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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겸의 일본in] 일본은 지금 '방구석 세계여행'에 열광 중
    일본은 지금 '방구석 세계여행'에 열광 중
    김보겸 기자 2021.09.19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을 보고 어느 곳인지 알아맞히는 게임 지오게서(사진=지오게서)[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일본 여행자들이 방구석 세계여행에 열광하고 있다. 제시된 사진만으로 지구 상 어느 곳인지 알아맞히는 게임, ‘지오게서(Geoguessr)’에 푹 빠지면서다. 규칙은 간단하다. 먼저 지오게서가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무작위로 사진을 골라 준다. 이용자는 주위의 풍경에서 단서를 찾는다. 내가 있는 곳이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인지를 추리한 뒤, 정답을 지도에 표시하면 된다. 쉽다 쉬워. 이곳은 어딜까? (사진=지오게서)채점 기준은 ‘거리’다. 내가 추측한 장소와 정답과 가까울수록 고득점을 노릴 수 있어서다. 미국 시애틀 사진을 보여줬는데 캐나다 밴쿠버를 골랐다면, 미국 뉴욕을 고른 것보다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스웨덴 IT 컨설턴트인 안톤 월렌이 지난 2013년 취미로 만든 이 게임은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지역들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현을 넘어선 이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실제 여행하지 않아도 세계 곳곳의 모습을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지오게서로 대리만족을 바라는 일본 이용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다.간판과 표지판은 중요한 힌트가 된다. 힌트가 될 만한 랜드마크가 없다면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신호등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신호등 옆 지명이 쓰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일본 에히메현 어딘가의 도로. 도로반사경 밑에 달린 간판을 단서로 위치를 찾아보자(사진=지오게서)첫 단계를 통과하면 난이도가 높아진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가 등장해 대체 어떻게 맞히라는 것인지 눈을 의심케 하는 곳도 있다. 그럴 때 이용자들은 지형물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사진에 표시된 논을 보고 쌀농사를 짓는 지역으로 선택지를 줄이는 식이다. 전 세계 지오게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잘 알아본 곳 역시 일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지난해 1~8월 세계 192개국 22만3942명이 제출한 지오게서 답변 120만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은 정답을 맞힌 플레이어에서 틀린 플레이어를 뺀 ‘인식 지수’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2위에 올랐으며, 러시아와 이탈리아, 브라질, 영국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풍경과 도시 경관이 가장 독특하다고 여겨지는 나라가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일본 관광업계에 ‘지오게서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도쿄 한 카페에서 두 여성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긴급사태 연장을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AFP)실제 한 플레이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하지 못했는데, 지오게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 좋다”며 “게임을 통해 알게 된 각 도도부현의 지역 번호를 외우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플레이어도 “계속된 긴급사태가 지겨워 게임을 켰더니 전혀 모르는 장소가 나왔다”며 “어쩌면 아마 평생 가지 않을지도 모르는 장소이지만 인연을 맺었다. 묘한 성취감을 맛본 기분”이라고 말했다.이외에도 “단순하지만 속 깊은 게임이다. 모르는 지역을 여행하는 즐거움에 단서를 찾는 즐거움까지 있다”며 “코로나가 안정되면 지오게서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반응도 나온다. 코로나19 시대, 지쳐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방구석 세계여행이 달래주는 모습이다.
  • 총리 후보 3인방 '아베어천가'에 속터지는 日유권자들[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9.12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차기 일본 총리직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일제히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가 새로운 총리로 오르든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전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에 유권자들 불만이 거세다.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사진=AFP)◇아베 의식하는 총리 후보 3인방 가장 노골적으로 아베 계승을 외치는 건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는 ‘여자 리틀 아베’라 불린다. 출마를 선언한 지난 8일 그는 ‘사나에노믹스’를 주창했다. 아베 전 내각의 대규모 경기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따른 것이다. 금융완화, 빠른 재정지출, 대담한 위기 관리 투자 및 성장 등 ‘3개의 화살’을 그대로 본 따 사실상 아베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여자 아베’ 사나에에 질세라 온건 보수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나섰다. 지난달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그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3개의 화살을 언급했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3개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30조엔(약 316조4000만원) 규모의 재정정책을 펴 경제적 피해를 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사진=AFP)과거 아베노믹스를 맹비난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도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한 때 자민당 당론과 맞지 않는 주장도 거침없이 쏟아내는 등 ‘공기를 읽지 않는(구키요메나이)’ 정치인으로도 불린 그였다. 자민당 행정개혁 추진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7년에는 “대규모 금융완화에 따른 리스크를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총대를 메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선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낮췄다.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기업 부문은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동자 임금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정도로 언급하면서다.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재정정책 확대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수층을 의식해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난달 4일 영업 중인 이자카야(사진=AFP)◇후보 3인방 아베 의식 왜?