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박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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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 더탐사 '한동훈 자택 무단침입'…유사사건 판결 어땠나[사사건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유튜브 채널인 ‘시민언론 더탐사’가 소속 기자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을 찾아가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과 협잡한 정치 깡패”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탐사 취재진 5명은 지난 27일 한 장관 가족이 거주하는 서울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찾아가 자택 현관문 앞에서 여러 차례 “한 장관님 계시냐”, “더탐사에서 취재하러 나왔다”고 소리쳤다.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살펴보거나 현관 도어록을 열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들은 약 1분30초간 한 장관 집 앞에 머물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앞에 찾아간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진. (사진=유튜브 방송 갈무리)형법은 ‘주거침입’ 범죄에 대해 ‘징역 3년 이하나 벌금 5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폭력행위처벌법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즉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침입행위로 인해 주거의 평온이 깨져야 한다. 더탐사 취재진 5명은 공동현관을 이용해 건물 내부로 들어와 한 장관 집 문 앞에 다다른 후 소리를 치거나 도어록 잠금해제 시도까지 했다. 이들이 집 앞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할 당시 집안에는 한 장관의 아내와 자녀가 있었던 만큼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신천희 이만희 별장 무단침입한 서울의소리 ‘벌금형’더탐사 취재진은 “정상적 취재 목적이므로 처벌 할 수 없다”거나 “사전에 예고하고 방문하는 것이라 스토킹이나 다른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취재 목적’은 주거침입 범행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유석철)는 지난 6월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의 경기도 가평 별장을 무단침입한 혐의(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백 대표는 2020년 2월 다른 직원 3명과 함께 ‘코로나19 위기에 빠뜨린 후 숨어 있는 이만희를 만나 응징하겠다’며 이씨의 가평 별장에 무단침입해 1시간 넘게 머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백 대표 등은 법원에서 “이씨 별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인정하지만 취재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백 대표 등이 법적인 근거도 없이 타인 의사에 반해 건조물에 침입해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대기하며 취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할 수 있었으므로 보충성도 갖추지 않았다”고 일축했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자신의 자택을 무단침입한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정치깡패”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주거침입죄의 경우 백 대표의 사례처럼 대부분 사건에선 벌금형에 그친다. 백 대표 사건에서도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할 때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처벌 범위(처단형)도 벌금 5만~750만원에 불과했다.더탐사 취재진의 경우도 주거침입죄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 앞 체류시간이 길지 않고 깨진 주거 평온의 정도를 고려하면 양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범죄 피해자 면담강요 최대 징역 3년형 변수는 한 장관이 주거침입과 함께 고소장에 적시한 보복범죄 혐의다. 더탐사 취재진은 한 장관 자택에 가기 전 “경찰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고 한 장관 집 방문 목적을 설명한 바 있다. 27일 오전 경찰이 한 장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더탐사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설명이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보복범죄 조항에서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징역 3년 이하나 벌금 3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수원지법은 2020년 3월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해주지 않으면 당신도 구속된다. 토요일 접견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 보복성 면담강요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복범죄 관련 면담금지 조항은 범죄 피해자나 당사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한 장관이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인 상황에서 더탐사 관계자들이 실제 기소될 경우 징역형 선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광범 기자 2022.11.2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유튜브 채널인 ‘시민언론 더탐사’가 소속 기자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을 찾아가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과 협잡한 정치 깡패”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탐사 취재진 5명은 지난 27일 한 장관 가족이 거주하는 서울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찾아가 자택 현관문 앞에서 여러 차례 “한 장관님 계시냐”, “더탐사에서 취재하러 나왔다”고 소리쳤다.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살펴보거나 현관 도어록을 열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들은 약 1분30초간 한 장관 집 앞에 머물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앞에 찾아간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진. (사진=유튜브 방송 갈무리)형법은 ‘주거침입’ 범죄에 대해 ‘징역 3년 이하나 벌금 5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폭력행위처벌법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즉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침입행위로 인해 주거의 평온이 깨져야 한다. 더탐사 취재진 5명은 공동현관을 이용해 건물 내부로 들어와 한 장관 집 문 앞에 다다른 후 소리를 치거나 도어록 잠금해제 시도까지 했다. 이들이 집 앞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할 당시 집안에는 한 장관의 아내와 자녀가 있었던 만큼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신천희 이만희 별장 무단침입한 서울의소리 ‘벌금형’더탐사 취재진은 “정상적 취재 목적이므로 처벌 할 수 없다”거나 “사전에 예고하고 방문하는 것이라 스토킹이나 다른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취재 목적’은 주거침입 범행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유석철)는 지난 6월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의 경기도 가평 별장을 무단침입한 혐의(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백 대표는 2020년 2월 다른 직원 3명과 함께 ‘코로나19 위기에 빠뜨린 후 숨어 있는 이만희를 만나 응징하겠다’며 이씨의 가평 별장에 무단침입해 1시간 넘게 머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백 대표 등은 법원에서 “이씨 별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인정하지만 취재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백 대표 등이 법적인 근거도 없이 타인 의사에 반해 건조물에 침입해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대기하며 취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할 수 있었으므로 보충성도 갖추지 않았다”고 일축했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자신의 자택을 무단침입한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정치깡패”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주거침입죄의 경우 백 대표의 사례처럼 대부분 사건에선 벌금형에 그친다. 백 대표 사건에서도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할 때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처벌 범위(처단형)도 벌금 5만~750만원에 불과했다.더탐사 취재진의 경우도 주거침입죄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 앞 체류시간이 길지 않고 깨진 주거 평온의 정도를 고려하면 양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범죄 피해자 면담강요 최대 징역 3년형 변수는 한 장관이 주거침입과 함께 고소장에 적시한 보복범죄 혐의다. 더탐사 취재진은 한 장관 자택에 가기 전 “경찰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고 한 장관 집 방문 목적을 설명한 바 있다. 27일 오전 경찰이 한 장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더탐사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설명이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보복범죄 조항에서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징역 3년 이하나 벌금 3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수원지법은 2020년 3월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해주지 않으면 당신도 구속된다. 토요일 접견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 보복성 면담강요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복범죄 관련 면담금지 조항은 범죄 피해자나 당사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한 장관이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인 상황에서 더탐사 관계자들이 실제 기소될 경우 징역형 선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청담동 술자리, ‘황당’ 거짓말…이역만리서 잡힌 ‘제2 n번방’ 엘[사사건건]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한달 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폭로성으로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황당한 거짓말에서 시작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처음 이 발언을 한 첼리스트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한 걸로 전해집니다. 일반인 한 사람이 사적으로 한 황당무계한 거짓말이 ‘해프닝’을 넘어 정국을 뒤흔들었단 게 허탈할 지경입니다.조주빈·문형욱에 이어 미성년자에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배포한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을 경찰이 이역만리까지 쫓아가 잡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선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걸로 추정됩니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석달 만에 다시 ‘복지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비극입니다.◇ 황당·허탈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전말한동훈 법무장관(사진=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서울 강남 청담동에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는 발언을 처음으로 한 A씨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지난 7월 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 윤 대통령, 한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자정 넘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장면을 봤다고 말하는 A씨 발언 녹취가 A씨 전 남자친구에 의해 유튜브 기반 언론매체인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TV)에 넘어갔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이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이후 전개된 건 정치권의 공방, 고발전입니다. 김 의원을 향해 “저는 다 걸게요, 의원님은 뭐 거시겠어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한 장관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김 의원과 더탐사 관계자들 등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세창 전 총재는 펄쩍 뛰고 대통령실은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지도부까지 가세해 공방은 한달 넘게 지속됐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인 건사랑, 친여 성향 시민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A씨를 비롯해 더탐사TV 관계자들, 김 의원 등을 고발했습니다.A씨의 경찰 진술이 전해지면서 의혹은 일단락된 모양새이지만, 고발전 여파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 의원은 “심심한 유감”을 표했지만, 한 장관은 “사과 필요 없다, 법적 책임을 지라”고 했습니다.◇ 호주 경찰과 공조로 ‘엘’ 잡았다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미성년자 최소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200여개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엘’.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엘’로 지목된 용의자가 호주에서 붙잡혔습니다.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B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지난 23일 검거했습니다.‘엘’은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공분을 샀던 이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추적단불꽃’ 등을 사칭해 마치 도와줄 것처럼 하거나,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텔레그램 접속을 유도하고 피해자를 협박해 알몸이나 성착취 영상을 찍게 했습니다. 수시로 텔레그램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방을 개설·폐쇄를 반복하면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8월 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습니다.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B씨의 신원을 특정, 지난달 19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호주 현지 경찰과 합동으로 벌인 공조 수사(인버록 작전)로 시드니 교외에서 B씨를 체포해 구금 중입니다.B씨를 언제 송환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을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호주 경찰이 B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 등으로 기소하겠단 의지를 밝혀, 호주의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B씨 국내 송환이 결정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생활고 속 사망한 모녀…또 복지사각지대(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지난 23일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30대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서입니다.모녀는 생활고를 겪은 정황이 짙었습니다. 집 현관문에는 연체된 5개월치 전기료 9만원을 독촉하는 고지서, 월세가 밀려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 편지 등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집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으로 집을 빌린 뒤 10개월 치 월세가 밀려 보증금은 모두 공제됐고, 건강보험료 14개월치(약 96만원), 통신비 5개월치(약 15만원)도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직전 주거지인 광진구청은 올해 8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모녀가 각종 공과금이 연체된 사실을 알아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모녀는 이미 서대문구에 전입신고 없이 새 주거지를 얻은 뒤였습니다. 지난 8월 숨진 수원 세모녀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발굴’되지 못했고, 지자체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녀의 사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내놨습니다.
