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부

고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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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앞자리 뒷자리 시간전
"미국채 10년물 0%대 재진입해도 경기 꺾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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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모멘텀 지속·둔화 '퐁당퐁당'…성장·가치주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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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포드, 가이던스 2배 올려도 주가 횡보…경기민감株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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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2Q 매출 100억달러 재돌파…58년 이어진 배당금 증액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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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깜짝실적'에도 주식시장은 둔감…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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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株소설]우리는 본래 '박스권'의 민족이었다
    우리는 본래 '박스권'의 민족이었다
    고준혁 기자 2021.06.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가 전고점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세가 가파르진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방경직성이 탄탄한 만큼, 위도 단단하다고 진단합니다. 다만 낯설진 않습니다. ‘박스피’란 말이 있을 정도로 코스피의 횡보를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부침을 누구보다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배달의민족 광고. (사진=배달의민족 공식 유튜브 캡쳐)◇ 코스피 장중 기준 최고가는 아직도 1월 11일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6월 들어 1.4% 올랐습니다. 지난 7일엔 3252.12로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 1월 11일 3266.23 최고점을 아직도 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횡보장, 혹은 올라도 약간 오르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점입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수가 약간 내리면 자금이 들어오지만, 또 약간 오른다 싶으면 확 끊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박스권 상단 저항에 대한 경계감’이란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피200 선물 시장 역시 매수세가 강한 모습이지만, 코스피 3260포인트 수준까지 형성된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매우 강한 모양”이라며 “지금까지의 상승은 박스권 내부에서의 상승으로 볼 수 있지만 박스권 돌파 이후의 상승은 추세적인 상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은 완만한 시장 에너지의 증가는 추세를 이어가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에너지가 약하다는 가장 큰 이유로는 실적 추정치 증가율의 둔화가 꼽힙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실적에 적신호가 포착된 것입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6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6.0%로 올해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 20년(2002~2021년) 영업이익 증가율의 평균 수준인 18%보다도 조금 낮은 것입니다. 이는 향후 12개월 앞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 하반기부터 꺾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반기부터는 내년에 대한 비중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반기는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이익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증가율 자체가 둔화되면 그간 이를 따랐던 주식시장은 실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생각보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을 완성품으로 전가하기 어려울 수 있단 점 등으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단 시각도 있습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1분기 놀라운 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그 기저에는 마진율 개선이 있었는데, 한국은 하반기까지 공격적인 추정을 하고 있다”며 “2분기는 이익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하더라도 이후의 마진 축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 디램(DRAM) 평균가격 증감률이 올해 4분기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점이나 달러 강세 전환 전망 등도 코스피를 누르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반등할 확률을 낮추기 때문입니다.다만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준 뒤부터는 상승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 있습니다. 시장이 유동성 둔화 자체보다는 유동성이 둔화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긴축 우려 때문에 그간 코스피가 위축돼 있었으니, 이게 사라지면 다시 지난해처럼 상승한다는 논리로도 연결됩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초 긴축 조정 이후엔 강세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과거 ‘경기침체 후 1년’의 긴축 조정 이후에도 대부분 모두 강세장으로 복귀했다”며 “긴축 이전의 위험선호도와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후에도 유사한 강도의 랠리가 나타난 게 아닌가 추정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익 컨센서스 증감율의 둔화든 긴축이란 불확실성의 해소든, 어떠한 관점에서 보든지 간에 당분간 코스피가 3200을 뚫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스피에 친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 2000년대 이후 ‘박스피’ 구간. (출처=IBK 투자증권)◇ 박스피 땐 ‘테마주’·‘스몰캡’ 강세코스피는 박스권이었을 때가 더 많다는 점에서 사실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이 더 낯섭니다. 