총리 후보 3인방이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보는 이유로는 먼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지율이 폭락한 건 보수층이 등을 돌린 탓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이 꼽힌다. 스가 정권이 1년만에 퇴장하게 된 건 당초 ‘아베 계승자’로서 기대한 스가 정권이 보수파가 이상적으로 느끼는 아베의 국가관을 되풀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찾아 참배한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스가 총리는 총리직에 오른 이후 신사에 직접 들러 참배한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스가 총리가 극우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또한 일본에서 중소 자영업자들이 주로 보수 성향을 띤다는 점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도쿄 등 수도권에 실시한 긴급사태 선언 때 밤 8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하고 주류 판매를 자제해달라 요청하는 등 음식점에 지나치게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해 스가 총리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여전히 자민당 총재 선거의 막후 주역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후보들로 하여금 그를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당내 최대 파벌이자 계파인 호소다파(96명)에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가 ‘3번째 총리’로 출마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일본 재무성 관료가 2000엔 지폐를 확인하고 있다(사진=AFP)◇“실패한 정책 왜 또 들고오나” 불만하지만 보수 일변도로 우향우한 차기 총리 후보 3인방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아베노믹스를 실시하며 2% 인플레와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또다시 실패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실망이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2년 안에 인플레 2%를 달성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노동자 임금을 올려 경제성장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 찍어냈지만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은 0.2%에 불과하며, 경제성장도 기대에 못 미쳤다. 헛발질한 정책에 쓴 비용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발행해 일본은행이 사들인 국채는 아베노믹스 이전의 4배인 500조엔을 넘는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론자는 지난 11일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로 국채가격이 폭락하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 신흥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제 위기의 전형적 패턴이 일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시나리오는 이렇다. 국채가 폭락하면 가장 먼저 일본은행 재무제표가 나빠져 신용도가 추락한다. 엔화 가치는 폭락하고 해외 수입품 가격은 폭등한다. 이는 단기간에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행은 급하게 금리를 올린다. 일본 경제활동에는 제동이 걸려 또다시 불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사기노믹스’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유권자 여론도 싸늘하다. 많은 서민들에게 아베노믹스가 약속한 성장의 과실은 그림의 떡이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연금 재원을 쏟아부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엉터리 정책을 계승하는 후보는 차기 총리 자격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불만, 차기 총리 후보 3인방은 모르는 것일까.
  • 스가 퇴진 보도 日 NHK가 욕먹은 이유[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9.06
    스가 총리가 사실상 사퇴를 선언한 지난 3일 도쿄 긴자에서 한 시민이 신문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사실상 사퇴를 선언하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유독 공영방송 NHK가 전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당시 NHK 보도 내용은 이렇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기 위해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며 “다음 주에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는 총리관저 여성 직원의 안내가 끝나자마자 NHK는 중계를 끊는다. 니혼테레비 <뉴스제로>는 3일 스가 총리의 선거 불출마 선언을 보도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자막 표시해 강조했다(사진=니혼테레비)이게 왜 문제냐고 할 수 있는데, 민영방송 니혼테레비의 ‘뉴스제로’를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니혼테레비는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의 계열사로, 스포츠나 오락 프로그램이 강하다. 뉴스 보도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스제로의 리포트에선 스가 총리가 발언을 마치고 별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하자 기자들이 외치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 있다. “총리님! 오늘은 끝까지 대답해 주세요” “정중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등 기자들의 질문이 자막으로 표시된다. 심지어 “책임을 포기하는 겁니까”라는 날이 선 질문이 쏟아지는 것까지 보여준다. 이어지는 앵커 멘트에서도 “설명은 2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습니다”라며 콕 짚어 지적한다. ◇사퇴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어…커지는 의문사실 스가 총리의 사퇴 결정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많은 의문을 남겼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의욕을 보인 터라 돌연 마음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스가 총리가 설명한 대로 “코로나19 대책과 총재 선거를 병행하는 건 어려운 일”인 건 맞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것은 아닐 터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혼란에 빠질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의문은 여전하다. 스가 총리가 지난 3일 총재 불출마 기자회견을 2분만에 마치고 있다(사진=AFP)기자회견이 단 2분만에 끝난 것도 총리가 사실상 퇴진을 선언한 것 치고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오후 1시에 스가 총리는 자신의 사퇴설과 관련해 짧게 입장을 표명한 뒤 기자단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총리 동정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9분까지는 별다른 일정이 없는데도 말이다. 스가 총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자세’(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사퇴 선언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일본 국민들이 NHK에 불만을 느낀 지점도 바로 여기 있다. 