    김미영 기자 2022.11.26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한달 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폭로성으로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황당한 거짓말에서 시작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처음 이 발언을 한 첼리스트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한 걸로 전해집니다. 일반인 한 사람이 사적으로 한 황당무계한 거짓말이 ‘해프닝’을 넘어 정국을 뒤흔들었단 게 허탈할 지경입니다.조주빈·문형욱에 이어 미성년자에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배포한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을 경찰이 이역만리까지 쫓아가 잡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선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걸로 추정됩니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석달 만에 다시 ‘복지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비극입니다.◇ 황당·허탈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전말한동훈 법무장관(사진=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서울 강남 청담동에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는 발언을 처음으로 한 A씨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지난 7월 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 윤 대통령, 한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자정 넘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장면을 봤다고 말하는 A씨 발언 녹취가 A씨 전 남자친구에 의해 유튜브 기반 언론매체인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TV)에 넘어갔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이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이후 전개된 건 정치권의 공방, 고발전입니다. 김 의원을 향해 “저는 다 걸게요, 의원님은 뭐 거시겠어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한 장관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김 의원과 더탐사 관계자들 등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세창 전 총재는 펄쩍 뛰고 대통령실은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지도부까지 가세해 공방은 한달 넘게 지속됐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인 건사랑, 친여 성향 시민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A씨를 비롯해 더탐사TV 관계자들, 김 의원 등을 고발했습니다.A씨의 경찰 진술이 전해지면서 의혹은 일단락된 모양새이지만, 고발전 여파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김 의원은 “심심한 유감”을 표했지만, 한 장관은 “사과 필요 없다, 법적 책임을 지라”고 했습니다.◇ 호주 경찰과 공조로 ‘엘’ 잡았다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미성년자 최소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200여개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엘’.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엘’로 지목된 용의자가 호주에서 붙잡혔습니다.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B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지난 23일 검거했습니다.‘엘’은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공분을 샀던 이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추적단불꽃’ 등을 사칭해 마치 도와줄 것처럼 하거나,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텔레그램 접속을 유도하고 피해자를 협박해 알몸이나 성착취 영상을 찍게 했습니다. 수시로 텔레그램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방을 개설·폐쇄를 반복하면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8월 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습니다.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B씨의 신원을 특정, 지난달 19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호주 현지 경찰과 합동으로 벌인 공조 수사(인버록 작전)로 시드니 교외에서 B씨를 체포해 구금 중입니다.B씨를 언제 송환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을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호주 경찰이 B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 등으로 기소하겠단 의지를 밝혀, 호주의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B씨 국내 송환이 결정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생활고 속 사망한 모녀…또 복지사각지대(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지난 23일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30대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서입니다.모녀는 생활고를 겪은 정황이 짙었습니다. 집 현관문에는 연체된 5개월치 전기료 9만원을 독촉하는 고지서, 월세가 밀려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 편지 등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집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으로 집을 빌린 뒤 10개월 치 월세가 밀려 보증금은 모두 공제됐고, 건강보험료 14개월치(약 96만원), 통신비 5개월치(약 15만원)도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직전 주거지인 광진구청은 올해 8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모녀가 각종 공과금이 연체된 사실을 알아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모녀는 이미 서대문구에 전입신고 없이 새 주거지를 얻은 뒤였습니다. 지난 8월 숨진 수원 세모녀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발굴’되지 못했고, 지자체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녀의 사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내놨습니다.
  • 고양이 폭행미수는 동물학대일까?…법원 "처벌 불가"[사사건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동물을 폭행하려 쫓아다녔지만 실제 폭행에 이르지 못한 행위는 처벌대상일까? 법원은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잘못된 법 규정이 문제였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최병률 원정숙 정덕수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도림천 산책로에서 길고양이를 쫓아가며 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그는 주민들이 준 먹이를 먹고 있던 고양이를 때리려 우산을 휘두렀고, 놀란 고양이가 인근의 ‘고양이 대피소’로 도망가자 대피소를 우산으로 수차례 가격했다. 놀란 고양이가 대피소를 나와 달아나자 우산을 들고 쫓아가며 폭행을 시도했다. 검찰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어 학대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동물학대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고양이에게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우산으로 고양이를 위협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에 대한 정의를 규정한 2조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동물학대 금지’를 규정한 8조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가 빠져 있다.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개정안에서도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 형사재판에서는 형벌 조항에 대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이 엄격히 금지된다. 법원 입장에서도 피고인의 동물학대 여부는 ‘동물학대 금지’ 규정에 해당하는지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재판부는 “동물보호법 규정을 종합하면 동물학대 행위는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준하는 것으로서 상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이에 버금갈 정도로 동물의 몸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직접 유형력을 행사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는 행위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폭행의 개념과 같이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A씨가 고양이에게 우산을 휘두르고 고양이 대피소를 가격하며 쫓아갔다고 해서 동물학대 처벌 대상인 신체적 고통을 줬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광범 기자 2022.11.25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동물을 폭행하려 쫓아다녔지만 실제 폭행에 이르지 못한 행위는 처벌대상일까? 법원은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잘못된 법 규정이 문제였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최병률 원정숙 정덕수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도림천 산책로에서 길고양이를 쫓아가며 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그는 주민들이 준 먹이를 먹고 있던 고양이를 때리려 우산을 휘두렀고, 놀란 고양이가 인근의 ‘고양이 대피소’로 도망가자 대피소를 우산으로 수차례 가격했다. 놀란 고양이가 대피소를 나와 달아나자 우산을 들고 쫓아가며 폭행을 시도했다. 검찰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어 학대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동물학대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고양이에게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우산으로 고양이를 위협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에 대한 정의를 규정한 2조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동물학대 금지’를 규정한 8조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가 빠져 있다.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개정안에서도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 형사재판에서는 형벌 조항에 대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이 엄격히 금지된다. 법원 입장에서도 피고인의 동물학대 여부는 ‘동물학대 금지’ 규정에 해당하는지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재판부는 “동물보호법 규정을 종합하면 동물학대 행위는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준하는 것으로서 상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이에 버금갈 정도로 동물의 몸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직접 유형력을 행사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는 행위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폭행의 개념과 같이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A씨가 고양이에게 우산을 휘두르고 고양이 대피소를 가격하며 쫓아갔다고 해서 동물학대 처벌 대상인 신체적 고통을 줬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층간소음 이웃 주먹질에 맞주먹질…정당방위?[사사건건]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아파트 아랫집에 사는 자매와 윗집에 사는 여자는 층간소음으로 갈등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서로 욕설이 오가는 날이 잦았다. 2019년 12월 어느 겨울날, 윗집이 이삿짐을 들여오면서 사달이 났다. 아랫집 사람들이 윗집으로 쫓아올라 간 것이다. 이사하면서 발생한 소음 탓이었다.뛰어노는 아이.(사진=이미지투데이)‘문 열라’는 성화에 A(윗집 여자)가 문을 열고 나갔다. 아랫집 자매 중에 언니인 B의 손이 A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이사를 도와주러 온 A의 부친 C가 말릴 새도 없었다. 딸이 맞는 모습을 본 C가 싸움에 끼어들어 B의 멱살을 잡았다. 이번에는 B가 수세에 몰린 모습을 본 여동생 D가 C를 때렸다. C가 맞는 모습을 본 A가 D를 밀어냈다. 결국 네 사람은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두 집은 서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상대방이 먼저 때렸기에 스스로 방어하고자 맞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형법 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고자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는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되, 방어를 위한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의미다.각자의 주장대로라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를 마친 검찰은 네 사람을 모두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A는 혐의가 가벼워 기소유예를, 그리고 나머지 셋은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두 자매는 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C는 재판에서 무죄를 다퉜다. C는 윗집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삿날 딸을 도우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렸다. 평소 아랫집과 층간소음으로 직접 갈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굳이 C가 먼저 자매를 때릴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C가 B의 멱살을 잡아 밀쳤지만, 딸 A가 공격당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정당방위는 자신뿐 아니라 제삼자의 피해에도 인정된다. 