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일제히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올해는 금리 인상도 끝물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멈췄고 미국은 9월에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 중이다. 반면 작년 완화적 통화정책을 폈던 일본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서서히 조정하며 정책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종료하는 나라든, 일본처럼 장기간 완화정책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나라든 정책 전환기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트라우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처럼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기록에 남을 만한 대대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던 시기라면 중앙은행들은 정책 전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물가는 덜 잡은 것 같은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중국 경기는 크게 휘청이고 있어 중앙은행으로선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 美, 1970년대 ‘물가 잡은 줄 알고 금리 내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1972년 3% 수준에서 1974년 13% 수준으로 높였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자 금리를 1977년까지 4% 수준으로 내렸다. 그러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오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던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연준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칭한 것도 이때였다. 샤워실에 뜨거운 물이 빨리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급하게 돌렸다가 너무 뜨겁자 다시 냉수 쪽으로 방향을 트는 등 섣부른 조치가 불러온 부작용에 대한 지탄이다. 당시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만든 것은 국제유가 급등이 아니라 통화량의 팽창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 등장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1981년 금리를 20% 넘게 올려야 했다. 그 결과 미 경제는 1982년 마이너스(-) 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연준은 이번에도 ‘뒷북 금리 인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후반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emporary)’이라고 평가해 금리 인상을 작년 3월에서야 시작했다. 저물가 시대에 대비해 2020년 도입했던 평균물가목표제(AIT)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작점을 늦추는 계기가 됐다. 기대와 달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물가 시대가 도래해 AIT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 추정치 상향을 발표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1970년대 금리를 인상하다가 인하했던 ‘스탑앤고(Stop and go)’ 함정에 이어 뒷북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쉽게 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이 1년 4개월간 금리를 5.25%포인트나 올렸음에도 고용시장 역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AFP)◇ 日, 긴축했다가 디플레 극복 실패했던 경험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4월 취임한 이후 BOJ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러한 기대가 점점 얕아지고 있다. BOJ는 작년 12월 수익률곡선제어(YCC)의 기준선이 되는 10년물 금리를 ±0.25%에서 ±0.5%로 조정했고 7월에는 10년물 금리 상한을 1%로 올렸다. 그럼에도 BOJ는 이는 긴축이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BOJ가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한 이유는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BOJ는 2000년 8월 제로금리에서 탈피해 금리를 소폭 올렸는데 닷컴버블이 터졌다. 2006년 3월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했는데 그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BOJ가 긴축에 나서려고만 하면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 붕괴되고 금융위기가 터지는 터라 다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BOJ는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 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일본은 1980년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세)을 겪은 만큼 작년과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정책 전환에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BOJ는 내년과 내후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내다보고 있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BOJ의 긴축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공동취재단)◇ 韓, 대외 불안에 취약…환율 변동에 민감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본 유출을 겪으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환율 변동성은 한은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최대 변수로 여겨진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역으로 환율만 안정된다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 수출 제조업 국가답게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환율 변동성도 큰 편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불안해지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오르는 상황에선 환율이 급등하기 좋은 환경이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1342.6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나 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80달러대의 국제유가와 맞물려 수입물가 상승세가 높아지고 이는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데일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이 내년 2분기께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3명에 불과했다. 5월까지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가 절반 가량이었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최정희 기자2023.08.2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일제히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올해는 금리 인상도 끝물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멈췄고 미국은 9월에 금리를 올리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 중이다. 