보다 열세로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혼다는 이날 실적을 발표했는데 중국 사업의 부진이 실적에 부담을 줘 2024년 4~12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7% 감소한 8052억엔(약 7조5700억원)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5000억엔(약 4조7000억원) 이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 결별에 닛산 인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대만 폭스콘의 모회사 홍하이정밀공업의 행보도 주목 된다. 교도통신은 “닛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대만의 폭스콘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양사의 물리적 합병은 무산됐지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를 포함한 3개사는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협력 논의는 지속하기로 했다. 미베 사장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닛산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전략적 파트너십 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협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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