결국,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관건은 A였다. 딸 A가 아버지 C가 공격당하자 보인 반응이 정당방위에 해당할지가 문제였다. 앞서 C의 재판에서, 부녀가 먼저 자매를 때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인정된 상황이기도 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폭행이 일어난 순서를 따져보면 제일 먼저 윗집 딸 A가 맞고, 아랫집 언니 B가 맞고, 윗집 아버지 C가 맞고, 아랫집 여동생 D가 맞은 것이다. A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A의 기소유예 취소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당일 D의 행위는 B에 대한 정당방위가 아니라 C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A의 정당방위 요건을 인정했다.그러면서 “부친 C의 피해를 목격한 청구인 A는 아랫집 여동생 D의 폭행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A는 D를 공격한 게 아니라 C가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D의 행위는 적극적인 폭력으로 상당성을 벗어나 정도가 심하지만 A의 행위는 정도가 경미하고 소극적이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A를 대리해 사건을 변호한 배보윤 변호사는 “청구인은 층간소음 갈등 과정에서 불의의 가해자로 몰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헌재에서 피해를 구제한 것”이라며 “특히 학생 신분이라서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면 장래 진로에도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재욱 기자 2022.11.2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아파트 아랫집에 사는 자매와 윗집에 사는 여자는 층간소음으로 갈등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서로 욕설이 오가는 날이 잦았다. 2019년 12월 어느 겨울날, 윗집이 이삿짐을 들여오면서 사달이 났다. 아랫집 사람들이 윗집으로 쫓아올라 간 것이다. 이사하면서 발생한 소음 탓이었다.뛰어노는 아이.(사진=이미지투데이)‘문 열라’는 성화에 A(윗집 여자)가 문을 열고 나갔다. 아랫집 자매 중에 언니인 B의 손이 A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이사를 도와주러 온 A의 부친 C가 말릴 새도 없었다. 딸이 맞는 모습을 본 C가 싸움에 끼어들어 B의 멱살을 잡았다. 이번에는 B가 수세에 몰린 모습을 본 여동생 D가 C를 때렸다. C가 맞는 모습을 본 A가 D를 밀어냈다. 결국 네 사람은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두 집은 서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상대방이 먼저 때렸기에 스스로 방어하고자 맞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형법 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고자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는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되, 방어를 위한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의미다.각자의 주장대로라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를 마친 검찰은 네 사람을 모두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A는 혐의가 가벼워 기소유예를, 그리고 나머지 셋은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두 자매는 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C는 재판에서 무죄를 다퉜다. C는 윗집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삿날 딸을 도우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렸다. 평소 아랫집과 층간소음으로 직접 갈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굳이 C가 먼저 자매를 때릴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C가 B의 멱살을 잡아 밀쳤지만, 딸 A가 공격당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정당방위는 자신뿐 아니라 제삼자의 피해에도 인정된다. 결국,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관건은 A였다. 딸 A가 아버지 C가 공격당하자 보인 반응이 정당방위에 해당할지가 문제였다. 앞서 C의 재판에서, 부녀가 먼저 자매를 때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인정된 상황이기도 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폭행이 일어난 순서를 따져보면 제일 먼저 윗집 딸 A가 맞고, 아랫집 언니 B가 맞고, 윗집 아버지 C가 맞고, 아랫집 여동생 D가 맞은 것이다. A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A의 기소유예 취소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당일 D의 행위는 B에 대한 정당방위가 아니라 C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A의 정당방위 요건을 인정했다.그러면서 “부친 C의 피해를 목격한 청구인 A는 아랫집 여동생 D의 폭행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A는 D를 공격한 게 아니라 C가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D의 행위는 적극적인 폭력으로 상당성을 벗어나 정도가 심하지만 A의 행위는 정도가 경미하고 소극적이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A를 대리해 사건을 변호한 배보윤 변호사는 “청구인은 층간소음 갈등 과정에서 불의의 가해자로 몰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헌재에서 피해를 구제한 것”이라며 “특히 학생 신분이라서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면 장래 진로에도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애도와 2차 가해 사이…'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논란[사사건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 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명단 공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족 동의 없이 이뤄진 터라 “2차 가해”라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다수가 참사 희생자들이 ‘숫자’로 기록되는 것과 유족 동의 없는 ‘이름’으로 단순 나열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이 요청하면 민들레 측은 명단을 담은 포스터에 실명을 ‘○○○’ 익명으로 변경했는데 현재 30여명에 달합니다. 관련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개인정보공개법 위반 여부, 명단의 출처 등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입니다.이번 주 사사건건 키워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무단 공개 △이태원 참사 女희생자 성적 모욕 20대 기소 △테라·루나 공동창립자 신현성 피의자 소환조사입니다.경찰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한지 이틀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애도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논란…“진정한 애도” vs “2차 가해”진보성향의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게시했습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 공학이다.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습니다.명단 공개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희생자 이름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규탄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명단 공개 철회를 촉구했습니다.고발장도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습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 의원은 이들 매체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김건희 여사의 팬 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같은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냈습니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명단 공개를 한 공무원을 수사해달라고 서울청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서울청은 지난 16일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7일엔 고발인 신분으로 이 의원을 불러 조사했습니다.‘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포스터(사진=민들레 홈페이지)◇ 이태원 참사 女 희생자 ‘성적 모욕’ 20대 기소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20대가 기소됐습니다. 정부는 참사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엄벌하겠다고 했는데요 실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상현)는 전날 A(26)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 혐의로 기소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A씨는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여성 희생자와 관련해 인터넷에 음란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성적으로 조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온라인 계정 가입자 정보 등을 토대로 A씨를 특정해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송치 이틀 만에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모욕·조롱 글이 온라인에 더 유포되거나 비슷한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절실한 시기에 여성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과 음란한 묘사로 2차 피해를 가하고,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반인권적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이태원 참사 2차 가해에 대한 수사와 기소 사례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경찰은 지난 11일 기준 악의적 비방과 신상정보 유출 등 위법행위에 대해 10건은 수사, 나머지 17건은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사진=뉴시스)◇ ‘테라·루나’ 권도형과 창업한 신현성 소환‘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7일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37) 차이코퍼레이션(차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검찰은 신 대표가 사전에 발행된 코인을 폭락 직전 매도해 1400억원대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은 신 대표에게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다만 세계적으로 코인이 증권으로 인정된 전례가 없다는 점은 검찰이 넘어야 할 부분입니다.또 신 대표는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차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고객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5일 테라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한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차이코퍼레이션을 재차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러나 차이코퍼레이션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소현 기자 2022.11.1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 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명단 공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족 동의 없이 이뤄진 터라 “2차 가해”라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다수가 참사 희생자들이 ‘숫자’로 기록되는 것과 유족 동의 없는 ‘이름’으로 단순 나열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이 요청하면 민들레 측은 명단을 담은 포스터에 실명을 ‘○○○’ 익명으로 변경했는데 현재 30여명에 달합니다. 관련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개인정보공개법 위반 여부, 명단의 출처 등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입니다.이번 주 사사건건 키워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무단 공개 △이태원 참사 女희생자 성적 모욕 20대 기소 △테라·루나 공동창립자 신현성 피의자 소환조사입니다.경찰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한지 이틀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애도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논란…“진정한 애도” vs “2차 가해”진보성향의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게시했습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 공학이다.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습니다.명단 공개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희생자 이름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규탄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명단 공개 철회를 촉구했습니다.고발장도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습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 의원은 이들 매체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김건희 여사의 팬 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같은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냈습니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명단 공개를 한 공무원을 수사해달라고 서울청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서울청은 지난 16일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7일엔 고발인 신분으로 이 의원을 불러 조사했습니다.‘시민언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포스터(사진=민들레 홈페이지)◇ 이태원 참사 女 희생자 ‘성적 모욕’ 20대 기소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20대가 기소됐습니다. 정부는 참사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엄벌하겠다고 했는데요 실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상현)는 전날 A(26)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 혐의로 기소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A씨는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여성 희생자와 관련해 인터넷에 음란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성적으로 조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온라인 계정 가입자 정보 등을 토대로 A씨를 특정해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송치 이틀 만에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모욕·조롱 글이 온라인에 더 유포되거나 비슷한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절실한 시기에 여성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과 음란한 묘사로 2차 피해를 가하고,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반인권적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이태원 참사 2차 가해에 대한 수사와 기소 사례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경찰은 지난 11일 기준 악의적 비방과 신상정보 유출 등 위법행위에 대해 10건은 수사, 나머지 17건은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사진=뉴시스)◇ ‘테라·루나’ 권도형과 창업한 신현성 소환‘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7일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37) 차이코퍼레이션(차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검찰은 신 대표가 사전에 발행된 코인을 폭락 직전 매도해 1400억원대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은 신 대표에게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다만 세계적으로 코인이 증권으로 인정된 전례가 없다는 점은 검찰이 넘어야 할 부분입니다.