반면 작년 완화적 통화정책을 폈던 일본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서서히 조정하며 정책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종료하는 나라든, 일본처럼 장기간 완화정책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나라든 정책 전환기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트라우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처럼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기록에 남을 만한 대대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던 시기라면 중앙은행들은 정책 전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물가는 덜 잡은 것 같은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중국 경기는 크게 휘청이고 있어 중앙은행으로선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 美, 1970년대 ‘물가 잡은 줄 알고 금리 내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1972년 3% 수준에서 1974년 13% 수준으로 높였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자 금리를 1977년까지 4% 수준으로 내렸다. 그러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오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던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연준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칭한 것도 이때였다. 샤워실에 뜨거운 물이 빨리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급하게 돌렸다가 너무 뜨겁자 다시 냉수 쪽으로 방향을 트는 등 섣부른 조치가 불러온 부작용에 대한 지탄이다. 당시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만든 것은 국제유가 급등이 아니라 통화량의 팽창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 등장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1981년 금리를 20% 넘게 올려야 했다. 그 결과 미 경제는 1982년 마이너스(-) 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연준은 이번에도 ‘뒷북 금리 인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후반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emporary)’이라고 평가해 금리 인상을 작년 3월에서야 시작했다. 저물가 시대에 대비해 2020년 도입했던 평균물가목표제(AIT)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작점을 늦추는 계기가 됐다. 기대와 달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물가 시대가 도래해 AIT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 추정치 상향을 발표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1970년대 금리를 인상하다가 인하했던 ‘스탑앤고(Stop and go)’ 함정에 이어 뒷북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쉽게 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이 1년 4개월간 금리를 5.25%포인트나 올렸음에도 고용시장 역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AFP)◇ 日, 긴축했다가 디플레 극복 실패했던 경험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4월 취임한 이후 BOJ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러한 기대가 점점 얕아지고 있다. BOJ는 작년 12월 수익률곡선제어(YCC)의 기준선이 되는 10년물 금리를 ±0.25%에서 ±0.5%로 조정했고 7월에는 10년물 금리 상한을 1%로 올렸다. 그럼에도 BOJ는 이는 긴축이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BOJ가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한 이유는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BOJ는 2000년 8월 제로금리에서 탈피해 금리를 소폭 올렸는데 닷컴버블이 터졌다. 2006년 3월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했는데 그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BOJ가 긴축에 나서려고만 하면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 붕괴되고 금융위기가 터지는 터라 다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BOJ는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 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일본은 1980년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세)을 겪은 만큼 작년과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정책 전환에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BOJ는 내년과 내후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내다보고 있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BOJ의 긴축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공동취재단)◇ 韓, 대외 불안에 취약…환율 변동에 민감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본 유출을 겪으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환율 변동성은 한은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최대 변수로 여겨진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역으로 환율만 안정된다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 수출 제조업 국가답게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환율 변동성도 큰 편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불안해지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오르는 상황에선 환율이 급등하기 좋은 환경이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1342.6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나 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80달러대의 국제유가와 맞물려 수입물가 상승세가 높아지고 이는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데일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이 내년 2분기께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3명에 불과했다. 5월까지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가 절반 가량이었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하는가. 금융안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70대 경제 원로이자 금융통화위원 4년차인 조윤제 위원은 6월초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 6월초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출처: 한은)1950년 한국은행법이 제정되고 1997년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되고 새로 지어진 한은 본관에는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가 크게 박혀 있다. 2011년에는 한은법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물가안정목표제를 기준으로 따져봐도 한은은 27년의 세월 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해왔는데 ‘물가안정이 무엇인가,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말하는 조 위원의 발언은 뼈 아프다. 조 위원은 “(한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세 번 했다. 