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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K워치]기준금리, 총재 임기 내 연1.25%까지 오를까
    기준금리, 총재 임기 내 연1.25%까지 오를까
    최정희 기자 2021.09.2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준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이주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데 내년 1월 또는 2월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이다. ◇ 10월 또는 11월엔 추가로 올린다 한은은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이 총재 임기 중 총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사전에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월보다는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통위원들 전부, 서둘러서도 안되지만 지체해서도 안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8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일부 금통위원들은 ‘첫 단추’, ‘소폭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등을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관심은 내년 1월 또는 2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다. 이 총재 메시지 등을 살펴보면 10월 또는 11월에 대해선 추가 인상 시그널을 명확하게 내비치고 있으나 내년 3월말 총재 임기 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내년 1월, 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8월 기준금리 인상은 ‘빚투(빚을 내 투자)를 통한 집값 상승 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집값 상승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월간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96% 올라 2011년 4월(1.14%)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29%, 0.67% 상승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면 7월 기준 전국은 1년 전보다 21.1% 올랐고 수도권은 23.9%를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집값 상승 심리 또한 최고점을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월 수도권 기준 148.4를 기록, 2011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은 141.4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썼다. 주택시장으로 가는 돈줄 죄기가 하나 둘씩 나오면서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오기 전에 ‘막차의 막차를 타자’는 심리가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포모(FOMO·나만 도태될 수 없다는 두려움) 심리가 더 자극됐다는 얘기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고 금리는 ‘1.25%’ 전망이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1년 뒤 주택 가격 상승률은 0.2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로 되돌릴 여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말까지 금리가 1.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나 일부에선 그 시점을 이 총재 임기 내인 내년 3월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장 재정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정하고자 할 경우 상당한 시간과 연속적 금리 인상이 요구될 수 있다”며 “한은은 10월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고 내년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가정해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연 1.0%일 때에도 실질금리는 -0.2%~-1.6%(물가상승률 2.6%, 근원물가 1.2% 전제)로 마이너스이고, 연 1.25%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0.05%~-1.35%다. 작년엔 실질금리가 0%~0.1%(물가상승률 0.5%, 근원물가 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측면에선 올해가 작년보다 더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의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기준금리는 2분기 현재 적정 기준금리보다 1.8%포인트 더 낮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9일 대선이 실시되고 같은 달말 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금리 인상에 제약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대선 등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12월 19일 선거일을 약 4개월 앞둔 8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오히려 가장 큰 변수는 경기 상황이다. 한은은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내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3.0%, 1.5%)을 하향 조정하게 된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연 평균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한선 또한 높지 않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중립금리는 1.25~1.50%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최종 금리는 1.25%이고 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말 또는 그보다 더 일찍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 [BOK워치]반도체경기·코로나·고승범…8월 금통위 3대 키워드
    반도체경기·코로나·고승범…8월 금통위 3대 키워드
    최정희 기자 2021.08.1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데다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이달 회의에서 빠지게 된 점 역시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논리를 어떻게 펼쳐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 회복세가 기대 이하인 상황에서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이 필요한 지를 두고 금통위원 간 격론이 예상된다. ①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4% 성장률 의구심 모건스탠리, 크레디리요네(CLSA) 등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디램(DRAM)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들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1, 2위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대폭 낮췄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 주(9~13일) 코스피시장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7조6000억원을 내다 팔았다. (출처: 마켓포인트)당초 반도체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혔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1년전보다 무려 39.6% 급증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액으로 따져도 넉 달 연속 100억달러대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44.6% 증가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IB 등에선 디램 재고 증가로 공급 과잉 상태가 나타나고 PC용 수요 부진이 가격을 하락시키고 결국엔 서버용 디램까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재고 축적을 미루면서 수출 수요 또한 약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4분기 PC용 디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5% 하락이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디램 평균가격이 올 4분기부터 6개월간 15%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미국,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변수가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올해 성장률을 8.7%에서 8.2%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 성장률을 6.5%에서 6.3%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4% 성장률 달성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② 코로나 확산하는데 카드 승인액 되레 증가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7월부터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기록,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유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자는 취지가 강했다. 그러나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강화, 40% 초반의 백신 접종률(1차)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1000명대에서도 금리를 못 올렸는데 2000명 안팎 속에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출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확산, 거리두기 강화 및 연장에도 소비 위축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카드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신용카드 승인액은 14조517억원으로 1년전보다 7.0%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월과 비교해도 2.3% 증가했다. 또 이는 올 들어 월별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최근 4년간 7월 사용액 중 가장 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경제주체의 감염병에 대한 학습효과가 높아졌고 이들이 또 다른 형태로 소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 코로나 확산에도 내수가 버텨준다면 실물 경제 악화 우려는 덜 할 수 있다. ③ ‘고승범’과 타 금통위원의 차이..“금리 인상 논리가 다르다”이달 회의에선 7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 되면서 고 위원 없이 6명만으로 금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6명 중 총재를 포함한 5명이 금리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 금융위원회)하지만 금리 인상의 논리는 다르다. 고 위원은 실물 경제만 보면 금리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으나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회복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무게를 둬야 할 때라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금융권 가계대출은 78조8000억원 증가, 전년동기(45조9000억원)대비 71.6%(32조9000억원)나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5월까지 무려 10% 가까이 급등했다. `빚투→부동산 가격 급등→빚투 급증`은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좋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상할 근거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다른 위원들은 `견실한 회복세`까지를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은 연 4% 성장을 포함한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한은이 이달 또는 이후에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회복과 자산거품보다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점쳤다.