스가 총리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NHK 보도에서는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전달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니혼테레비가 특유의 유머와 저널리즘 정신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보도 위주의 공영방송 NHK는 무성의한 받아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망은 시청률 추이에도 반영됐다. 도시바의 TV 시청 데이터인 타임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NHK ‘뉴스7’의 시청률은 6%로 니혼테레비 ‘뉴스제로’(4%)를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7 시청률은 점점 떨어졌다. 중간에 채널을 돌리거나 텔레비전을 끈 시청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반면 뉴스제로 시청률은 계속 상승했다. 스가 총리의 사퇴 선언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주목도 측면에선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일본에 호우 피해가 예고된 지난 7월8일 스가 총리가 4차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사진=AFP)◇NHK의 ‘스가 받아쓰기’, 처음이 아니다NHK는 과거에도 스가 총리에 대한 무비판적 보도로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5월27일에는 9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연장한다는 그의 발언을 1분15초간 전한 속보로 전한 뒤, “스가 총리의 발언이었습니다”라고 코멘트한 뒤 방송을 마쳤다. SNS에서는 “국민에 설명을 다 하려는 자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 내용을 라이브 속보로 하는 의미가 있나” 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디어 연구자들도 이런 무의미한 언론 노출은 총리가 일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맹비난했다. 스즈키 유우지 차세대미디어연구소 대표는 “일본 행정의 장인 내각의 총리가 방송에 등장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총리가 발언할 뿐 보도 가치의 판단 없이 속보만 처리하는 건 공평과 공정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 7월8일 1시간을 꼬박 중계한 4차 긴급사태 선언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은 일본 내륙에 정체전선이 머물며 역대급 폭우가 내려 피해가 예상되는 날이었다. 올 1월 NHK가 발표한 2021~2023 경영계획에서 “목숨과 생활을 지키는 보도를 강화한다”는 선언이 무색한 보도였다. 이전 긴급사태 선언과 대동소이한 스가 총리의 회견을 1시간씩 틀어 놓는 동안 시청자들이 경계를 필요로 하는 긴급 보도를 볼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NHK가 스가 총리 받아쓰기 보도로 전락한 건 관방장관 시절 때부터 쌓아 온 NHK 인사들과의 유대관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 계통 인사들과 특히 돈독한 스가 총리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뉴스 앵커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있다. NHK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워치9’를 4년간 이끌어 온 아리마 요시오 앵커는 과거 논란이 됐던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문제를 집요하게 물었고, 당시 스가 총리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리마는 올 4월 교체됐다. NHK 측은 “내부적으로 정해진 사안일 뿐, 관저의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말이다. 스가 총리의 사퇴와 함께 NHK는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아프간 구출 실패가 전쟁금지한 자위대법 탓이란 日[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8.29
    일본 사이타마현 이루마 공군기지에서 항공자위대 수송기 C-2에 탑승하는 자위대원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자국민과 현지 협력자 500여 명 중 교도통신 통신원으로 일하던 일본인 1명을 구조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대피 작전에 실패했다. 지난 26일 자위대 수송기로 아프간인 수십명을 카불에서 파키스탄으로 이송한 사실이 28일 뒤늦게 알려졌지만 일본에선 “위급 상황에서 국가가 나를 구해줄 것이란 믿음이 사라졌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아프간 대피 작전이 실패한 건 자위대의 무력 사용을 금지한 현행법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다. 자위대에 무력 사용이 허용됐다면 일본 정부의 자국민 탈출 작전은 성공했을까. ◇“비상시에는 스스로 지키는 게 낫겠다” 자조 일본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 부재에 일본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군이 아프간 관문인 카불 공항을 제어하고 있으니 자위대만 파견하면 대피 희망자들을 수월하게 이송할 수 있을 것이라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3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카불 공항에서의 안전은 확보되고 있다”며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본 정부가 대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카불 공항까지 자력(自力)으로 올 것을 요구했고, 결국 이들이 공항까지 오는 길에 검문소를 세우며 경계를 강화한 탈레반에 발목이 잡히며 탈출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탈레반 조직원(오른쪽)이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가방을 뒤지고 있다(사진=AFP)소식을 접한 일본인들은 “코로나 때도 그렇고, 지도부가 낙관론만 펼치며 유사시에 대비하지 않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낮은 건 일본의 민족성일지도 모른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를 믿지 말고 스스로를 지키는 게 일본인 개인으로서도 올바른 자세일지 모른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자국민조차 구하지 못한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분노도 거세다. 아프간 대사관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 등 12명은 지난 17일 영국군의 지원을 받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피신했다.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 이틀만이다. 분쟁 시 자국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대사관이 아프간에 남아 있는 자국민들에게 연락을 취해 탈출을 돕기는커녕 누구보다 빠르게 도피했다는 사실에 일본인들은 분노했다. “앞으로 외무성 직원이나 대사가 될 사람은 자국민 보호에 관한 연수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며 “보호해야 할 자국민을 내버려둔 채 맨 먼저 도망을 가나? 부끄러운 줄 알라”는 비난이 거세다. 도쿄올림픽에 동원된 자위대원들(사진=AFP)◇실패 주범은 자위대 손발 묶은 현행법? 하지만 이 같은 분노는 기묘한 논리로 귀결되고 있다. 자위대의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공감을 받으면서다.일본은 수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정부는 자위대법을 개정하면서 유사시 자위대가 일본인을 수송할 뿐 아니라 무기를 사용해 경호하고 구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아프간 대피 작전은 개정된 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였다.