대차대조표를 갖고서도 해봤는데 아직 여전히 충분한 토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조 위원은 ‘한국식’ 물가안정과 이에 맞는 대응 방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직원들을 향해 “부담드렸습니까?”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유가·정부 관리에 좌우되는 물가…한은 역할은우리나라 물가 구조를 살펴보면 국제유가 등 국제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유독 다른 나라 대비 정부 관리물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원유 등 원자재 수입국 특성상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가 안정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로 전해지며 물가 불안이 초래된다. 2008년, 2011년 국제유가 급등기 때 나타났던 현상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까지 망가지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도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통신료 등이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물가’로 분류된다. 관리물가는 전체 물가지수 내 458개 품목 중 40개 품목이고 이들의 가중치는 약 20%로 높은 편이다. 두 가지 큰 요인 속에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 ‘2%’를 맞추기 위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은이 2016년 물가목표제를 2%로 변경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국제유가 폭등이 나타나기까지 물가상승률은 1%대 이하였다. 한은은 물가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2%를 맞춘 적은 없었다. 2017년~2019년 물가가 0~1%대로 낮아도 기준금리가 인상되기도 했다. 물가목표제에 맞게 통화정책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 금통위원들은 ‘동결’이나 ‘인하’쪽으로 표를 던지기도 했다. 출처: 한국은행한은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기준 지표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통위원들이 더 고려하는 물가는 ‘근원물가’다. 이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 금통위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소비자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기저효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흐름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는 통상 수요에 의해 좌우돼 한은이 금리를 조정해 다스릴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근원물가가 소비, 내수보다 공급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금통위원도 있다. 이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에 한은이 통화정책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석유가격 떼고, 정부 관리물가 빼고, 이제는 근원물가까지 공급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 한은이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1년 반 동안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을 시도했음에도 한은이 금리를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근원물가’가 빠르게 둔화되지 않고 있으니 이런 의문은 더 커진다. ◇ 수단은 기준금리인데…금리보다 더 힘센 한전채조 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위원은 “통화정책을 하는 데 기준금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준금리를 갖고 물가안정을 하는데 있어 중앙은행으로서 유효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게 미션이고 맨데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2011년 금융안정이 한은법에 추가됐지만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돼 있는 중앙은행이다. 한은은 독립적으로 개별 금융기관을 감독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유동성 사고가 터졌을 경우에는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이제는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조 위원은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된 중앙은행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는 준재정 뿐 아니라 LH공사, 수자원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이들이 발행하는 (공공)기관채가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지 않냐”며 “통화정책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등과 공공기관채, 국고채 발행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한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는 작년 9월말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부도 사태 당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며 은행채, 한국전력채 등이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수 차례 올리면서도 단기자금을 제대로 쪼이지 못했는데 한전채 등이 한꺼번에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과도할 정도의 ‘긴축’ 상태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뒤 한은은 오히려 금리 인상기임에도 단기 유동성을 풀어서 대응해야 했다.조 위원의 발언들은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이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정립돼야 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만의 물가 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물가안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금리 결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연구 방식을 따라해서는 얻을 수 없는 값이다. 이는 어느 한 금통위원의 고민이 아니라 사실 한은과 금통위원 모두의 몫이다.
최정희 기자2023.07.2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하는가. 금융안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70대 경제 원로이자 금융통화위원 4년차인 조윤제 위원은 6월초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 6월초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전환 시대, 한국 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출처: 한은)1950년 한국은행법이 제정되고 1997년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되고 새로 지어진 한은 본관에는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가 크게 박혀 있다. 2011년에는 한은법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물가안정목표제를 기준으로 따져봐도 한은은 27년의 세월 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해왔는데 ‘물가안정이 무엇인가,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말하는 조 위원의 발언은 뼈 아프다. 조 위원은 “(한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세 번 했다. 대차대조표를 갖고서도 해봤는데 아직 여전히 충분한 토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조 위원은 ‘한국식’ 물가안정과 이에 맞는 대응 방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직원들을 향해 “부담드렸습니까?”