  • [BOK워치]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최정희 기자 2021.07.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물가목표제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은 돈 풀기를 좀 더 이어가는 통화정책이 예상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유럽의 물가목표제 개편은 8년째 목표치에 미달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CB도 “연 2% 넘는 물가상승 용인”ECB는 지난 8일(현지시간) 물가목표치를 물가 상승률 ‘연 2% 소폭 하회(below, but close to 2%)’에서 ‘2%(at 2%)’로 상향 조정했다. 저물가 기조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물가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다소 일시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물가목표치 변경이 연준이 작년 8월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AIT)와는 다르다고 밝혔으나 2% 넘는 물가 상승률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은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의 돈 풀기 정책이 계속될 여지는 더 커졌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ECB가 단기적으로 정책 경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통화완화 기조의 장기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미국, 유럽이 물가목표제를 변경하는 것은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하회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기더라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지만 한은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2013년 이후 8년째 연간 물가 상승률이 2% 미만으로 물가목표치(2013~2015년 2.5~3.5%, 2016년 이후 2% 단일 물가목표제)에 미달하고 있다. 올해도 한은, 기획재정부의 전망치(연 1.8%)대로라면 목표치에 못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데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으로선 오히려 미국 등의 행보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한 금통위원은 5월 말에 열린 금통위 정기회의 의사록에서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함정에 빠져 과잉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을 양산하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 때와 같은 과도한 금융 사이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목표치 8년째 미달, 한은 물가목표제 재검토해야한은이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물가목표제를 운영하는 정책 부서로서 계속된 목표치 미달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이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이동통신요금 인하,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일명,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데다 전·월세 부담이 큰 데도 그 비중은 9.4%에 불과하기 때문. 이런 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클 것이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통계청은 오는 11월까지 무상으로 전환된 학교급식비 등을 제외하고 전·월세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소폭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개편안이 한은이 물가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자가주거비(자기 소유 주택을 임대했을 때 얻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 비중이 소비자물가지수에 30% 넘게 들어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월세 비중을 27.1%로 높인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지수를 보조지표로 내고 있는데 이러한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 상승률(4월 2.1%, 5월 2.4%, 6월 2.2%)은 오히려 기존 소비자물가 상승률(4월 2.3%, 5월 2.6%, 6월 2.4%)보다 낮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식료품, 에너지 비중도 20%대 초반을 차지한다.이는 미국, 유럽처럼 물가목표치를 조정하거나 미국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한 것처럼 목표치의 기준점이 되는 지표를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중기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는 2%가 적정하다”고 밝혔다.한은이 물가보다 금융 안정에 좀 더 신경써야 하는 환경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면 이런 환경에 맞춰 물가목표제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 작년에 관련 회의를 했고 개편 주기가 2년이라고 해도 이를 기다렸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2% 물가 자체가 고물가로 인식되고 있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석 달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자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2.3%로 두 달 연속 0.1%포인트씩 상승했다.