긴 시계열로 보면 가장 가까운 박스권은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13년간 진행됐습니다. 2000에서 3000으로 넘어가기까지가 이렇게 오래 걸린 것입니다. 좁혀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로 약 60개월간 1000선대 후반~2000선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박스피의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현상은 비슷합니다. 갈 곳 잃은 자금의 방황입니다. 2016년 7월 발간된 한국투자증권 ‘스몰캡 투자전략’ 보고서 일부. (출처=한국투자증권)지난 2016년 7월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는 지난 5년간 1800~2100포인트라는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형국”이라며 “‘고여 있는 물이 썩는다’는 속담이 있듯, 부침 없는 코스피 하에서 머니게임식의 개별종목 장세가 전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어 “공고한 박스피 장세로 인해 낮아진 투자 수익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회해야만 하는 스마트머니들은 그 속성에 비추어 볼 때, 나보다 더한 바보를 찾을 수만 있다면 품절주, 대선 관련주 등의 묻지마식의 투자도 감행할 수 밖에 없다”며 “개별종목들과 테마주들의 높은 변동성과 빠른 순환매를 감안할 때 개별종목 접근은 리턴을 줄이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합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달 총 204건의 투자가 시장 경보 조치를 냈는데, 대부분 정치 테마주와 우선주, 코로나19 백신 관련주 등이었습니다. 6년 전과 현 박스피의 현상이 비슷한 셈입니다. 최근엔 스팩(SPAC)이나 AMC엔터테인먼트 등 일명 ‘밈 주식’이 추가된 게 좀 다르다면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박스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스몰캡의 강세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개별 종목 장세의 당연한 결과로 여겨집니다. 지난 2016년 상반기 당시 코스닥 스몰캡 지수는 역사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 코스피 소형주의 수익률은 26.5%로 코스피 대형주 10.8%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코스닥 대형주 수익률은 -8.1%고 소형주는 19%로 간극이 더 뚜렷합니다. 지난 4일 ‘중소형주는 계속 잘 가고 있습니다’란 보고서를 낸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변동폭이 줄어들면서 소위 ‘재미없는’ 장세라는 이야기도 일부 있었으나 중소형주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5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가 좋아지는 국면에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으로, 반도체 강세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경기재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중소형주에서 더 돋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현 박스피의 성격은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에서 2010년 때와 비슷하다고 평가됩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 이후의 시기 △국내와 중국 경기 모멘텀 먼저 약화 후 미국과 유럽 경기 반등 △기저효과 맞물리며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밸류에이션 하향 안정 등 환경이 비슷하다”며 “당시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한 업종은 대부분 12개월 선행 EPS 상향이 두드러졌는데, 대내외 경기 흐름에 따른 수요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흐름이 미국과 유럽 소비 수요가 나아지고, 선진국 투자 정책 테마가 탄소중립과 반도체 굴기란 점 등을 고려해 업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株소설]매냐 비둘기냐 고민하는 파월, '매둘기'가 돼버릴까
    매냐 비둘기냐 고민하는 파월, '매둘기'가 돼버릴까
    고준혁 기자 2021.06.0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몇몇 주요 인사들이 최근 들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란 단어를 자주 내뱉으며 매파(hawkish)로 전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비둘기파(dovish)에 있어, 결과적으론 연준 안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연준에 매파적인 기운이 계속 퍼져 나갈 것인데, 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모습을 비춰선 안 되기 때문에 비둘기들은 매를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비둘기임을 피력하기 위해 ‘애매한 문장’들을 내뱉을 것이다”라고 전망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나 인플레이션으로 지목됩니다. 달라진 건 원자재값 상승보다 더 위험한 노동시장과 임금에 관련됐다는 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원자재 병목은 사라지겠지만, 노동자 부족이 온다3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5Y5Y 선도 인플레이션(5-year, 5-year forward Inflation)은 올 초 1.5%에서 지난달 11일 2.38%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뒤 안정세를 보이며 2일 2.2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에서 5년물 값을 뺀 것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진성 물가상승 기대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데이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시장은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 얘기를 믿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최근 원자재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상품 지수는 2일 531.23을 기록해 연초 400선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 역시 5월 중순 들어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철광석 등 고체로 된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5월 21일 3266.00 고점을 찍고 2일 2530.00으로 하락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상품(Commodity) 가격을 강제로 통제하는 것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원자재 선물 사재기 등 투기성 매매가 줄어든 것으로도 파악됩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임이 오르면서 인플레,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 우려가 더 커졌는데 BDI가 하락하는 걸 보면 조금 누그러지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아무래도 유럽과 아시아 경제 재개가 가까워질수록 공급 병목 해소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소재와 부품 업체보다는 셋트 업체에 좋은 이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은 최근 테이퍼링을 