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유가·정부 관리에 좌우되는 물가…한은 역할은우리나라 물가 구조를 살펴보면 국제유가 등 국제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유독 다른 나라 대비 정부 관리물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원유 등 원자재 수입국 특성상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가 안정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로 전해지며 물가 불안이 초래된다. 2008년, 2011년 국제유가 급등기 때 나타났던 현상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까지 망가지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도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통신료 등이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물가’로 분류된다. 관리물가는 전체 물가지수 내 458개 품목 중 40개 품목이고 이들의 가중치는 약 20%로 높은 편이다. 두 가지 큰 요인 속에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 ‘2%’를 맞추기 위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은이 2016년 물가목표제를 2%로 변경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국제유가 폭등이 나타나기까지 물가상승률은 1%대 이하였다. 한은은 물가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2%를 맞춘 적은 없었다. 2017년~2019년 물가가 0~1%대로 낮아도 기준금리가 인상되기도 했다. 물가목표제에 맞게 통화정책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 금통위원들은 ‘동결’이나 ‘인하’쪽으로 표를 던지기도 했다. 출처: 한국은행한은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기준 지표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통위원들이 더 고려하는 물가는 ‘근원물가’다. 이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 금통위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소비자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기저효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흐름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는 통상 수요에 의해 좌우돼 한은이 금리를 조정해 다스릴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근원물가가 소비, 내수보다 공급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금통위원도 있다. 이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에 한은이 통화정책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석유가격 떼고, 정부 관리물가 빼고, 이제는 근원물가까지 공급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 한은이 추구하는 물가안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1년 반 동안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을 시도했음에도 한은이 금리를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근원물가’가 빠르게 둔화되지 않고 있으니 이런 의문은 더 커진다. ◇ 수단은 기준금리인데…금리보다 더 힘센 한전채조 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위원은 “통화정책을 하는 데 기준금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준금리를 갖고 물가안정을 하는데 있어 중앙은행으로서 유효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게 미션이고 맨데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2011년 금융안정이 한은법에 추가됐지만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돼 있는 중앙은행이다. 한은은 독립적으로 개별 금융기관을 감독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유동성 사고가 터졌을 경우에는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이제는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조 위원은 “감독과 통화정책이 분리된 중앙은행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는 준재정 뿐 아니라 LH공사, 수자원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이들이 발행하는 (공공)기관채가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지 않냐”며 “통화정책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등과 공공기관채, 국고채 발행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한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는 작년 9월말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부도 사태 당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며 은행채, 한국전력채 등이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수 차례 올리면서도 단기자금을 제대로 쪼이지 못했는데 한전채 등이 한꺼번에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과도할 정도의 ‘긴축’ 상태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뒤 한은은 오히려 금리 인상기임에도 단기 유동성을 풀어서 대응해야 했다.조 위원의 발언들은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이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정립돼야 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만의 물가 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물가안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금리 결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연구 방식을 따라해서는 얻을 수 없는 값이다. 이는 어느 한 금통위원의 고민이 아니라 사실 한은과 금통위원 모두의 몫이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4월 취임 이후 1년여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직진한 시간이었다. 금리를 올릴 만큼 올린 이 총재는 이제 통화정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으로 눈을 돌리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도 한은이 주도적으로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교육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던 박승 전 총재가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재의 오지랖(?)에 때 아닌 그의 부총리 영전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다만 취임사 등 그의 과거 발언을 되짚어보면 이같은 이 총재의 행보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출처: 한은)◇ 한은, 거시 담론을 건드리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줄곧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적 저성장’ 기조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구조적 저성장’은 단기간의 경기 진폭을 낮추는 금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면 금리 바깥의 영역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총재의 답변은 명확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봤을 때 우리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물가안정, 금융안정 기본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적인 리더(intellectual leader)’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신축 본관으로 이사한 뒤, 각종 세미나를 통해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엔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국내외 노동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서 취업자 수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동 공급의 감소 우려는 크다. 