  • [BOK워치]금리인상 언제?…8월 성장률 전망에 달렸다
    금리인상 언제?…8월 성장률 전망에 달렸다
    최정희 기자 2021.06.0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보다 더 확실한 시그널은 없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부터 8년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들었다. 이 총재는 국장 시절부터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경력만 따지면 역대 최다 참석자다. 총재 말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을 모르지 않는 데다 신중한 성격까지 더해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지난 달 27일, 한은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과 금통위 회의 이후 이뤄진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분명한 어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며 ‘가까운 장래’, ‘당분간’이란 표현으로 현 통화정책을 유지할 기간까지 제시했다. 석달 후인 8월 성장률을 수정 전망할 때 현 전망(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출처: 한국은행)◇ 백신 접종률 가속 붙어..경기 회복 빠르다 이 총재는 연초부터 금리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3월엔 올해 성장률 3% 중반을 자신하더니 자신의 임기내 주요 과제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꼽았다. 4월엔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3% 중반 성장률이 현실화될지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당시 시장에선 ‘금리 인상 씨앗이 뿌려졌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씨앗은 빠르게 자라났다. 5월 경제전망에선 4% 성장률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 최근 5년간(2015~2019년) 평균 성장률 2.76%보다 높을 뿐 아니라 2%초중반대 잠재성장률도 넘어서는 수치다. 성장률 전망치만 봐도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할 만한 숫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총재는 현 통화정책에 대해 ‘큰 폭의 완화 기조’라고 평가했고 경제 전망에 대해선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성장률과 잠재성장률간 차이) 해소 시기가 한층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당분간’에 대해선 ‘가까운 장래’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 문구 중 ‘상당기간’이 보통 6개월로 통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6개월보다 훨씬 더 빠른 시점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이라며 “앞으로는 경제 지표, 경제 상황의 개선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즉, 8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때 5월 전망했던 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금리 인상 조건을 충족한다는 메시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빨리 긴축 신호를 켜는 것이 통화정책 운용에 더 유리하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경기는 빠른 회복세로 향해 가고 있다. 경기 회복 과정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5일 자정기준 1차 접종자는 누적 745만5726명으로 통계청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 5134만9116명 대비 14.5%를 기록했다. 2차 접종 완료자는 누적 227만7137명으로 전국민 대비 4.4% 수준이다잔여(No show·백신 예약자가 접종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발생) 백신을 예약하는 앱에 접속량이 집중, 불통이 발생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자는 764만2122명으로 접종 대상자(946만9550명)의 80.7%에 해당한다.팬데믹 우려가 완화하면서 소비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3월과 4월 전월비 2.3%씩 증가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5월 수출은 1년전보다 45.6% 증가, 1988년 8월 이후 32년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 ◇ 11차례 금리 조정 중 10차례 ‘소수의견’ 전제 다만 일각에선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3월 31일 이 총재의 임기 종료가 금리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때까지 금리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행태만 따져보면 대선 등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 약 4개월 전인 2007년 8월 9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올랐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약 2개월 전인 2012년 10월엔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종료 전에 금리를 조정했던 때도 있다. 박승 전 총재는 자신의 임기 종료(2006년 3월말) 두 달 전인 2월에 금리를 0.25%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통화정책은 금융·경제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제 임기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신호를 줄 것인지다. 이 총재는 자신의 임기 시작 후 지금까지 11차례의 기준금리 조정 과정에서 10차례에 대해 금통위원 소수의견을 낸 후에 금리를 조정했다. 이런 경험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나온 뒤에야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서 끝날 것인지, 그 이상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성장률이 현 전망치 이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대출 금리 상승과 무관하게 대폭 증가하고 있고 비트코인, 밈(Meme·SNS 등에서 인기를 끄는 종목) 주식 등 위험추가 성향이 강해지는 등 저금리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으로 방향을 튼 상태에서 1년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렸던 적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였다. 1년여 기간 동안 다섯 차례 올렸다. 최근엔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각각 한 번씩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 [BOK워치]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최정희 기자 2021.03.31