다만 아직까지 자위대의 무기 사용은 일본인 보호에 한정하며, 긴급 피난 과정에서는 불허하는 등 법적 제한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전쟁가능한 일본’을 외치는 이들의 기묘한 주장이 시작된다. 자위대가 이번 아프간 대피 작전에 실패한 원인은 자위대의 행동반경에 제약을 가하는 현행법이니, 법을 정비해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자위대의 손발을 묶어둔 현 평화헌법이 아프간 대피 작전 실패 원인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작전에서는 전략이 무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위대가 단 한 명의 일본인을 구조하는 데 그친 건 무력을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신속한 의사소통에 실패했으며, 무엇보다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와 능력이 복합적으로 모자란 탓이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로 복귀해 아프간인 이송 지원을 지휘하고 있는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외교부)한국 정부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희망자 전부를 성공적으로 대피시켰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회사에 협력자를 태운 뒤, 미군이 승인하는 인원에 대해선 철수해도 좋다는 탈레반 약정을 활용해 검문소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협력자들도 자신이 속한 기관별로 탄탄한 연락망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송을 도왔다. 특히 급하게 아프간을 떠나며 현지인 직원들에게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한 외교관이 다시 복귀한 모습은 대피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건 전략과 의지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득 없는 곳에는 머무르지 않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정당화하며 내세운 이 논리는 앞으로의 대외정책 방향을 암시한다. 50년 넘게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일본에서도 지나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방위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지만 전략 없는 무력 허용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민트초코가 사라질 때 일본의 여름은 지나간다[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8.21
    올 여름 일본에선 민초 열풍이 식품업계를 강타했다(사진=파파버블)[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이른바 민초파들이 고개를 든다. 편의점만 봐도 민초의 시대를 알리는 듯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하고 시원한 민트색으로 가득 찬다. 이렇듯 일본에서 민트초코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으로 통한다.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 기세등등한 불볕더위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에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민초 열풍도 한여름 열기와 함께 사라진다. 민트초코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일본의 여름도 지나가는 셈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여름철 일본의 ‘초코민토(민트초코·キットカット)’ 열풍에 주목했다. 고디바 재팬의 제롬 슈샹 대표가 “일본 시장은 계절에 따라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일본 식품업계는 계절별 콘셉트에 진심인 편이다. 봄이 오면 온갖 음식과 디저트가 벚꽃 옷을 입는다. 가을이 되면 일본 스타벅스에는 고구마 맛탕맛(!) 프라푸치노가 등장한다. 올해 삿포로맥주가 출시한 민트초코 맥주(사진=삿포로)올여름 특히 일본에선 민트초코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 민트초코 쿠키는 얌전한 수준이다. 민트초코 버터부터 민트초코 사이다, 심지어는 민트초코 맥주까지 등장했다. 일본 식품업계가 이토록 지독하게 콘셉트에 충실한 이유는 뭘까. 이는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다양함이 무기인 일본 디저트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콘셉트 하나라도 확실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스프링의 오카야마 타쿠야는 “일본의 모든 디저트는 이미 맛에서 상향 평준화를 이룬 상태”라며 “특이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참신함이 가장 큰 덕목인 일본 편의점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언제 어디서나 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일본에 진출한 거대 다국적 제과 회사들은 과감히 ‘규모의 경제’를 포기한다. 동일한 품목을 일정한 규모로 제조하는 이른바 ‘소품종 대량생산’이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이들도 안다. 하지만 일본에는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미국에선 평범한 초콜릿 바 킷캣, 일본에선 350종? (사진=네슬레)일본에 가서 일본법을 충실히 따른 대표적인 회사가 글로벌 제과업체 네슬레다. 미국에선 초콜릿으로 감싼 평범한 웨이퍼(웨하스)에 불과한 킷캣은 일본에서 종류가 350개나 된다. 각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자색 고구마맛부터 팥맛, 심지어 와사비맛도 있다. 평범함보다는 차라리 기상천외함을 택하는 전략은 영국에서 크게 실패했지만 일본에선 대성공을 거뒀다. 다카오카 고조 네슬레 재팬 전 대표는 “일본에선 신박한 아이템이 제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슬레의 성공이 귀감이 됐을까. 올여름 일본의 민초 열풍에 가장 적극적인 건 스페인 제과업체 파파버블이다.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과자가게”라는 모티브에 걸맞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코야끼의 고향 오사카 지점에는 문어 다리 모양 사탕을, 일본 토종닭 하면 떠오르는 지역 나고야에선 닭날개 모양 사탕을 발견할 수 있다. 폭염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 올 여름, 민트 컨셉을 잡은 파파버블이 내놓은 얼음 사탕 (사진=파파버블)그런 파파버블이 지난 5월 초여름이 오기도 전부터 도쿄 아오야마에 민트초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올해 유례없는 폭염이 도쿄에 닥쳐 한낮 최고기온이 39℃를 웃도는 와중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 속 민트 콘셉트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마스크 속에서나마 시원함을 즐겨라!”라며 민트향과 레몬밤을 넣은 얼음 모양 사탕을 출시해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다. 요코이 사토시 파파버블 일본 지사장은 “맛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긴 매우 어렵다”며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파버블 민트초코 팝업 스토어는 여름이 막바지에 달하는 8월 말 문을 닫는다. 일본에서도 민초파들의 위력은 거센 모양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소셜미디어에서조차 컬트적인 팬을 거느린 민트초코만큼 팬층을 확보한 맛은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민트초코 열풍은 여름과 함께 수명을 다하고 있다. “민트초코 시대가 끝나면 조금 슬플 것 같다.” 민트초코를 너무 사랑해서 도쿄 초콜릿 안내책자까지 낸 일본판 ‘민초단’ 우시쿠보 신타로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끝맺는다. 우시쿠보는 올겨울 편의점을 장악할 딸기 맛 과자들로 슬픔을 달래며 내년 여름을 기약할 거라고.