이런 부분이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에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제1회 녹색금융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탄소중립 과제는 기업의 수익성·재무건정성을 악화시키는 악재인 동시에 새로운 금융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틀 뒤인 12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원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은 유사시 비은행에 대한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같은 이 총재의 광폭 행보를 두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와 크게 동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으로 고착화해가는 저성장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한은을 구분짓지 않기 때문이다. ◇ 악마는 ‘현실 정책’, 디테일에 있다관건은 총재가 바뀐 후에도 한은이 이같은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총재 개인의 퍼포먼스에 그친다면, 지난 1년여간 한은의 ‘시끄러운 변화’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한은이 정부의 정치색과 무관하게 어젠다를 계속 던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소득·자산 양극화 문제의 경우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 흐지부지 있지만, 이 역시 ‘구조적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총재도 취임사에서 “지나친 양극화는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지만, 성장-물가-금융안정간 상충 관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 과제들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추경이 세수 부족분을 보충하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경기 부양까지 고려한 대규모 편성이 이뤄진다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한은은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내세웠던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정책 엇박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었다.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인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주택 하방 위험이 높은지, 상방 위험이 높은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안정은 물론, 물가안정과도 상관관계가 높은 데도 말이다.작년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안심전환대출이 올해 특례보금자리로 통합되면서 일부에선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의 2대 주주로서 별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는 한은의 금융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대한민국의 씽크탱크를 표방하는 ‘한은호(號)’의 수장인 이 총재의 광폭 행보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그 행보가 ‘선택적’이라면 한은의 영역 확대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 정책에서도 이 총재 말대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한은이 되길 바란다.
최정희 기자2023.06.2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4월 취임 이후 1년여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직진한 시간이었다. 금리를 올릴 만큼 올린 이 총재는 이제 통화정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으로 눈을 돌리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도 한은이 주도적으로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교육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던 박승 전 총재가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재의 오지랖(?)에 때 아닌 그의 부총리 영전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다만 취임사 등 그의 과거 발언을 되짚어보면 이같은 이 총재의 행보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출처: 한은)◇ 한은, 거시 담론을 건드리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줄곧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적 저성장’ 기조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구조적 저성장’은 단기간의 경기 진폭을 낮추는 금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면 금리 바깥의 영역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총재의 답변은 명확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봤을 때 우리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물가안정, 금융안정 기본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적인 리더(intellectual leader)’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신축 본관으로 이사한 뒤, 각종 세미나를 통해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엔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국내외 노동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서 취업자 수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동 공급의 감소 우려는 크다. 이런 부분이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에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제1회 녹색금융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탄소중립 과제는 기업의 수익성·재무건정성을 악화시키는 악재인 동시에 새로운 금융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틀 뒤인 12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원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은 유사시 비은행에 대한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같은 이 총재의 광폭 행보를 두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와 크게 동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으로 고착화해가는 저성장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한은을 구분짓지 않기 때문이다. ◇ 악마는 ‘현실 정책’, 디테일에 있다관건은 총재가 바뀐 후에도 한은이 이같은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총재 개인의 퍼포먼스에 그친다면, 지난 1년여간 한은의 ‘시끄러운 변화’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한은이 정부의 정치색과 무관하게 어젠다를 계속 던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소득·자산 양극화 문제의 경우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 흐지부지 있지만, 이 역시 ‘구조적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총재도 취임사에서 “지나친 양극화는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 등 거대 담론에 대해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지만, 성장-물가-금융안정간 상충 관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 과제들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추경이 세수 부족분을 보충하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경기 부양까지 고려한 대규모 편성이 이뤄진다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한은은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내세웠던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정책 엇박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었다.