    (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작년 11조원의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고 그냥 두면 국채 금리가 오를 게 뻔하니 이를 사들인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매입할 때마다 ‘양적완화’라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국채를 사서 달러를 찍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원화를 풀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산 만큼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을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하기 때문에 ‘양적완화’는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국채 매입액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는데도 한은의 세 가지 유동성 흡수 규모는 감소했습니다. 한은은 통안채 발행·RP매각·통화안정계정 등 세 가지 빨대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데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늘린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을 덜 흡수했다는 얘기죠. 왜 그럴까요? 답은 집안으로 기어들어간 현금에 있습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은행끼리 초단기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콜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가깝게 맞추도록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집안으로 들어간 현금은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유동성 빨대를 크게 휘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한은은 이런 덕분에 작년 사상 최대치 이익을 냈습니다. ‘양적완화’를 둘러싼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출처: 한국은행)◇ ‘집안 금고에 쌓인 현금’..한은, 유동성 빨대 크기 줄어들어 한은 통화정책 목표의 대명제는 은행간 콜금리를 기준금리 연 0.5%에 맞추는 것입니다. 은행끼리 돈이 남아돌거나 부족할 때 서로 빌려주거나 꿔주는 데 1일 동안 쓸 돈에 대한 값이 콜금리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콜금리는 0.59%까지 오르기도 하고 0.45%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대체로 0.5%선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유동성 빨대가 언제 얼만큼 필요한지는 이 콜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죠. 작년엔 정부가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살린다고 가계에 재난지원금을 쥐여주면서 나라 빚(국채)을 많이 냈습니다. 국채를 사줄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국채가 한꺼번에 많이 발행되니 한은이 구원투수로 나서 국채를 사줬습니다. 한은이 국채를 사게 되면 한은 자산엔 국채가 추가되는 대신 시중에 원화가 풀리죠. 이대로 놔둔다면 ‘콜금리’가 0.5%보다 떨어질지 모릅니다. 은행은 남아도는 돈을 그냥 두지 않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내 돈 좀 빌려가. 내가 더 싸게 빌려줄게’하면서 하루 짜리 이자놀이를 하려 들테고 콜금리는 쭉쭉 떨어질지 모릅니다. 그냥 둔다면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 기준금리 0.5%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죠. 그래서 한은은 ‘그 돈 나한테 줘’라며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라는 빨대로 유동성을 쏙 빨아들입니다. 그런데 유동성 빨대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죠.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 합산액은 작년 722조2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으로 2019년(749조원)보다 감소했습니다. 작년에 이례적으로 국채를 11조원이나 샀으면서 왜 유동성 빨대 크기도 줄어든 것일까요?풀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 봐야 합니다. 집안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작년 현금 통화(평균잔액)는 125조46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 늘어났습니다. 2016년(16.2%)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죠.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에 코로나19 위기는 현금 지폐를 움켜쥐고 싶은 심리를 부추겼습니다. 5만원짜리의 보관 용이성, 높은 상속·증여세율 부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돈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도 급증했습니다. 1년 넣어봤자 1%도 이자를 주지 않는 예금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죠. 언제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예금이 무려 189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정기예금은 14조4000억원 줄었는데 말이죠. 수시입출식예금은 지급준비금(은행이 고객의 자금 인출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쌓아놓는 돈) 적립률이 7%입니다. 저축성 예금이 2%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죠.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면 필요 지준이 증가,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이유가 줄어들게 됩니다. 국채를 11조원이나 매입한 만큼 유동성 흡수 빨대를 크게 휘두를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한은은 상반기 최대 7조원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고 이달 9일 2조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2·3년물 등 단기 채권 금리가 뛰자 1·2년 통안채 발행 규모를 50% 축소키로 했습니다. 통안채는 3월 156조3000억원 발행(월 평균잔액 기준), 전달(154조1000억원)보다 늘어났으나 계획 대비로는 1조4000억원 줄어든 것입니다. 통안채 발행을 줄인 대신 RP매각과 통안계정은 증가했습니다. RP매각은 1월, 2월 각각 14조5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 13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나 3월엔 16조7000억원 늘어났고 통안계정도 10조8000억원으로 전달(9조6000억원)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달 콜금리는 평균 0.48%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한은, 짭짤한 이익 냈지만..풀린 돈이 경제 살릴까는 의문 한은이 작년 세전 순이익 10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도 이런 흐름과 연결됩니다. 국채를 많이 사서 국채 보유에 따른 이자를 받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투자한 미국 국채 등도 금리 하락에 국채 값이 오르면서 매매차익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통안채 발행, RP매각, 통화안정계정은 감소, 여기에 투자하는 은행 등에 줘야 할 이자는 줄어들었습니다. 집안 금고에 현금이 쌓여있고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올해도 나타난다면 한은은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입니다. 1%에 가까운 통안채 2년물 발행을 줄이고 0.5%로 RP를 매각하는 것도 이자지급액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인데 정작 현금은 집안 금고에 쌓이고 은행으론 들락날락하는 돈만 늘어난다면 과연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 돈이 소비나 투자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작년처럼 주식으로 우르르 몰려가면 ‘버블’ 만들기 딱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한은이 돈 벌기 좋아진 것은 알겠는데 그게 경제에 좋은 지는 좀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죠. 한은이 번 돈의 70%는 정부에 귀속돼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쪼끔 보탬이 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1년 예산의 1%도 안 될 것입니다.