  • [김보겸의 일본in]&quot;피해자 코스프레 그만&quot;…광복절에 日드라마가 던진 질문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광복절에 日드라마가 던진 질문
    김보겸 기자 2021.08.16
    패전일인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본인들이 참배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8월은 일본에 있어 ‘패전에 대해 생각하는’ 달이다. 패전일인 15일이 되면 정치인들은 태평양전쟁 때 일왕을 위해 죽어간 213만3000여 명을 안치한 야스쿠니 신사에 달려간다. 이런 모습은 ‘평화’, ‘잘못은 반복되지 않는다’ 등 구호와 함께 소비된다. 다만 그 기저에는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며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고, 지도부와 일반 국민들의 근본적인 책임에는 차이가 있다는 태도가 남아있다. 입으로는 반성을 외치지만 묘하게 유체이탈 화법을 쓴다는 지적이다. NHK에서 13일 방영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사진=NHK)지난 13일 일본 NHK에서 방영한 드라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는 제목 그대로 전쟁 이후 현 시점 일본인들에게 ‘정말 어쩔 수 없었는가’라고 묻는 드라마다. 패전 직전인 1945년 5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미군 포로 8명의 생체실험이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마부키 사토시와, 봉준호 감독과 <도쿄!>에서 호흡을 맞춘 아오이 유우가 각각 주인공과 그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일본 극단 초콜릿케이크의 후루카와 타케시가 각본을 썼다. 후루카와 작가는 “전쟁을 묘사하더라도 단지 일본이 호되게 당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는 측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전작에서도 아우슈비츠와 731부대 등을 고발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집단이나 조직 속 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아사히신문은 그를 향해 “‘어쩔 수 없었다’는 편한 말로 외면하려 하는 개개인의 전쟁 책임을 되묻는 것에 대한 집착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의대생 도리이 타이치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사진=NHK)1945년 5월, 이 시점 도리이 타이치(츠마부키 사토시)는 큐슈 제국대학 의대생으로 등장한다. 후쿠오카현을 폭격한 미군 B29는 일본군에 격추돼 떨어졌고, 미군 8명이 포로로 잡혀 들어온다. 이들은 포로수용소로 가는 대신 도리이가 있는 큐슈대학으로 보내진다. 도리이는 살아있는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폐를 자르고 혈액 대신 바닷물을 투입하는 인체실험에 참가한다. 당시 일본에선 결핵 때문에 폐에 공동이 생긴 환자들이 많았지만 치료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터였다. 총상을 입긴 했지만 수술실로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던 미군 포로들은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했다. 한 달간 이어진 생체실험에서 마루타가 된 이들은 모두 사망했다.큐슈대학 인체시험에 미군 포로를 마루타 삼는 모습(사진=NHK)산 인간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인 실험에 참가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도리이는 수술을 집도한 교수에게 실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료의 진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것. 결국 도리이는 다음 수술에도 참여하게 된다. 패전 뒤 생체실험의 배후로 지목된 도리이는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때 생체실험에 참여한 건 정말로 어쩔 수 없었던 일인가, 명령에 따랐을 뿐인 내게도 과연 죄는 있는가…도리이의 아내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사진=NHK)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한 도리이 타이치는 토리스 타로라는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다. 패전 뒤인 1948년 열린 요코하마 전범재판에서 토리스 타로도 교수형을 선고받지만 이후 감형된다. “의료의 진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던 교수는 재판 전 자살했다. 인체실험과 관계된 23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5명은 교수형을 선고받았다.주연배우 츠마부키 사토시는 “평소에는 드라마 역할과 실제 인생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극중 도리이처럼 자신도 결혼해 아내와 아이가 있기에 역할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쩔 수 없다’고 정리하면 과거가 돼 버린다”며 “과거를 과거로만 끝내서는 안 될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 [김보겸의 일본in]&quot;여자판 슬램덩크&quot;…日농구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여자판 슬램덩크"…日농구 사상 첫 올림픽 결승