또 신 대표는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차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고객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5일 테라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한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차이코퍼레이션을 재차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러나 차이코퍼레이션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피해자는 무기력 해야하나"…법원이 박원순 유족에 던진 질문[사사건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반전은 없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성희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성희롱이 맞다’며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전제로 한 인권위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앞서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직원이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2020년 7월 8일 자신을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고, 그로부터 1년 10개월 후인 2022년 11월 이번엔 법원이 재차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지난해 7월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박 전 시장의 구체적 가해 행위는 피해자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피해자가 올해 1월 출간한 책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당한 다수의 성폭력을 털어놓은 것이다.“어느 날부터 시장님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시작됐다. (중략) 평소 박 시장님은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손을 안 씻거나 자주 코를 팠다. 그런 손으로 셀카를 찍자면서 내 어깨에 자주 손을 올리고 허리와 엉덩이 등을 감쌌다. 내게서 나는 향기가 좋다면서 킁킁거리는 시늉을 하며 코를 내 신체에 가까이 대는 것도 정말 수치스러웠다. 나는 그때마다 너무 불쾌했고 소름이 끼쳤지만, 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힘의 논리 때문에 그에게 대놓고 분명하고 강하게 그런 일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김씨는 성희롱을 넘어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목한 일시는 2018년 9월이었다. “업무차 집무실에 들어갔고 그 안에 시장님과 나, 둘만 있는 상황이었다. (중략) 그런데, 갑자기 시장님께서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상체를 내 무릎 쪽으로 기울이면서 급기야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댄 것이다. (중략) 분위기가 어색한 가운데 집무실을 나온 나는 탕비실에 가서 펌핌용 손세척제로 번질번질한 박 시장의 침이 묻어 있는 무릎을 깨끗이 닦았다. 너무 더럽고 찝찝했다.”◇박원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해 부적절 메시지 보내이와 함께 추가적인 성폭력도 기록했다. 면전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외에도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 부적절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내실에서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여자가 결혼을 하려면 섹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고,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손톱 사진이나 잠옷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밤늦은 시간에 뭐하고 있냐고, 혼자 있냐고 물으면서 ‘내가 지금 갈까’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잡아줘’ 같은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인 2020년 7월 직권조사에 착수해 반년 후인 지난해 1월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51명 참고인 조사, 경찰 수사 자료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피해자의 주장은 인권위에서 일부만 사실관계가 받아들여졌다. 인권위는 “(사망한)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피해자의 주장 중 사실관계를 인정한 일부만으로도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와 같은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두 책. 왼쪽은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오른쪽은 손병관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인권위, ‘냄새 난다 킁킁’ 등 메시지 성희롱 명백인권위가 인정한 구체적 성희롱 행위는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신랑 빨리 만들어야지’, ‘지금 방에 있어’, ‘늘 내 옆에서 알았지’,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등의 메시지 △러닝셔츠 차림 셀카 사진 전송 △네일아트 한 피해자 손톱과 손 만진 행위 △여성 가슴 부각된 이모티콘 전송이었다.다만 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 외에 참고인의 진술 등 객관적 증가가 추가적으로 없는 경우엔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책에 열거한 ‘성추행’과 함께 다수 성희롱 피해 주장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컸던 ‘무릎에 호’ 주장도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먼저 요구했다’는 반론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시장 유족 주장의 요지는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인정한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향기 좋아 킁킁’, ‘너네 집에 갈까’ 등 일부 메시지와 러닝셔츠 입은 사진, 네일아트 한 손톱 만진 행위는 객관적인 증거 없이 사실관계가 인정됐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인권위가 인정한 사실관계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 같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이에 대해 법원은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등의 메시지 외에도, 복구되지 않은 메시지나 러닝셔츠 차림 사진, 선정적 여성 이모티콘의 경우도 이를 보았다는 피해자 지인이나 서울시 동료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아울러 피해자의 네일아트 한 손을 만졌다는 주장 역시 피해자 지인이나 동료들의 진술은 물론, 유족이 제출한 자료로도 사실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냈다. 그러면서 이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설령 성적 동기 없었다 해도 성희롱 인정“피해자로서는 이들 행위에 대해 박 전 시장에게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그동안 이들 행위를 묵인한 것은 시장의 심기와 컨디션을 보살펴야 하는 비서 업무의 특성상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박 전 시장의 이 사건 각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편함을 자연스레 모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들 행위는 일회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행해져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다.결국 이들 각 행위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일부 메시지의 경우 박 전 시장에게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성희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1차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박 전 시장 유족 측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행동이 성희롱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냈던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등의 메시지도 문제 삼았다.“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거나 해외 순방을 떠나는 박 전 시장에게 존경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손으로 직접 쓰기도 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과의 셀카 촬영을 즐거워했으며 SNS에 박 전 시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박 전 시장 생일파티를 주도하면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2019년께 비서실을 떠나면서 인수인계서에 서울시장 비서로서 자부심을 가지라는 충고와 박 전 시장의 인품과 능력이 훌륭해 배울 것이 많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도 했다. 네일아트를 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박 전 시장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비서실에서 강제로 계속 남았다고 하나 오히려 승진을 위해 비서실 근무 연장을 희망했고, 4년 동안 피해를 호소하지 않았다.”◇피해 공론화시 불이익 우려해 친밀감 표시 가능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피해자의 행동은 성희롱 인정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직장상사 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의 신분상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무상, 업무상 불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서는 성희롱 피해를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직장에서의 박 전 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박 전 시장에게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직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 서울시장 비서직 공무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조금이라도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한 소명의식 내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경력을 쌓기 위한 차원에서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성희롱 피해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음을 피해자 입장에서 다방면으로 충분히 고려할 필요도 있다. 또 성희롱 피해를 받은 수치심으로 인하여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할 수도 있다.”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인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씨. (사진=연합뉴스)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주장하는 유족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유족 주장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피해를 보면 즉시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성희롱 피해자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는 자의적인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다.피해자로선 자신이 입은 성희롱 피해와 별개로 박 전 시장이 그동안 인권변호사 및 서울시장으로서 사회에서 행한 활동 등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던 것으로 보여 성희롱 피해로 인한 고통과 별개로 친밀감을 표현했을 여지도 있다.”◇‘사랑해요’는 박원순 비서실 관용적 인사말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등의 메시지도 결국 성희롱을 피하기 위한 방어용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실제 가장 논란이 됐던 ‘사랑해요’는 비서실 내에서 관용적으로 통용되던 인사말이었다.“‘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이성 사이의 감정을 나타낼 의도로 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속한 부서에서 동료들 내지 상·하급 직원 사이에 존경의 표시로 관용적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또 ‘꿈에서는 된다’는 취지의 말의 경우,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대답이 곤란한 성적인 언동을 하자 이를 회피하고 대화를 종결하기 위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에게 밉보이지 않고 박 전 시장을 달래기 위해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한 말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이번 1심 판결에 대해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족 대리인은 선고 직후 “판결의 세세한 부분은 동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유족들과 잘 상의해서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부분에 대해 항소 여부를 비롯해 어떤 점이 부당한지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다만 법조계에선 유족이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는 변론 전략을 다시 구사하더라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한 여성 법조인은 “피해자의 일부 주장이 일부 틀리거나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성희롱이 명백한 부분이 탄핵될 수는 없다”며 “서울시 절대 권력자인 60대 시장과 20대 7~9급이던 비서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다. 압도적 위력이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 ‘피해자가 유발했다’ 취지의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성희롱성 메시지가 보내진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유족이 항소하더라도 반전을 만들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결국 행정소송이다. 