  • [BOK워치]'2011년 데자뷔' 가보지 않은 길 걷는 연준…한은의 선택은?
    '2011년 데자뷔' 가보지 않은 길 걷는 연준…한은의 선택은?
    최정희 기자 2021.03.25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은 어떤 측면에선 2011년과 닮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0년 11월 양적완화(QE)2를 시작했다. 얼어붙은 고용, 낮은 물가 등이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6개월도 안 돼 국제유가는 물론, 전 세계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니 말 다했다. 곧바로 연준에 비난이 쏟아졌다. 양적완화가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경고 메시지가 잇따랐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추가 실시해 돈을 더 풀겠다는 데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외려 국채 금리는 올랐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2010년 10월초 2.527%였는데 2011년 2월초 3.555%로 불과 5개월 만에 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2년물 금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0.358%에서 0.772%로 0.4%포인트 넘게 뛰었다. 연준이 돈을 더 풀겠다는 데도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연준의 판단을 의심했다. 이는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다. 다행히 당시엔 연준의 판단이 옳았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2011년 5월 이후 서서히 하락했다. 그 뒤 연준이 고민한 것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제’였다. 고정된 물가안정목표 대신 물가와 실물경제에 동일한 가중치를 두고 사전에 정해진 명목GDP를 따라가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가안정목표보다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준이 이런 고민을 한 것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더라도 연준이 추가적인 자산 매입을 계속할 의도가 있다고 믿는다면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경제성장을 계속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2011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명목GDP 목표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도입은 포기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자신의 자서전 ‘행동하는 용기’에서 “명목GDP 목표제가 효과를 보려면 신뢰성이 있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1980년대, 1990년대의 대부분을 소비한 연준이 갑자기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지속될 지 모르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미래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용기와 능력이 있으리라고 국민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고 당시 고민을 밝혔다.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후의 연준은 이와 유사한 방안을 꺼냈다. 작년 8월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가 그것이다. 일시적으로 연 2%를 넘는 물가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망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보고 통화정책을 움직이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내걸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의 예상대로 시장은 연준을 의심하고 있고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당시엔 연준의 판단이 옳았지만 지금도 그때와 같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연준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이를 바라보는 신흥국들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서면 질의응답을 통해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통화당국으로서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준의 가보지 않은 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년 간 2%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 달성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은 예측에 따라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보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관행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연준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로 내다봤다. 물가목표치 2.0%를 넘어서는 수치다. 2022년, 2023년에도 각각 2.0%, 2.1% 물가가 올라 전망치대로라면 목표치를 달성한다. 그럼에도 숫자를 확인해 후행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려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시장은 2011년 때보다 더 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연준의 무기 외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에선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이 통과된 데 이어 3조달러의 인프라 투자 부양책이 추진되고 있다. 부양책이 얼마나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 상반기는 작년 마이너스 유가를 고려하면 기저효과만으로도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하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인지다. 인플레이션을 보고도 연준이 이를 용인하고,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경각심’ 키우는 신흥국..韓도 예외 아냐 연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신흥국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자가 나오는데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4.25%→4.50%), 터키(17.00%→19.00%), 브라질(2.00%→2.75%)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코로나19 속에 경기는 안 좋지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한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치 아그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등의 소동도 벌어졌다.우리나라는 이런 취약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연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이상 금융시장이 언제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외국인은 2월에도 채권을 9조원 가까이 순투자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133.60원으로 연초 이후 무려 47.3원이나 올랐다. 그 만큼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했다는 얘기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참가자들은 성장과 물가의 상방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자산매입 축소나 금리 인상 시기가 연준이 시사하는 것보다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상존한다”며 “앞으로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의 향방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수시로 조정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통화당국으로서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헤게머니가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는 셈이다. 금리 인상 주판알을 튕길 만큼 얼마나 성장과 물가가 좋아지느냐가 관건인데 그 시기가 빨라진다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에 기초해 보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과 물가 여건이 개선되면 ‘질서 있는 정상화’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1년 남은 임기내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아져야 할까. 2016년 2%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 이후 한은은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금리를 올렸는데 당시 물가 전망(당시 10월에 나온 전망치)은 각각 2.0%, 1.6%였다. 성장률 전망은 3.0%, 2.7%였다. 코로나 이전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2019~2020년)은 2.5%이고, 코로나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과거 데이터를 비교하면 2% 초중반대 성장률, 1% 후반대 물가상승률은 금리를 만질 만한 필요조건은 되는 셈이다. 물론 작년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5월 수정 경제전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BOK워치]한은까지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회…이주열의 선택은?