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인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주택 하방 위험이 높은지, 상방 위험이 높은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안정은 물론, 물가안정과도 상관관계가 높은 데도 말이다.작년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안심전환대출이 올해 특례보금자리로 통합되면서 일부에선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의 2대 주주로서 별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는 한은의 금융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대한민국의 씽크탱크를 표방하는 ‘한은호(號)’의 수장인 이 총재의 광폭 행보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그 행보가 ‘선택적’이라면 한은의 영역 확대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 정책에서도 이 총재 말대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한은이 되길 바란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저연차 직원의 잦은 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은이 최근 본관 재입주 이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오픈하우스’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는가 하면, 직원들 간 유대감을 키우는 연수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사진=공동취재단)◇대학 축제·MT 같은 이벤트 잇따라…겸직 장려도한은은 지난 12일 본부 재입주를 기념해 오픈하우스 행사를 개최했다. 금요일 오후 한은은 ‘일터’가 아닌, ‘대학 축제’를 방불케 했다. ‘복고풍’ 콘셉트의 행사장엔 한은 임직원들이 대거 몰렸고, 이들은 큼지막하게 들리는 음악 속에서 풍성한 볼거리, 먹을거리를 마음껏 즐겼다. 직원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것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인생네컷’ 코너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한은은 이번달 2020~2022년 사이 입행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BOK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대학 MT처럼 입행 동기 직원들이 팀을 꾸려 동료의 고향으로 1박2일 동안 봉사 겸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코로나 유행 시기에 입행해 기존 대면 신입 연수를 거치지 않은 직원들에게 유대감을 키우는 등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재 지원한 5개팀 중 1개팀이 프로그램을 마쳤고, 나머지 4개팀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최근 직원들의 대외활동 장려 차원에서 겸직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내부 행동강령 개정도 있었다. 기존엔 영리 목적 외에 한해 총재 승인을 통해 겸직이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엔 직무 연관성이나 업무수행 지장 여부 등을 따져 총재 또는 준법관리인의 승인 아래 가능하게끔 바꿨다.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과도한 수익을 내지 않는 한, 경제 관련 유튜버도 될 수 있는 것이다.또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체육문화활동을 한 사진을 인증하면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에이스’ 퇴사…임금 개선은 제자리 걸음조직 내 활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은에 최근 한 직원의 이직 소식은 뼈아프다. 통화정책국 팀장이 ‘연봉 4억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 손꼽히는 ‘엘리트’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퇴사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 지난 2월엔 한국경제학술상을 수상한 조사국 팀장이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한은이 인재 이탈 문제를 겪는 이유는 임금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은의 초봉은 약 5000만원, 평균연봉은 약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결코 낮지 않지만, 다른 금융권이나 유관기관과 비교했을 때 연봉 격차를 느낀다고 임직원들은 토로한다.이창용 총재는 작년 4월 취임 당시 임직원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개개인의 동기 부여와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보람 못지않게 인사·조직 운영이나 급여 등에 있어서의 만족도도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며 “예산이나 제도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하나둘씩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밝혔다.임금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한은 임직원들의 급여성 지출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게 돼 있는 현행 ‘한은법’이다. 한은 임직원들은 한은법 때문에 급여 인상률이 낮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한은의 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 2019년 0.8%, 2020년 2.7%, 2021년 0.7%, 2022년 1.2%로 대부분 1%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이 총재는 제3자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독립성을 중심으로 보면 급여성 경비를 기재부로부터 사전 승인받는 것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면서도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다. 한은이 준공공기관으로서 급여성 지출에 대한 책임성을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한은 임직원 1002명은 지난달 총재 1주년을 맞이해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 총재 취임 후 급여수준은 적정 수준으로 회복됐는지’라는 물음에 93%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해당 설문을 바탕으로 노조는 임직원 임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재차 요구했다.