    김보겸 기자 2021.08.07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의 타카다 마키가 6일 열린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여자판 슬램덩크를 보는 것 같다.”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일본 열도가 열광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이 농구 결승에 진출한 건 남녀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여자농구 대표팀 중에서는 한국(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과 중국(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가 됐다. 일본은 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농구 여자부 프랑스와 4강전에서 87-71로 크게 이겼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10위 일본이 5위인 프랑스를 상대로 이룬 쾌거다. 이번 경기에서 올림픽 여자농구 역사상 최다인 18어시스트를 기록한 마치다 루이(가운데). 162cm의 작은 신장에도 대기록을 세웠다(사진=AFP)◇‘신장’ 아닌 ‘심장’으로 하는 농구 증명일본과 프랑스의 4강전은 “작아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는 평가다. 일본 대표팀 평균 신장은 176cm로, 농구에 출전한 12개 국가 중 두 번째로 작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란 명언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말한다. 농구에선 신장이 곧 재능이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3점 슛’에 올인했다. 골대 밑에서 장신 선수들을 상대하며 높이에서 밀리느니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는 작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모두가 3점 슛을 던져야 한다”는 톰 호바세 일본 감독의 3점 슛 전략은 통했다. 성공률이 12개국 중 1위인 39.4%에 달하면서다. 특히 이번 결승전에서는 일본팀에서도 눈에 띄게 신장이 작은 선수가 ‘심장으로 하는 농구’를 증명해 보였다. 신장 162cm의 포인트가드 마치다 루이(28)는 이날 올림픽 여자농구 역사상 최다인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체격과 신체능력의 차이를 연습과 기술로 능가한 마치다를 향해 “162cm라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의 결승 진출로 일본 스포츠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슬램덩크 홈페이지)◇“여자 버전 슬램덩크 보는 줄”일본 국민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고난 신체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노력의 가치를 강조하는 주제의식이 체격적 한계를 뛰어넘은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일본인들의 감상은 이렇다.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체격적으로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얼마나 굉장한 연습을 통해 여기까지 왔을까요. 슬램덩크가 아닌 현실의 그녀들의 싸움에 마음이 떨립니다.” “이거 진짜 대박이다. 오타니가 홈런왕 경쟁하는 것처럼 대단한 일. 지금까지 세계적인 상대를 대상으로 올림픽 결승을 그린 작품이 있었나? 스피드와 기술로 매력을 전하는, 만화를 뛰어넘는 현실의 여주인공이 나타났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여자농구 대표팀 알리샤 그레이(오른쪽)가 지난달 28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3x3 결승에서 득점을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사진=AFP)◇비인기 종목의 서러움 극복?그간 일본에서 여자 농구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1990년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가 야구와 축구에 밀리던 농구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올리긴 했지만 남자 농구에 한해서였다. 세계 순위는 여자 대표팀(10위)이 남자 대표팀(42위)보다 높지만, 인지도에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하치무라 루이(23)와 와타나베 유타(27)가 있는 남자 대표팀에 밀렸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14점을 넣은 미야자와 유키(28)는 “일본 농구계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역시 어딘가 분했다”며 “여자 경기는 좋은 결과를 남겨야만 한다는 것을 통감했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결승 진출로 여자농구도 인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일본 여자 농구팀은 8일 오전 11시30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세계 1위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올림픽 여자 농구 6연패를 달성한 ‘농구의 본고장’이다. 일본인들은 “내 살아생전 농구에서 일본이 결승에 가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쾌거지만 한 번 더 열심히 해서 새로운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은 이미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털어버린 듯하다.