유족이 처분의 부적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맥락상 성희롱이 아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광범 기자 2022.11.1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반전은 없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성희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성희롱이 맞다’며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전제로 한 인권위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앞서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직원이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2020년 7월 8일 자신을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고, 그로부터 1년 10개월 후인 2022년 11월 이번엔 법원이 재차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지난해 7월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박 전 시장의 구체적 가해 행위는 피해자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피해자가 올해 1월 출간한 책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당한 다수의 성폭력을 털어놓은 것이다.“어느 날부터 시장님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시작됐다. (중략) 평소 박 시장님은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손을 안 씻거나 자주 코를 팠다. 그런 손으로 셀카를 찍자면서 내 어깨에 자주 손을 올리고 허리와 엉덩이 등을 감쌌다. 내게서 나는 향기가 좋다면서 킁킁거리는 시늉을 하며 코를 내 신체에 가까이 대는 것도 정말 수치스러웠다. 나는 그때마다 너무 불쾌했고 소름이 끼쳤지만, 그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힘의 논리 때문에 그에게 대놓고 분명하고 강하게 그런 일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김씨는 성희롱을 넘어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목한 일시는 2018년 9월이었다. “업무차 집무실에 들어갔고 그 안에 시장님과 나, 둘만 있는 상황이었다. (중략) 그런데, 갑자기 시장님께서 “여기 왜 그래? 내가 호 해줄까?”라고 말하며 상체를 내 무릎 쪽으로 기울이면서 급기야 무릎에 입술을 갖다 댄 것이다. (중략) 분위기가 어색한 가운데 집무실을 나온 나는 탕비실에 가서 펌핌용 손세척제로 번질번질한 박 시장의 침이 묻어 있는 무릎을 깨끗이 닦았다. 너무 더럽고 찝찝했다.”◇박원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해 부적절 메시지 보내이와 함께 추가적인 성폭력도 기록했다. 면전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외에도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 부적절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내실에서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여자가 결혼을 하려면 섹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고,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손톱 사진이나 잠옷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밤늦은 시간에 뭐하고 있냐고, 혼자 있냐고 물으면서 ‘내가 지금 갈까’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잡아줘’ 같은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인 2020년 7월 직권조사에 착수해 반년 후인 지난해 1월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51명 참고인 조사, 경찰 수사 자료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피해자의 주장은 인권위에서 일부만 사실관계가 받아들여졌다. 인권위는 “(사망한)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피해자의 주장 중 사실관계를 인정한 일부만으로도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와 같은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두 책. 왼쪽은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오른쪽은 손병관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인권위, ‘냄새 난다 킁킁’ 등 메시지 성희롱 명백인권위가 인정한 구체적 성희롱 행위는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신랑 빨리 만들어야지’, ‘지금 방에 있어’, ‘늘 내 옆에서 알았지’,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등의 메시지 △러닝셔츠 차림 셀카 사진 전송 △네일아트 한 피해자 손톱과 손 만진 행위 △여성 가슴 부각된 이모티콘 전송이었다.다만 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 외에 참고인의 진술 등 객관적 증가가 추가적으로 없는 경우엔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책에 열거한 ‘성추행’과 함께 다수 성희롱 피해 주장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컸던 ‘무릎에 호’ 주장도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먼저 요구했다’는 반론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시장 유족 주장의 요지는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인정한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향기 좋아 킁킁’, ‘너네 집에 갈까’ 등 일부 메시지와 러닝셔츠 입은 사진, 네일아트 한 손톱 만진 행위는 객관적인 증거 없이 사실관계가 인정됐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인권위가 인정한 사실관계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 같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이에 대해 법원은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등의 메시지 외에도, 복구되지 않은 메시지나 러닝셔츠 차림 사진, 선정적 여성 이모티콘의 경우도 이를 보았다는 피해자 지인이나 서울시 동료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아울러 피해자의 네일아트 한 손을 만졌다는 주장 역시 피해자 지인이나 동료들의 진술은 물론, 유족이 제출한 자료로도 사실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냈다. 그러면서 이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설령 성적 동기 없었다 해도 성희롱 인정“피해자로서는 이들 행위에 대해 박 전 시장에게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그동안 이들 행위를 묵인한 것은 시장의 심기와 컨디션을 보살펴야 하는 비서 업무의 특성상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박 전 시장의 이 사건 각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불편함을 자연스레 모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들 행위는 일회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행해져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다.결국 이들 각 행위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일부 메시지의 경우 박 전 시장에게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성희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1차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박 전 시장 유족 측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행동이 성희롱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냈던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등의 메시지도 문제 삼았다.“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거나 해외 순방을 떠나는 박 전 시장에게 존경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손으로 직접 쓰기도 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과의 셀카 촬영을 즐거워했으며 SNS에 박 전 시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박 전 시장 생일파티를 주도하면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2019년께 비서실을 떠나면서 인수인계서에 서울시장 비서로서 자부심을 가지라는 충고와 박 전 시장의 인품과 능력이 훌륭해 배울 것이 많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도 했다. 네일아트를 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박 전 시장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비서실에서 강제로 계속 남았다고 하나 오히려 승진을 위해 비서실 근무 연장을 희망했고, 4년 동안 피해를 호소하지 않았다.”◇피해 공론화시 불이익 우려해 친밀감 표시 가능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피해자의 행동은 성희롱 인정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직장상사 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의 신분상 지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무상, 업무상 불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서는 성희롱 피해를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직장에서의 박 전 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박 전 시장에게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직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 서울시장 비서직 공무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조금이라도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한 소명의식 내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경력을 쌓기 위한 차원에서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성희롱 피해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음을 피해자 입장에서 다방면으로 충분히 고려할 필요도 있다. 또 성희롱 피해를 받은 수치심으로 인하여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할 수도 있다.”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인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씨. (사진=연합뉴스)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주장하는 유족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유족 주장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피해를 보면 즉시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성희롱 피해자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는 자의적인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다.피해자로선 자신이 입은 성희롱 피해와 별개로 박 전 시장이 그동안 인권변호사 및 서울시장으로서 사회에서 행한 활동 등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던 것으로 보여 성희롱 피해로 인한 고통과 별개로 친밀감을 표현했을 여지도 있다.”◇‘사랑해요’는 박원순 비서실 관용적 인사말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등의 메시지도 결국 성희롱을 피하기 위한 방어용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실제 가장 논란이 됐던 ‘사랑해요’는 비서실 내에서 관용적으로 통용되던 인사말이었다.“‘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이성 사이의 감정을 나타낼 의도로 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속한 부서에서 동료들 내지 상·하급 직원 사이에 존경의 표시로 관용적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또 ‘꿈에서는 된다’는 취지의 말의 경우,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대답이 곤란한 성적인 언동을 하자 이를 회피하고 대화를 종결하기 위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에게 밉보이지 않고 박 전 시장을 달래기 위해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한 말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이번 1심 판결에 대해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족 대리인은 선고 직후 “판결의 세세한 부분은 동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유족들과 잘 상의해서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부분에 대해 항소 여부를 비롯해 어떤 점이 부당한지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다만 법조계에선 유족이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는 변론 전략을 다시 구사하더라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한 여성 법조인은 “피해자의 일부 주장이 일부 틀리거나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성희롱이 명백한 부분이 탄핵될 수는 없다”며 “서울시 절대 권력자인 60대 시장과 20대 7~9급이던 비서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다. 압도적 위력이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 ‘피해자가 유발했다’ 취지의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성희롱성 메시지가 보내진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유족이 항소하더라도 반전을 만들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결국 행정소송이다. 유족이 처분의 부적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맥락상 성희롱이 아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 법원조차 "미스터리"…'구미 여아' 친모, 결국 풀려날까[사사건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홀로 집에 방치됐다 숨진 구미 3세 여아와 관련한 ‘아이 바꿔치기’ 사건의 피고인 ‘친모’ 석모(49)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마무리 수순으로 가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석씨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거나 판결 선고가 미뤄질 경우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상균)는 오는 15일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 파기환송심 7회 공판을 심리한다. 현재 석씨 사건은 앞선 대법원의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한 ‘심리 미진’ 지적에 따라 사실상 원점에서부터 다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구미 숨진 3세 여아의 친모인 석모씨. (사진=연합뉴스)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여러 가지 정황을 면밀히 보고 사실관계를 살피라는 뜻”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처음부터 심리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 스스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현재 재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키메라 증후군’ 여부에 대한 심리는 물론, 석씨가 앞서 4차례 DNA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해외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또 석씨의 회사생활 등 행적, 산부인과 간호사 및 수사 경찰 등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재판은 현재 마무리 수순이다. 검찰은 아이의 사진 등에 대한 추가 감정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추가적인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진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 선고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형사소송법상 하급심의 심급별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이에 따르면 파기환송심에서 석씨의 최대 구속기한은 내년 2월 4일이다. 