    한은까지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회…이주열의 선택은?
    이윤화 기자 2021.01.27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영업 손실 보상법 등 정치권에선 올해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도 되기 전부터 열심히 돈을 쓸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필요한 재원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자영업자 매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수백조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국세수입 예상액이 282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2007년 이후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 규모. (자료=한국은행)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는데 지출을 늘리면 결국 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 내년에는 1070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돈을 빌리려면 정부가 국채를 더 찍어야 합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금리는 올라갑니다(채권값 하락).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한 것이죠. 국채발행이 늘어나면 유동성은 떨어지고 시장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5%,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내리고 열심히 돈을 풀었는데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금리도 따라 상승해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 살림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은이 작년에 이례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사상최대인 11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기 부양 재원 마련 위해 국회가 한은 발권력 통제 시도 올해도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한은의 고민도 더 깊어졌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마구 국채를 사들일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나마 기획재정부가 찍어내는 국채를 매입 해야 할 상황입니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176조4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찍을 예정입니다. 한은도 국채 발행이 너무 많아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 오면 국채 매입을 늘리고 필요하면 매입 시기나 규모 등을 사전에 미국처럼 공표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선제적으로 장기금리를 억눌러야 할 수준은 아니라며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마구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 탓에 난감한 처지입니다. 한은으로선 금융 시장 안정도 신경 써야 하고, 동시에 국채 매입 정례화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말을 보태고 나섰으니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거론될 수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특히 정치권에선 한은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특별법으로 발의해 법제화하려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를 돕는 일명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 법안’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손실 입은 매출액의 70%를 최대 보상하되,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발행한 한은이 이를 직매입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채 매입은 한은이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로 채권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매입 시기와 규모를 정하고 운용해왔던 것인데, 독립된 중앙은행의 수단을 법제화한다는 것이 생소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딱 한 번 쌀, 보리 수급 조절 위한 양곡증권 매입이 있었을 뿐이었죠. 채권 시장이 발전하지 않았던 21년 전과 아시아에서 채권시장 2위로 성장한 지금과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자체가 다릅니다. 한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이나 국채 시장이 없는 나라들은 몰라도 중앙은행의 적자 국채 직접 매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8월부터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를 직매입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나 부채 규모 등이 다르다”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일본은행도 국채 직접 매입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발권력을 국회나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은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동조 현상 등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발의된 특별법 등 국고채 발행 증가 우려에 대한 영향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남미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경기 상황이 아주 나쁜 경우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매입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상황은 한은의 국고채 매입에 대한 것을 법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빚내서 경기부양하려다 자산시장 버블 키울 수도 한은은 아직까지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일단 연기금, 보험사 등 각종 기관투자자들이 우선 매입한 뒤 그래도 물량이 넘쳐 시장금리까지 올라갈 것 같은 상황이라면 그때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손실보상법은 정치인의 ‘표퓰리즘’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자영업 손실보상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국채 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곧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5일 전 거래일보다 0.013%포인트 오른 1.00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29일 1% 대를 넘긴 이후 최고치입니다. 5년물, 10년물, 20년물 등 장기물 국채 금리 모두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국고채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죠.그동안 채권 시장에선 정부의 국채 발행이 증가할 조짐을 보일 때마다 한은에 국채 매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국채 매입을 정례화하거나 그 계획을 미리 밝힐 만큼 시장 금리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진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한 질문에 “경기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자영업 손실보상법 논의가 무르익고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면 한은이 “필요한 때 알아서 하겠다”라고만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를 더 내리긴 어렵고 국채 발행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은 막아야 하고, 결국 한은의 국채 매입 규모, 이에 따른 한은의 의사소통 방식은 앞으로는 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런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한 금통위원은 작년 10월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 수단이 없어진 후 양적완화를 취하기 전 어떻게 국고채 매입을 해왔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은 내부에선 국고채 매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 등이 혹여나 시장에 유동성을 더 풀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유동성이 가뜩이나 고공 행진해 버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주식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빚을 내고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그 빚을 떠안아주는 방식으로 풀려나간 돈이 서민 경제를 살리기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옮겨가고 버블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BOK워치]"수단도 없는데"…'고용안정' 요구 불편한 한은