하상렬 기자2023.05.3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저연차 직원의 잦은 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은이 최근 본관 재입주 이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오픈하우스’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는가 하면, 직원들 간 유대감을 키우는 연수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사진=공동취재단)◇대학 축제·MT 같은 이벤트 잇따라…겸직 장려도한은은 지난 12일 본부 재입주를 기념해 오픈하우스 행사를 개최했다. 금요일 오후 한은은 ‘일터’가 아닌, ‘대학 축제’를 방불케 했다. ‘복고풍’ 콘셉트의 행사장엔 한은 임직원들이 대거 몰렸고, 이들은 큼지막하게 들리는 음악 속에서 풍성한 볼거리, 먹을거리를 마음껏 즐겼다. 직원들의 호응이 가장 컸던 것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인생네컷’ 코너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한은은 이번달 2020~2022년 사이 입행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BOK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대학 MT처럼 입행 동기 직원들이 팀을 꾸려 동료의 고향으로 1박2일 동안 봉사 겸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코로나 유행 시기에 입행해 기존 대면 신입 연수를 거치지 않은 직원들에게 유대감을 키우는 등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재 지원한 5개팀 중 1개팀이 프로그램을 마쳤고, 나머지 4개팀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최근 직원들의 대외활동 장려 차원에서 겸직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내부 행동강령 개정도 있었다. 기존엔 영리 목적 외에 한해 총재 승인을 통해 겸직이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엔 직무 연관성이나 업무수행 지장 여부 등을 따져 총재 또는 준법관리인의 승인 아래 가능하게끔 바꿨다.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과도한 수익을 내지 않는 한, 경제 관련 유튜버도 될 수 있는 것이다.또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체육문화활동을 한 사진을 인증하면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에이스’ 퇴사…임금 개선은 제자리 걸음조직 내 활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은에 최근 한 직원의 이직 소식은 뼈아프다. 통화정책국 팀장이 ‘연봉 4억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 손꼽히는 ‘엘리트’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퇴사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 지난 2월엔 한국경제학술상을 수상한 조사국 팀장이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한은이 인재 이탈 문제를 겪는 이유는 임금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은의 초봉은 약 5000만원, 평균연봉은 약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결코 낮지 않지만, 다른 금융권이나 유관기관과 비교했을 때 연봉 격차를 느낀다고 임직원들은 토로한다.이창용 총재는 작년 4월 취임 당시 임직원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개개인의 동기 부여와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보람 못지않게 인사·조직 운영이나 급여 등에 있어서의 만족도도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며 “예산이나 제도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하나둘씩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밝혔다.임금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한은 임직원들의 급여성 지출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게 돼 있는 현행 ‘한은법’이다. 한은 임직원들은 한은법 때문에 급여 인상률이 낮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한은의 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 2019년 0.8%, 2020년 2.7%, 2021년 0.7%, 2022년 1.2%로 대부분 1%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이 총재는 제3자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독립성을 중심으로 보면 급여성 경비를 기재부로부터 사전 승인받는 것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면서도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다. 한은이 준공공기관으로서 급여성 지출에 대한 책임성을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한은 임직원 1002명은 지난달 총재 1주년을 맞이해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 총재 취임 후 급여수준은 적정 수준으로 회복됐는지’라는 물음에 93%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해당 설문을 바탕으로 노조는 임직원 임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재차 요구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요. 그럴 때 어떻게 하겠냐.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겠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 1년 반간 이어졌던 금리 인상기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안개가 아니라면 어떨까. 차가 앞뒤로 빽빽하게 서 있어서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금리를 큰 폭으로 빠르게 올려버린 탓에 금융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앞에는 금융안정이, 뒤에는 물가안정이 딱 버티고 있어 두 마리 토끼한테 둘러싸인 상황이라면 중앙은행 혼자 힘으로 이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물가안정 목표제가 없었던 1970년대엔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조금 나빠지니 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스탑앤고(Stop and go)’의 함정이 문제였다면 지금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스턱(Stuck)’, 갇혀 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출처: 통계청◇ 금리 올렸는데 근원물가 안 떨어진다 한은은 2021년 8월, 주요국 대비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1년반간 올렸던 금리 인상 효과는 올 상반기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근원물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작년 7월 6.3%에서 올 3월 4.2%로 떨어졌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같은 기간 3.9%에서 4.0%로 변했다. 작년 11월 4.3%보다는 낮아진 것이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외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0%에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 둔화세가 느린 이유에 대해 “소비자 물가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많이 반영돼 떨어지는 반면 근원물가는 작년에 못 올렸던 전기·가스요금 인상분이 2차 파급으로 반영되는 데다 거리두기가 끝난 후 소비가 약간 회복, 서비스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다”고 밝혔다. 금리를 한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올렸으나 수요측 힘이 여전히 세다는 방증이다.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해도 수요가 죽었다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은 낮다.높은 근원물가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9%를 넘었다가 올 3월 5%로 낮아졌으나 근원물가는 작년 10월 6.6%에서 3월 5.6% 수준으로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중후반대로 반등했다. 금리 인상을 멈춘 캐나다와 호주의 근원물가는 3월 각각 4.7%, 6.9%에 달한다.