구속기한 이전에 판결을 선고하지 않을 경우 구속취소나 보석을 통해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법조계에선 유죄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검찰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석씨의 범행 여부가 전혀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 밝혀지거나, 아이 바꿔치기에 가담한 공범이 나오지 않는 이상 유죄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사건은 지난해 2월 석씨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석씨의 둘째 딸 김모(23)씨가 자신의 자녀로 알고 키우던 A양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석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A양 친모가 김씨가 아닌 석씨라는 점을 확인하고 미성년자약취 등의 혐의로 석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석씨에 대해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미성년자약취, A양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석씨는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아이 바꿔치기’는 강력 부인했다.◇1·2심 “간접증거로 유죄”→대법 ‘섣부른 사실인정’ 지적1·2심은 DNA를 통해 친모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고 간접증거를 통해 석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친딸과 딸의 자녀를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의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1·2심 판결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로는 이례적으로 상당한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1·2심 유죄 판결이 매우 빈약한 간접증거를 통해 내려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특히 “법관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즉 증거방법과 쟁점이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사실 인정을 해야 한다”며 1·2심 판결의 섣부른 사실인정을 문제 삼았다.대법원은 4차례의 DNA 검사에서 확인된 석씨와 숨진 A양 간의 모녀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추가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곧바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당사자라고 인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결론 냈다.숨진 여아를 집에 홀로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김모씨. 김씨는 숨진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알았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이부자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쟁점①31일 신생아, 1일 신생아는 다른 아이인가석씨에게 적용된 ‘아이 바꿔치기’ 혐의(미성년자약취) 요지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과, 자신의 둘째 딸 김씨가 낳은 B양을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에 B양이 태어난 병원에서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석씨 딸 김씨의 출산 시기는 3월 30일 오후 12시 56분으로 병원에 정확히 기록돼 있다. 반면 석씨의 출산시기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아이가 바꿔치기됐다고 검찰이 특정한 시간 전후로 신생아실에 있던 아이가 서로 다른 아이였는지가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이다. 1·2심이 ‘다른 아이’라고 판단한 핵심 증거는 ‘아이의 체중변화’와 ‘벗겨진 식별띠’였다. 체중변화의 경우 병원이 매일 0시 측정했다. 측정된 체중은 3월 31일 3.460㎏이었고, 하루 뒤인 4월 1일엔 3.235㎏로 줄어 있었다.이를 근거로 1·2심은 “다른 사람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식별띠의 경우 4월 1일 오후 5시 12분 병원 촬영 사진에서 아이의 우측 발목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을 근거로 “누군가 임의로 분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증거로만 판단하기엔 섣부른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신생아의 경우 체중 변화는 출생 후 3~4일동안 태변과 수분 배출로 출생 직후보다 5~10%를 줄어들어 4일째 되는 날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실제 병원에 기록된 아이의 몸무게는 △출생 직후인 3월 30일 3.485㎏ △3월 31일 3.460㎏ △4월 1일 3.235㎏ △4월 2일 3.210㎏ △4월 3일 3.270㎏ △4월 4일 3.305㎏으로 출생 직후부터 4일 차까지 줄다가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몸무게 변화가 이례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식별띠와 관련해서도 해당 병원 간호사 중에서 “영아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계속 분리되면 카트에 붙여놓는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분리된 식별띠 상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해 4월 2일 0시부터 0시 반 사이에 진행된 검사에서 아이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왔는데, 이는 김씨 자녀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1·2심도 이 부분에 대해선 “6개월 미만 신생아에게선 혈액형검사 결과 불일치가 흔하게 발생한다”면서도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아 바꿔치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은 아이 확인을 위한 사진에 대한 전문가 심리도 요구했다. 출생 무렵부터 퇴원 당시까지의 아이 생김새가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뒤바뀐 시점으로 지목된 시간 전후의 아이 모습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쟁점②석씨가 31일 밤~1일 새벽 사이 바꿨나다음 쟁점은 석씨가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 아이를 바꿔치기 했는지 여부다. 여기서 3월 31일 오후 5시 32분은 석씨가 퇴근한 시간이고, 4월 1일 오전 8시 17분은 석씨가 출근한 시간이다.석씨는 31일 남편, 사위 등과 함께 오후 7시께 산부인과에 도착한 후 병원에 머물다가 오후 8시께 남편 등과 함께 아이를 신생아실로 데려다줬다. 그는 직후 남편과 함께 병원을 나와 오후 8시 30분께 집 근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를 고려할 경우 검찰이 특정한 시간대 중 석씨의 범행 가능 시간은 31일 오후 8시 30분 이후로 한정된다. 석씨 범행이 인정되기 위해선 운전을 하지 못하는 석씨가 어딘가에 있던 A양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 후 신생아실에 있던 B양과 바꿔치기하고, B양을 유기한 후 가족들 몰래 귀가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하지만 석씨의 이 시간 행적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은 “광범위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석씨 행적에 부합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쟁점③밤 시간 신생아실 출입 자유로웠나또 다른 쟁점은 해당 시간에 석씨가 범행을 위해 병원 신생아실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1·2심은 간접증거로서 해당 산부인과의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도 비교적 용이했던 만큼 마음만 먹으면 아이 바꿔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이와 관련해 일부 간호사는 신생아실 출입 가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고 그 외의 시간엔 신생아실 외부로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았다며 하급심 결론과는 다른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당시 해당 병원 신생아 관찰 기록지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31일 오후 9시부터 1일 오전 9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대법원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3월 31일 오후 9시부터 4월 1일 오전 9시까지 석씨 딸이 출산한 B양이 신생아실에 머물러 있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쟁점④석씨 출산시기는 언제인가석씨가 A양을 출산한 시기도 쟁점이다. 구미의 한 기업에서 2교대로 근무했던 석씨는 2018년 1월 27일 퇴사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할 수 없는 회사였다. 석씨의 출산 관련 병원 기록이 일절 없는 상황에서 1·2심은 출산 준비를 위해 회사를 일시적으로 그만둔 것이라고 판단했다.검찰은 석씨가 재입사 후인 2018년 3월 6일 조퇴, 3월 7일 결근을 했던 점을 근거로 출산시기를 이 무렵이라고 판단했다. 1·2심은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3월께’로만 출산시기를 추정했다.하지만 대법원은 “3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출산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석씨가 출산 임박 시점에 굳이 재입사를 했다는 것이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석씨가 쉬는 기간 출산준비를 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고, 석씨 퇴사가 회사 요구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석씨 딸 김씨가 산부인과 퇴원 시 데리고 나온 아이는 4월 9일 탯줄이 떨어졌다. 통상 출생 후 열흘 정도 만에 탯줄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3월 초 태어난 아이일 경우엔 다소 늦은 편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도 요구했다.아울러 재입사 후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지목한 3월 31일 이전, 이틀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씩 근무한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을 누구를 통해 어디에서 돌봤는지에 대해서도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쟁점⑤아이 바꿔치기 동기 무엇인가또 다른 쟁점은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할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다. 1심은 “석씨가 B양보다 자신이 출산한 A양을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김씨가 A양을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범행 동기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미성년자약취죄에선 범행 동기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도 판단을 하지 않았다.대법원은 2심 판단에 대해 “범행 동기는 간접증거에 의한 증명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간접증거만 존재하는 경우 범행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숨긴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 이념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1심의 범행동기 판단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딸과 손녀가 가족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애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상당기간 방치돼 숨진 A양을 돌보지 않았던 행동과 사망 후 사체를 은닉하려 했던 행동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씨의 목적과 의도는 석씨 행위가 약취 범행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이러한 점에서도 동기에 대해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쟁점⑥약취죄 인정될 수 있나대법원 판결에선 무조건적인 미성년자약취죄 인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약취는 폭행·협박이나 불법적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피해자를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관계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나 제 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은 “석씨가 B양의 외할머니이므로 설령 실제 아이를 바꿔치기 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B양 친권자인 김씨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자유·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씨 행위의 약취 여부 판단을 위해선 석씨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수단과 방법, B양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광범 기자 2022.11.15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홀로 집에 방치됐다 숨진 구미 3세 여아와 관련한 ‘아이 바꿔치기’ 사건의 피고인 ‘친모’ 석모(49)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마무리 수순으로 가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석씨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거나 판결 선고가 미뤄질 경우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상균)는 오는 15일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 파기환송심 7회 공판을 심리한다. 현재 석씨 사건은 앞선 대법원의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한 ‘심리 미진’ 지적에 따라 사실상 원점에서부터 다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구미 숨진 3세 여아의 친모인 석모씨. (사진=연합뉴스)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여러 가지 정황을 면밀히 보고 사실관계를 살피라는 뜻”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처음부터 심리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 스스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현재 재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키메라 증후군’ 여부에 대한 심리는 물론, 석씨가 앞서 4차례 DNA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해외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또 석씨의 회사생활 등 행적, 산부인과 간호사 및 수사 경찰 등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재판은 현재 마무리 수순이다. 검찰은 아이의 사진 등에 대한 추가 감정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추가적인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진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 선고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형사소송법상 하급심의 심급별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이에 따르면 파기환송심에서 석씨의 최대 구속기한은 내년 2월 4일이다. 