더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준 핵심 관계자는 아직도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강조하고 있단 점에선 불협화음이기도 합니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조기 테이퍼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전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 총재의 발언에서 ‘매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러드 총재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얘기했고, 가장 강력한 비둘기인 브레이너드 이사는 ‘경제가 양방향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를 주시하겠다’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될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코로나가 만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노동자들’연준 내 매파가 퍼지는 이유에 대한 힌트는 불러드 총재의 발언을 보고 얻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복병으로 지목되는 임금 상승입니다. 노동 시장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해 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단 것입니다. 상품 가격은 최근 사례처럼 수요 측에서 힘을 갖게 되면 다시 하락할 수도 있지만, 임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상품이 아닌 사람은 한 번 올라간 임금이 다시 떨어지는 걸 용인하지 않습니다. 임금 인상이 재화 가격 인상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위험 요소인 이유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에서 지난 4월 6.1%로 꾸준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완전고용실업률 또는 자연실업률로도 불리며 정상적인 상태의 4.5%(2분기 기준)에 조금씩 근접해 갑니다. 지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정상 실업률에 대한 기준은, 일할 만한 사람은 모두가 일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실업률을 뜻합니다. 이는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 둘로 분해됩니다. 전자는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겨나는 실업이고, 후자는 일자리 자체가 구직자보다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실업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실업률 자체가 높아져 있을 가능성입니다.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충분히 받은 사람들은 웬만해선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작정하거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은퇴 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4차산업 혁명이 가속화돼 IT전문직종은 나날이 느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갑자기 생겨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이 모두 증가한 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인의 노동시장 참여 부진이 일시적이겠지만, 팬데믹에 따른 영구적인 변화도 시사한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만약 자연실업률을 측정하는 미국의 의회예산처(CBO)가 이를 너무 낮게 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극단적인 예로 자연실업률이 이미 6.1%라면 지금 미국은 이미, 연준이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완전고용을 이미 달성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 완화 기조를 유지해 활성화해도 변동이 없을 거기 때문입니다. 자연실업률이 상향 조정된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공급단에서 해결이 어려운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생겨 취업을 미룬 사람이 늘고 IT 개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수 자체가 없는 등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 노동자의 힘이 커지게 되고, 이는 임금 상승을 자극합니다. 미국 노동참여율은 지난해 4월 60.2%에서 올해 4월 61.7%로 복귀됐지만 코로나19 전인 63%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지원금, 노동시장 미스매치 등의 이유로 코로나19 이전에 일했던 사람들이 영영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시는 63%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주간노동시간은 4월 35시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구직자는 적은데 기업들은 채용을 더는 늦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참여율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호황엔 오히려 사람들은 취업 대신 꿈을 택하고, 불황엔 취업을 택한다”며 “여기다 미국은 현재 1960년과 같은 복지정책을 쏟아부어 노동공급을 감소시켰다. 이 두 가지는 먼 미래에 인플레이션 압력과 버블 붕괴의 불씨가 돼 돌아올 것이다”라고 관측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이 최근 큰 정부와 강한 노조를 선호한다”며 “인플레는 가격이 급등하면 반대급부로 공급이 늘어 하락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 높아지는 게 아닌 힘(Power)에 의해,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행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이란 이름의 인프라 투자 ‘미국 가족 플랜(American Families Plan)’ 등 천문학적 규모의 정책을 펴고 있단 것입니다. 이는 방황하는 노동자들에 구미가 당길만한 일자리를 늘리거나 IT업계 등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도전할 수 있게 할 자양분입니다. 효과를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연준 관계자들은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이미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실제 경제에 미칠 위험의 규모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과 ‘혹시라도 위험이 크면 큰일이니 지금 그냥 인플레이션을 잡자’는 의견이 대립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두에 언급한 금융업계 관계자가 연준이 앞으론 ‘애매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5월 신규고용 및 실업률 발표와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만, 테이퍼링을 생각하는 것조차는 이번엔 생각하고 있다”는 식의 이상한 말을 하게 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 [株소설]비트코인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어!"
    비트코인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어!"