    "수단도 없는데"…'고용안정' 요구 불편한 한은
    원다연 기자 2020.12.19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고용안정 책무를 추가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것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관련 법안이 쏟아지면서 한은이 기존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 외에 고용안정도 명시적인 정책 목표에 추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용 문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안만 3건이 발의돼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한국은행 설립의 궁극적 목적인 국가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부합하는 최적의 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바로 지난달말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과 3주여만에 이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먼저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현실적으로 한은이 당장 고용안정까지 추진하기는 무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무엇보다 기준금리라는 한가지 수단으로, 서로 상충하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고용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자칫 중앙은행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안정을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로 평가할지를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면서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도 “고용지표와 경기 간 상관관계가 낮은 상황에서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고용상황을 판단할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으며 정부의 노동정책 등 비경기적 요인들도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점, 실업률 지표 자체가 일시휴직자나 구직단념자의 변동 등 노동시장의 상황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는 점 등으로 인해 고용지표를 통화정책 판단지표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지난 2018년 ‘고용과 거시경제의 역할: 고찰과 제언’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크게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제경제성장률을 대표적 지표로 물가와 산출이란 두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고용의 경우에는 대표적 지표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용을 고려한 통화정책을 시행하기 앞서 우리나라 고용상황을 대표하는 지수 선정과 장기균형수준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 상황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만큼 한은의 실질적인 대응 여지가 적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고위관계자는 “물가안정 목표도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하는 관리물가로 인해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고용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며 “자칫 한은이 정책목표만 늘어놓고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 [BOK워치]"코로나 때문에"…소통 대신 불통 택한 금통위
    "코로나 때문에"…소통 대신 불통 택한 금통위
    원다연 기자 2020.11.1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올해는 더이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화두에 천작하고 있는 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5차례 정례적으로 이뤄져온 금통위원 주최 간담회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올해 임명직 금통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새로 교체되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져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금통위원들의 시각에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은은 연내 금통위원 주최 간담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3, 5, 7, 9, 11월 다섯 차례 금통위원 주최 간담회를 열어왔다.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임명직 금통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개별 주제를 갖고 진행해온 간담회는 금융시장과 일반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읽고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금통위 회의 한달 뒤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에조차 ‘소신있는 정책결정’을 이유로 개별 위원의 의견은 익명으로 개진되는 상황에서 일반과 시장이 개별 위원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지난해 고승범 위원은 이를 통해 과도한 신용공급을 경계하며 금융안정을 강조했고, 임지원 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주요 선진국의 정책 흐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정책을 차별화하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올해는 당초 첫 간담회가 열렸어야 했던 3월, 한달 뒤에 금통위원 5명 가운데 4명의 임기 만료로 교체되며 새로운 금통위가 꾸려진다는 점을 감안해 간담회가 연기됐다. 이후 고 위원의 연임으로 3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되며 새로운 금통위가 출범한 후에는 코로나19 탓에 간담회가 미뤄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간담회와 같은 대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이유에 통상 임명직 금통위원 5명이 모두 한차례씩 진행했어야 할 간담회가 올들어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총재의 기자간담회나 주요 통계 발표 설명회 등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유튜브 중계를 통해 이뤄져왔던 점을 고려하면 유독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금통위원 간담회만 열리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올해는 금통위원 다수가 교체되는 이슈가 있었고 코로나19에 대응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금통위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변경할지 논의하고 변경해 시행하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들이 대외적으로 경제상황과 통화정책 시각을 공표하면 향후 통화정책 결정과정에서 스스로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간담회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어느때보다 한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 시기란 점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외에도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공식석상에서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서며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한 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은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고 코로나19 상황 진정 이후 위기시 취해졌던 정책을 되돌리는 변화 상황에 앞서 시장이 대비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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