구속기한 이전에 판결을 선고하지 않을 경우 구속취소나 보석을 통해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법조계에선 유죄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검찰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석씨의 범행 여부가 전혀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 밝혀지거나, 아이 바꿔치기에 가담한 공범이 나오지 않는 이상 유죄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사건은 지난해 2월 석씨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석씨의 둘째 딸 김모(23)씨가 자신의 자녀로 알고 키우던 A양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석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A양 친모가 김씨가 아닌 석씨라는 점을 확인하고 미성년자약취 등의 혐의로 석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석씨에 대해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미성년자약취, A양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석씨는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아이 바꿔치기’는 강력 부인했다.◇1·2심 “간접증거로 유죄”→대법 ‘섣부른 사실인정’ 지적1·2심은 DNA를 통해 친모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고 간접증거를 통해 석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친딸과 딸의 자녀를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의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1·2심 판결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로는 이례적으로 상당한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1·2심 유죄 판결이 매우 빈약한 간접증거를 통해 내려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특히 “법관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즉 증거방법과 쟁점이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사실 인정을 해야 한다”며 1·2심 판결의 섣부른 사실인정을 문제 삼았다.대법원은 4차례의 DNA 검사에서 확인된 석씨와 숨진 A양 간의 모녀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추가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곧바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당사자라고 인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결론 냈다.숨진 여아를 집에 홀로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김모씨. 김씨는 숨진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알았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이부자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쟁점①31일 신생아, 1일 신생아는 다른 아이인가석씨에게 적용된 ‘아이 바꿔치기’ 혐의(미성년자약취) 요지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과, 자신의 둘째 딸 김씨가 낳은 B양을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에 B양이 태어난 병원에서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석씨 딸 김씨의 출산 시기는 3월 30일 오후 12시 56분으로 병원에 정확히 기록돼 있다. 반면 석씨의 출산시기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아이가 바꿔치기됐다고 검찰이 특정한 시간 전후로 신생아실에 있던 아이가 서로 다른 아이였는지가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이다. 1·2심이 ‘다른 아이’라고 판단한 핵심 증거는 ‘아이의 체중변화’와 ‘벗겨진 식별띠’였다. 체중변화의 경우 병원이 매일 0시 측정했다. 측정된 체중은 3월 31일 3.460㎏이었고, 하루 뒤인 4월 1일엔 3.235㎏로 줄어 있었다.이를 근거로 1·2심은 “다른 사람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식별띠의 경우 4월 1일 오후 5시 12분 병원 촬영 사진에서 아이의 우측 발목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을 근거로 “누군가 임의로 분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증거로만 판단하기엔 섣부른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신생아의 경우 체중 변화는 출생 후 3~4일동안 태변과 수분 배출로 출생 직후보다 5~10%를 줄어들어 4일째 되는 날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실제 병원에 기록된 아이의 몸무게는 △출생 직후인 3월 30일 3.485㎏ △3월 31일 3.460㎏ △4월 1일 3.235㎏ △4월 2일 3.210㎏ △4월 3일 3.270㎏ △4월 4일 3.305㎏으로 출생 직후부터 4일 차까지 줄다가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몸무게 변화가 이례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식별띠와 관련해서도 해당 병원 간호사 중에서 “영아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계속 분리되면 카트에 붙여놓는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분리된 식별띠 상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해 4월 2일 0시부터 0시 반 사이에 진행된 검사에서 아이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왔는데, 이는 김씨 자녀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1·2심도 이 부분에 대해선 “6개월 미만 신생아에게선 혈액형검사 결과 불일치가 흔하게 발생한다”면서도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아 바꿔치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은 아이 확인을 위한 사진에 대한 전문가 심리도 요구했다. 출생 무렵부터 퇴원 당시까지의 아이 생김새가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뒤바뀐 시점으로 지목된 시간 전후의 아이 모습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쟁점②석씨가 31일 밤~1일 새벽 사이 바꿨나다음 쟁점은 석씨가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 아이를 바꿔치기 했는지 여부다. 여기서 3월 31일 오후 5시 32분은 석씨가 퇴근한 시간이고, 4월 1일 오전 8시 17분은 석씨가 출근한 시간이다.석씨는 31일 남편, 사위 등과 함께 오후 7시께 산부인과에 도착한 후 병원에 머물다가 오후 8시께 남편 등과 함께 아이를 신생아실로 데려다줬다. 그는 직후 남편과 함께 병원을 나와 오후 8시 30분께 집 근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를 고려할 경우 검찰이 특정한 시간대 중 석씨의 범행 가능 시간은 31일 오후 8시 30분 이후로 한정된다. 석씨 범행이 인정되기 위해선 운전을 하지 못하는 석씨가 어딘가에 있던 A양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 후 신생아실에 있던 B양과 바꿔치기하고, B양을 유기한 후 가족들 몰래 귀가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하지만 석씨의 이 시간 행적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은 “광범위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석씨 행적에 부합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쟁점③밤 시간 신생아실 출입 자유로웠나또 다른 쟁점은 해당 시간에 석씨가 범행을 위해 병원 신생아실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1·2심은 간접증거로서 해당 산부인과의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도 비교적 용이했던 만큼 마음만 먹으면 아이 바꿔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이와 관련해 일부 간호사는 신생아실 출입 가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고 그 외의 시간엔 신생아실 외부로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았다며 하급심 결론과는 다른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당시 해당 병원 신생아 관찰 기록지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31일 오후 9시부터 1일 오전 9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대법원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3월 31일 오후 9시부터 4월 1일 오전 9시까지 석씨 딸이 출산한 B양이 신생아실에 머물러 있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쟁점④석씨 출산시기는 언제인가석씨가 A양을 출산한 시기도 쟁점이다. 구미의 한 기업에서 2교대로 근무했던 석씨는 2018년 1월 27일 퇴사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할 수 없는 회사였다. 석씨의 출산 관련 병원 기록이 일절 없는 상황에서 1·2심은 출산 준비를 위해 회사를 일시적으로 그만둔 것이라고 판단했다.검찰은 석씨가 재입사 후인 2018년 3월 6일 조퇴, 3월 7일 결근을 했던 점을 근거로 출산시기를 이 무렵이라고 판단했다. 1·2심은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3월께’로만 출산시기를 추정했다.하지만 대법원은 “3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출산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석씨가 출산 임박 시점에 굳이 재입사를 했다는 것이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석씨가 쉬는 기간 출산준비를 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고, 석씨 퇴사가 회사 요구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석씨 딸 김씨가 산부인과 퇴원 시 데리고 나온 아이는 4월 9일 탯줄이 떨어졌다. 통상 출생 후 열흘 정도 만에 탯줄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3월 초 태어난 아이일 경우엔 다소 늦은 편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도 요구했다.아울러 재입사 후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지목한 3월 31일 이전, 이틀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씩 근무한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을 누구를 통해 어디에서 돌봤는지에 대해서도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쟁점⑤아이 바꿔치기 동기 무엇인가또 다른 쟁점은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할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다. 1심은 “석씨가 B양보다 자신이 출산한 A양을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김씨가 A양을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범행 동기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미성년자약취죄에선 범행 동기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도 판단을 하지 않았다.대법원은 2심 판단에 대해 “범행 동기는 간접증거에 의한 증명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간접증거만 존재하는 경우 범행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숨긴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 이념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1심의 범행동기 판단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딸과 손녀가 가족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애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상당기간 방치돼 숨진 A양을 돌보지 않았던 행동과 사망 후 사체를 은닉하려 했던 행동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씨의 목적과 의도는 석씨 행위가 약취 범행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이러한 점에서도 동기에 대해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쟁점⑥약취죄 인정될 수 있나대법원 판결에선 무조건적인 미성년자약취죄 인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약취는 폭행·협박이나 불법적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피해자를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관계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나 제 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은 “석씨가 B양의 외할머니이므로 설령 실제 아이를 바꿔치기 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B양 친권자인 김씨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자유·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씨 행위의 약취 여부 판단을 위해선 석씨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수단과 방법, B양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군복무 중 상관 뒷담화? 그러다 전과자 됩니다[사사건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군복무 시절 상관에 대해 모욕성 뒷담화를 한 예비역들이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군형법상 상관모욕 혐의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이나 금고형만 처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로 처벌이 엄하다. 징역형 전과가 있을 경우 취업 등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사관이었던 A씨는 군복무 시절 다른 동료들이 보는 자리에서 중대장을 향해 “멸치”, “믿거(믿고 거른다)”, “X밥” 등의 비하성 발언을 했다.중대장의 신고로 군사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A씨는 수사 도중 징계성으로 전역을 하게 됐다. 그는 전역 후 민간 검찰에서 수사를 받았고 결국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A씨는 법정에서 “모욕의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피해자였던 중대장이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모욕성 발언”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여성 상관에 대한 성희롱성 뒷담화도 주된 처벌 대상이다. B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후임병들 앞에서 부대 여성 소령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B씨 전역 후 후임병들이 이를 부대에 신고했고, B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에 불려 나가 ‘상관모욕’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결국 그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이 확정됐다.올해초 전역한 C씨는 올해 1월 여성 중대장으로부터 점호 관련해 질책을 받자 생활실에서 후임병들이 듣는 앞에서 중대장에 대해 성적 표현이 들어간 욕설을 했다.소원수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대장이 신고했고, C씨는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전역했다. 전역 후 경찰과 검찰에서 연이어 조사를 받고 결국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C씨 역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상관모욕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경우에 한해 전과가 남지 않는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다. 선고유예의 경우 집행유예와 달리 유예 기간이 끝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경기도 파주 한 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D씨는 지난해 9월 생활관에서 선·후임 앞에서 임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관들에 대해 외모 비하와 함께 ‘짬찌(짬찌끄러기)’ 등의 뒷담화를 했다.동료 병사들이 말렸지만 D씨의 이 같은 뒷담화는 계속됐다.