    고준혁 기자 2021.05.31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비트코인의 애초 목적은 화폐의 무정부주의입니다. 발권력을 남용해 금융시장을 입맛대로 조작하는 중앙은행과 정부에 맞서 ‘우리’만의 화폐를 가져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12년이 흐른 현재,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으로서 위상은 커졌지만, 화폐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5월 한 달간의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면, 아무래도 화폐의 가장 큰 기능인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가 될 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선 살아남는 게 급선무입니다.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성공적입니다. 이 역시 롤러코스터를 탄 5월 그래프 때문입니다.비트코인과 혁명을 연관시킨 이미지. (출처=OnBuy)◇ 태초에 조상님들이 있었다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말 사토시 나카모토란 익명을 쓰는 사람 혹은 집단이 만들었습니다. 시기가 미국발 금융위기었다는 점이 상징하듯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화폐를 구축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활용해 중앙은행 없이도 ‘우리끼리’ 화폐를 보증해 사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009년 11월 사토시는 P2P 기술 포럼에서 탈중앙화(Decentralized)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관의 지배를 받지 않는 화폐란 꿈은 더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부의 대전환 코인 전쟁’이란 책에서 비트코인의 선구자격인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1980년대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에 앞장섰던 데이비드 차움은 1983년 거래 당사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은닉 서명을 개발해 암호화폐의 뼈대를 만듭니다. 1990년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Ecash)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담 백, 닉 재보, 할 피니, 웨이 다이는 ‘해시캐시’ 등은 ‘비트 골드’, ‘e-머니’, ‘비-머니’ 등 암호화폐의 전신이나 핵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홍 교수는 “그들은 현 기축통화인 달러가 세계 시민을 위한 통화가 아니라 통화 금융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통화로 보았다”며 “비트코인이 통화 금융 세력의 패권적 횡포이자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인 신뢰 부족, 빈부 격차, 금권 정치, 인플레이션, 통화 교란으로 인한 금융위기 등에 맞서 싸우는 세계화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서술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학자들도 금융 세력의 횡포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대안 화폐를 구상했습니다. 존 케인스는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 때 영국 대표로서 세계화폐 ‘방코르(Bancor)’를 쓰자고 제안하지만 미국에 의해 거절됩니다. 자유주의 신봉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1976년 ‘화폐의 탈국가화’란 책에서 화폐 발행의 자유화를 주장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화폐 발행량을 결정하지 말고 일정한 통화증가율을 사전에 공시하고 준수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저서에 ‘미래의 화폐 형태가 과연 컴퓨터의 바이트(Byte)일까?’란 물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최근 3달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출처=coindesk)◇ 이주열 총재 “CBCD 도입하면 암호화폐 수요 감소할 것”이렇게 보면 비트코인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간의 염원이 담긴 결과물인 것입니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를 낳는 지금의 코인판 분위기와는 달리, 진지하고도 비장합니다. 여러 스테이블 코인이 나오고 있지만 달러와 연동돼 있단 점에서 탈중앙화에서 빗겨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퍼블릭 코인이 세계화폐가 돼야 100년 구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원유라 불리는 이더리움을 탄생시키고, 이 생태계에서 디파이(DeFi), 대체불가토큰(NTF) 등이 출현하는 등 기술의 진보와는 별개로, 세계화폐의 꿈은 쪼그라들고 있단 얘깁니다. 우선 현재까지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 추이를 보면 교환의 매개 기능을 절대 수행할 수 없습니다. 30일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 초 3만달러에서 지난 4월 16일 6만3346달러까지 오릅니다. 지난해 여름엔 1만달러가 채 안 됐었습니다. 그러던 게 5월 24일 3만4259달러까지 떨어집니다. 몇 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가 다시 두 배로 떨어지는 화폐라면 일상에서 사용이 불가합니다.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위협요소로 꼽힙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쓸 뿐이지, 본인들이 돈을 통제하는 건 종이 화폐나 CBDC나 매한가지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결제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확장성은 더 축소돼 있지 않을까요. ‘비트코인이야 말로 탈중앙화된 진정한 세계화폐야’라며 사용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CBDC가 도입되면 지급 수단으로서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류허 중국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비트코인 거래 및 채굴 행위를 강력히 단속할 것” 이라고 밝히자,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됐다. (사진=AFP)◇ “코인, 미친 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희망회로’를 돌리자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컨센서스 2021 행사에서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로 올라설 것을 두려워해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단속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법화 거래를 금지한 데 이어 가상화폐 채굴 행위 타격을 위한 8대 조치 초안을 발표해 채굴도 완전히 몰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하며 세금 부과 등 규제에 나섰습니다. 수수료가 아닌 거래세를 매겨 돈이 아님을 낙인 찍는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화폐로 많이 사용하는 신호가 포착된다면 어땠을까요. 미국은 거래를 중지하고 중국에선 아예 발도 못 붙이지 않았을까요? 비트코인의 널뛰기가 어쩌면 다행일지 모른단 얘깁니다. 사실 비트코인의 주무대가 거래소란 점도 사토시 나카모토와 암호화폐 조상들에겐 마뜩잖은 일입니다. 탈중앙화돼 인류가 자유롭게 써야 할 통화가 몇몇 자본기업의 통제하에 매일 매초 경매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혹시 거래소란 쇼윈도에 있는 비트코인의 폭등과 폭락을 보면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코인은 불안해서 돈이 될 수 없지만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며 “코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노려볼 때마다 미친 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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