  • [김보겸의 일본in]&apos;불량배 스포츠&apos; 취급받던 스케이트보드의 반란
    '불량배 스포츠' 취급받던 스케이트보드의 반란
    김보겸 기자 2021.08.01
    일본 애니메이션 . 캐나다 혼혈이자 스케이트보드 재능을 타고난 란가(왼쪽)와 노력파 레키(오른쪽)의 성장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사진=SK에이트 홈페이지)[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애니메이션이 불을 붙이고, 도쿄올림픽이 폭발시켰다. 2020 도쿄올림픽 공식 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드 얘기다. 올 1월 스케이트보드를 소재로 한 TV 애니메이션 ‘SK∞(SK에이트)’가 방영되면서 주목받더니, 젊은층의 관심을 끌겠다며 도입한 스케이트보드 종목에서 일본이 남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면서 일본 열도가 스케이트보드에 열광하고 있다. 일본에서 스케이트보드는 불량아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한밤중에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가 하면, 묘기를 부린답시고 난간이나 벤치를 파손하고,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서다. 한국으로 치면 전동킥보드 무매너 이용객, 이른바 ‘킥라니(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스노보드가 익숙한 란가는 양 발을 스케이트보드에 묶고 시합에 임한다(사진=SK에이트)이런 눈총을 받는 와중에, 올 1월 일본에선 SK에이트가 공개되면서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을 알렸다. 제목은 ‘스케이트 너와 무한대(Skate Kimi to ∞)’의 줄임말로, 스케이트보드를 통한 무한한 즐거움이란 뜻이다. 감독인 우츠미 히로코가 스케이트보드를 소재로 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라서다. 원래 스노보드가 취미인 우츠미 감독은 눈 쌓인 곳을 찾으러 다니기가 힘들어 친구들이 추천해준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는 후술할 주인공 ‘란가’의 설정에 반영됐다. 또 하나는 지금껏 스케이트보드를 다룬 애니메이션이 없기 때문이라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한다.SK에이트의 줄거리는 이렇다. 스포츠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타입인, 노력파이지만 재능은 (상대적으로) 없는 레키와 캐나다 혼혈 설정의 천재형 주인공 란가가 투톱으로 등장한다. 일본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이 만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며 인정하고 성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악역처럼 묘사된 상대편 역시도 레이스를 펼친 뒤에는 다시금 주인공을 응원하는 면이 있어 청춘 성장물 성격도 띤다. 등장인물들은 자정이 되면 폐쇄된 광산에서 극비리 레이스 ‘S’에 참가한다(사진=SK에이트)스케이트보드가 불량아 스포츠라는 인식은 작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레스토랑 점주이자 스케이트보드 선수로 나오는 ‘조’는 “스케이트보드를 탄다고 돈을 버는 것도, 세상의 칭찬을 받는 것도 아냐”라고 한다. 작중 최강자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쳐 준 ‘타다시’는 한 술 더 뜬다. “스케이트보드는 위험해. 살짝만 다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고 이미지도 안 좋아. 여전히 불량배나 탄다는 이미지가 붙어 다니고 사람들 눈은 냉담하지. 열심히 단련해도 야구나 축구처럼 돈도 못 벌어. 야만스럽고 마이너하고 불행해지기만 할 쓸데없는 놀이”라는 그의 대사는 만화적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일본 내 스케이트보드의 위상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레이스 설정에서도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듯 하다. 등장인물들은 폐쇄된 광산에서 관계자만 출입가능한 극비리 레이스 ‘S’에 참가한다. 여기에 승부를 내는 데 반칙이나 폭력도 허용한다는 점, 심야에만 열린다는 점은 스케이트보드 시합 참가자들이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곳에서 작당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 탄 스케이드보드에 헤매는 것도 잠시, 타고난 재능으로 란가는 레이스에서 차례차례 승리를 거둔다(사진=SK에이트)그럼에도 불구하고 SK에이트는 스포츠 만화답게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에 대해 줄곧 이야기한다. 레키는 전학생 란가의 압도적인 재능에 좌절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포기하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유를 다시금 떠올린다. 꾸준히 연습하면 점점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는 것.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즐거운 것이라고 말이다. 캐나다인 아버지로부터 두 살때부터 스노보드를 배운 란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의 고향인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왔지만 이곳은 1년 내내 여름이라 스노보드를 타지 못한다. 대신 란가는 눈이 안 와도 탈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성장하며 이를 소개해 준 레키와도 우정을 쌓는다. 만화를 통해 스케이트보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와중 도쿄올림픽에서는 스케이트보드 대표팀의 낭보가 잇따랐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에서 일본이 금메달을 두 개 따내면서다. 지난달 25일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승리한 호리고메 유토(22)에 이어 바로 다음날 니시야 모미지(14)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딴 니시야 모미지 선수(사진=AFP)벌써부터 일본 스케이트보드 교실에는 초등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NHK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경기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스케이트보드 교실에 초등학생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다. “호리고메 선수 경기에 반했다”는 여자아이부터 “나랑 비슷한 나이에 금메달을 딴 니시야 선수가 대단하다”며 올림픽을 노리는 남자아이까지. 이 스케이트보드 교실 수강생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었다고 NHK는 전했다. 호리고메 선수의 경기를 보고 의욕에 불이 붙었다는 16세 남자 고등학생은 “같은 고향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며 “호리고메 선수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를 이틀 앞둔 지난 25일 호리고메 유토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오시마 코마츠카와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공원은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스케이트보드를 배운 곳이다. 현재는 스케이트보드 금지령이 떨어졌다(사진=호리고메 유토 인스타그램)다만 스케이트보드가 일본 내에서 주류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선수들이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스케이트보드는 여전히 천대받는다. 호리고메 선수의 어릴 적 연습장이었던 오시마 코마츠카와 공원에서 현재 스케이트보드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이 곳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는 경비원이 달려와 제지한다고 한다. 도쿄의 10대들 사이에선 스케이트보드를 탈 만한 곳이 없을뿐더러 보드 반입조차 금지하는 곳이 태반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농구 좋아하세요?”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대 야구에 밀리고 축구에 치이던 농구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농구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다뤄야 보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이 먹혀든다”며 자신의 취미인 스케이트보드를 만화화한 SK에이트 감독과도 겹쳐 보인다. 그전까지는 인기 없는 종목인 농구와 스케이트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의 금메달과 SK에이트를 계기로 불량배 스포츠로 인식되던 스케이트보드의 위상도 달라질 수 있을까.