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전역 후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졸지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서 그는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죄를 하고 나서야 용서를 받았다. 결국 법원도 징역 4월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한광범 기자 2022.11.1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군복무 시절 상관에 대해 모욕성 뒷담화를 한 예비역들이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군형법상 상관모욕 혐의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이나 금고형만 처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로 처벌이 엄하다. 징역형 전과가 있을 경우 취업 등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사관이었던 A씨는 군복무 시절 다른 동료들이 보는 자리에서 중대장을 향해 “멸치”, “믿거(믿고 거른다)”, “X밥” 등의 비하성 발언을 했다.중대장의 신고로 군사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A씨는 수사 도중 징계성으로 전역을 하게 됐다. 그는 전역 후 민간 검찰에서 수사를 받았고 결국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A씨는 법정에서 “모욕의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피해자였던 중대장이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모욕성 발언”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여성 상관에 대한 성희롱성 뒷담화도 주된 처벌 대상이다. B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후임병들 앞에서 부대 여성 소령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B씨 전역 후 후임병들이 이를 부대에 신고했고, B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에 불려 나가 ‘상관모욕’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결국 그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이 확정됐다.올해초 전역한 C씨는 올해 1월 여성 중대장으로부터 점호 관련해 질책을 받자 생활실에서 후임병들이 듣는 앞에서 중대장에 대해 성적 표현이 들어간 욕설을 했다.소원수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대장이 신고했고, C씨는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전역했다. 전역 후 경찰과 검찰에서 연이어 조사를 받고 결국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C씨 역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상관모욕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경우에 한해 전과가 남지 않는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다. 선고유예의 경우 집행유예와 달리 유예 기간이 끝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경기도 파주 한 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D씨는 지난해 9월 생활관에서 선·후임 앞에서 임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관들에 대해 외모 비하와 함께 ‘짬찌(짬찌끄러기)’ 등의 뒷담화를 했다.동료 병사들이 말렸지만 D씨의 이 같은 뒷담화는 계속됐다.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전역 후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졸지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서 그는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죄를 하고 나서야 용서를 받았다. 결국 법원도 징역 4월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 전장연 시위에 열차 탈선까지…이번주, 출근길 ‘대란’ [사사건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 달에 네다섯 번꼴로 진행하던 지하철 탑승시위를 이번 주엔 5일 연속 진행했습니다. 전장연은 서울 강동구청과 성북구청을 찾아가 장애인 권리예산의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국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에 관한 보고회를 여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시민들의 불편 호소에도 전장연이 이처럼 투쟁 강도를 높이는 건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달라”는 요구에 정치권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 중인 국회를 향한 시위입니다. 하지만 출근길 시민들은 “바쁜 시간에 뭐하는 짓이냐”며 불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지하철 탑승 시위 빈도’ 잦은 전장연 △열차 탈선사고에 성난 사람들 △전자발찌 끊고 도주 ‘라임’ 김봉현입니다.◇ “우리도 콜택시 타고 친구 집 놀러가고 싶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사진=전장연)전장연의 핵심요구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권리예산’입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이동해서 시간에 맞춰 학교, 직장, 고향, 여행도 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이 같은 요구가 담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문제는 오래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교통약자법(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일부 진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개정안은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과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전장연은 법 개정에 따른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 예산과 관련해서 정부가 237억원밖에 편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콜택시 차량 법정 보장 대수 충족 지역은 서울, 경기, 경남 지역뿐이고 1대당 운전 노동자 수도 평균 1.16명에 불과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철에 출퇴근 시위 등 투쟁 강도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다만 출근길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5호선 천호역에서 시작된 전장연 시위로 방화행 열차는 최대 63분 지연운행됐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승객들은 “그만 좀 해, 지겹다”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하염없이 기다려”…열차사고에 성난 사람들지난 7일에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일대가 큰 혼잡을 빚었습니다. 전날 영등포역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의 궤도 이탈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지역으로 연결되는 KTX는 물론, 서울 지하철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습니다.당장 시민들은 ‘지옥철’에 몸을 실으면서 안전사고를 걱정했습니다. 압사 사고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신고도 잇달았습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3분께부터 오전 9시까지 1호선 개봉역, 구로역, 신도림역 인근에서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신고 총 12건이 접수됐습니다. 신고 내용은 “숨 막힌다”, “혼잡하니까 통제해줬으면 좋겠다” 등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전 이뤄진 112신고 내용과 유사합니다.애초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4시께 열차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열차 복구가 정상화된 시점은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였습니다. 이날 오후 3~4시께 서울역은 표를 반환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실제 승차권 반환을 위한 창구 앞에는 40~50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지난 7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안에는 지연된 열차로 인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사진=황병서 기자)◇ 전자발찌 끊고 도주한 ‘라임’ 김봉현…‘지명수배’‘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전국 경찰에 수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라임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30분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것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서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부자 진술을 확인하고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에서 보석 취소 청구가 인용된 것은 그가 도주한 뒤 시점이었습니다.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그 당시 재판부는 “신청된 증인이 수십 명에 이르러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허가했다”며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 보증금 3억원과 주거 제한, 출국 시 법원 허가, 참고인·증인 접촉 금지 등을 조건으로 걸었으며, 김 전 회장은 남은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법원에 제출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도주로 이 같은 약속은 공허한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황병서 기자 2022.11.12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 달에 네다섯 번꼴로 진행하던 지하철 탑승시위를 이번 주엔 5일 연속 진행했습니다. 전장연은 서울 강동구청과 성북구청을 찾아가 장애인 권리예산의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국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실태조사에 관한 보고회를 여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시민들의 불편 호소에도 전장연이 이처럼 투쟁 강도를 높이는 건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달라”는 요구에 정치권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 중인 국회를 향한 시위입니다. 하지만 출근길 시민들은 “바쁜 시간에 뭐하는 짓이냐”며 불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지하철 탑승 시위 빈도’ 잦은 전장연 △열차 탈선사고에 성난 사람들 △전자발찌 끊고 도주 ‘라임’ 김봉현입니다.◇ “우리도 콜택시 타고 친구 집 놀러가고 싶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사진=전장연)전장연의 핵심요구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권리예산’입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이동해서 시간에 맞춰 학교, 직장, 고향, 여행도 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이 같은 요구가 담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문제는 오래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교통약자법(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일부 진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개정안은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과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전장연은 법 개정에 따른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 예산과 관련해서 정부가 237억원밖에 편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콜택시 차량 법정 보장 대수 충족 지역은 서울, 경기, 경남 지역뿐이고 1대당 운전 노동자 수도 평균 1.16명에 불과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철에 출퇴근 시위 등 투쟁 강도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다만 출근길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5호선 천호역에서 시작된 전장연 시위로 방화행 열차는 최대 63분 지연운행됐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승객들은 “그만 좀 해, 지겹다”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하염없이 기다려”…열차사고에 성난 사람들지난 7일에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일대가 큰 혼잡을 빚었습니다. 전날 영등포역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의 궤도 이탈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지역으로 연결되는 KTX는 물론, 서울 지하철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습니다.당장 시민들은 ‘지옥철’에 몸을 실으면서 안전사고를 걱정했습니다. 압사 사고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신고도 잇달았습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3분께부터 오전 9시까지 1호선 개봉역, 구로역, 신도림역 인근에서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신고 총 12건이 접수됐습니다. 신고 내용은 “숨 막힌다”, “혼잡하니까 통제해줬으면 좋겠다” 등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전 이뤄진 112신고 내용과 유사합니다.애초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4시께 열차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열차 복구가 정상화된 시점은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였습니다. 이날 오후 3~4시께 서울역은 표를 반환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실제 승차권 반환을 위한 창구 앞에는 40~50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지난 7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안에는 지연된 열차로 인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사진=황병서 기자)◇ 전자발찌 끊고 도주한 ‘라임’ 김봉현…‘지명수배’‘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전국 경찰에 수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라임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30분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것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서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부자 진술을 확인하고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에서 보석 취소 청구가 인용된 것은 그가 도주한 뒤 시점이었습니다.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그 당시 재판부는 “신청된 증인이 수십 명에 이르러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허가했다”며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 보증금 3억원과 주거 제한, 출국 시 법원 허가, 참고인·증인 접촉 금지 등을 조건으로 걸었으며, 김 전 회장은 남은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법원에 제출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도주로 이 같은 약속은 공허한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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