  • [김보겸의 일본in]&apos;순혈주의&apos; 일본이 변했다? 올림픽에 등장한 &apos;하푸&apos;
    '순혈주의' 일본이 변했다? 올림픽에 등장한 '하푸'
    김보겸 기자 2021.07.25
    농구선수 하치무라 루이(23)가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기수로 등장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선수단 중에서 홀로 우뚝 솟을 정도의 신장(203cm)에, 인사할 때는 반사적으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아프리카 베냉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998년생 ‘하푸(ハ-フ·일본 국적 혼혈인)’ 농구선수, 하치무라 루이(23)가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본 국기를 들고 등장했다. 마지막 성화주자로는 하치무라와 동갑내기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3)가 나섰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전 세계 남녀 스포츠인을 통틀어 수입 2위(약 690억원)에 오른 선수다.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마지막 성화주자로 나서고 있다(사진=AFP)‘순혈주의’를 고집해 온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다양성’과 ‘조화’를 대회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번 일본 올림픽 대표팀 583명 중 다인종은 35명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개회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역할 두 가지가 다인종 선수들에게 돌아간 건 일본이 세계에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인종 동질성 사상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나라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실제 현재 일본 사회에는 여느 때보다도 외국인이 많아졌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민자를 수용한 결과, 10년 전 200만명이던 일본 거주 외국인이 300만명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전히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있지만, 도쿄의 20대 중 적어도 10%는 외국 혼혈일 정도로 다양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1993년에는 30%만 찬성했지만 2013년에는 56%로 늘었다. 반대한다는 응답도 34%에서 20%로 줄었다. 그 결과 1980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 135명 중 1명만 다문화 가정 출신인 데 비해 오늘날은 50명 중 1명 수준으로 늘었다.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단이 오륜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AFP)일본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외국인을 배척하는 나라였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고립주의 정책을 폈다. 임진왜란 이후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내 기독교 선교를 금지하면서다. 150년간 이어진 내전을 매듭짓고 혼란한 정국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인 도쿠가와 막부의 눈에 봉건질서를 비판하고 평등사상을 강조하는 선교사들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17세기부터 도쿠가와 막부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국외로 추방했으며 이는 200년 넘게 이어졌다. 쇄국정책은 끝났지만 단일민족 신화는 남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제국주의 이후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일본인들과 일본의 경제적 기적에 대한 설명을 원하는 이들이 단일민족 신화를 재생산했다”고 꼬집었다. 동질성에 대한 환상을 갖고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오늘날까지 순혈주의에 매달린다는 설명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해 1월 “2000년간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져 온 국가는 일본 뿐”이라고 말해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을 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테니스의 왕자’ 원작자가 그린 오사카 나오미의 모습. 피부색과 머리색을 밝게 묘사해 화이트워싱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사진=CNN)그래서일까. 도쿄올림픽에 혼혈 선수들을 앞세운 건 위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일본 선수단 기수로 나선 하치무라도 “소셜미디어에서 거의 매일 혐오발언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하치무라 뿐일까. 마지막 성화주자로 주목받은 오사카 역시 2019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뒤 ‘화이트 워싱(모든 작품 배역을 백인으로 캐스팅하는 행위)’ 당한 바 있다. 그의 후원업체이자 일본 최대 라면업체인 닛신식품이 오사카를 그린 애니메이션 광고에서 피부는 하얗게, 머리는 갈색으로 묘사하면서다. 당시 오사카는 “내 피부는 누가 봐도 갈색”이라 일침했고 닛신식품이 사과와 함께 광고를 삭제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유명인들도 일본 내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일자리를 구하거나 월세집을 구하는 것도 혼혈 일본인들에겐 쉽지 않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일본 경찰이 영장도 없이 멈춰세운 뒤 수색하는 일도 이들에겐 드물지 않다고.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바하마 혼혈 오모테가와 알론조(25)가 이번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본 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나라는 원할 때만 우리 편에 선다.”개회식이 열린 23일 도쿄올림픽 경기장 밖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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