우리나라보다 더 먼저 금리를 올렸던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역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근원물가는 작년 8월이나 올 2월 5%초중반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IMF는 전 세계 물가상승률을 올해 7%로 상향 조정하고 2024년에도 4.9%로 높였다. 2025년까지도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물가안정까지 인내심 갖자 vs 물가와 싸우지 마라 주요국들이 작년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 같이 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근원물가의 높은 흐름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상반되는 두 가지 해법이 등장했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이 ‘인내심’을 갖고 금리 인상이 물가를 안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은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참석해 “통화정책이 전달되기 위해선 긴 시차가 있고 대부분의 통화정책이 작년 하반기에 발생해 우리는 아직 초반에 있다”며 “금융불안은 일부분의 문제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물가가 하락할 때 한번에 쭉 하락하기보다 오르고 내림을 반복했다. 대부분 전쟁이 동반될 때 이러한 흐름을 보이는데 당시엔 중동전쟁이,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며 “지금은 물가안정 목표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세계적인 석학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겸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MF 토론에서 “지금의 인플레는 (공급 충격에 의한) 1차 효과이지, 2차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그들(인플레이션)과 열심히 싸우려고 하지 말자. (공급) 충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밝혔다.출처: 주요국 중앙은행◇ ‘갇혀버렸다’…정책 여력 바닥난 한은중앙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은 물가 상승이 공급망 불안, 유가 급등 등 공급 충격에 의한 것에서 출발했을지라도 2차 파급 효과를 차단, 물가 상승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리오프닝, 산유국들의 감산에 유가 상승 불안은 여전하고 금리 인상에도 경기 충격은 외려 예상보다 덜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절대 금리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로 경기를 갉아먹는 ‘긴축’ 수준에 와 있다. 다만 1월 3.5%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국고채 금리 등 장단기 금리 구분 없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일이 잦아졌고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 예금·대출 금리는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굳이 3.5%로 올려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3.5%로서의 영향이 실제 발휘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금리를 더 올려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비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우리나라의 가장 약한 고리는 시장금리 하락 등 유동성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금융불안을 고려해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를 내렸다가는 ‘물가목표제’가 폐기처분될 우려도 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선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지만 물가가 2%대가 되면 목표치에서 균형을 이루는 수준인데 왜 금리를 조정하겠냐”며 “최소한 물가가 2% 밑으로 떨어지고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경기가 망가진다고 하면 그때 서야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은은 사실상 정책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전진을 하려면 비은행 PF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실 위험을 제거해야 하고, 금리 인하를 하려면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자극할 지정학적 불안 등 공급 충격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한은의 몫이 아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고민이다. ‘갇힌 중앙은행’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
최정희 기자2023.04.1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요. 그럴 때 어떻게 하겠냐.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겠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 1년 반간 이어졌던 금리 인상기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안개가 아니라면 어떨까. 차가 앞뒤로 빽빽하게 서 있어서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금리를 큰 폭으로 빠르게 올려버린 탓에 금융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앞에는 금융안정이, 뒤에는 물가안정이 딱 버티고 있어 두 마리 토끼한테 둘러싸인 상황이라면 중앙은행 혼자 힘으로 이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물가안정 목표제가 없었던 1970년대엔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조금 나빠지니 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스탑앤고(Stop and go)’의 함정이 문제였다면 지금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스턱(Stuck)’, 갇혀 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출처: 통계청◇ 금리 올렸는데 근원물가 안 떨어진다 한은은 2021년 8월, 주요국 대비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1년반간 올렸던 금리 인상 효과는 올 상반기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근원물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작년 7월 6.3%에서 올 3월 4.2%로 떨어졌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같은 기간 3.9%에서 4.0%로 변했다. 작년 11월 4.3%보다는 낮아진 것이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외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0%에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 둔화세가 느린 이유에 대해 “소비자 물가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많이 반영돼 떨어지는 반면 근원물가는 작년에 못 올렸던 전기·가스요금 인상분이 2차 파급으로 반영되는 데다 거리두기가 끝난 후 소비가 약간 회복, 서비스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다”고 밝혔다. 금리를 한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올렸으나 수요측 힘이 여전히 세다는 방증이다.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해도 수요가 죽었다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은 낮다.높은 근원물가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9%를 넘었다가 올 3월 5%로 낮아졌으나 근원물가는 작년 10월 6.6%에서 3월 5.6% 수준으로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중후반대로 반등했다. 금리 인상을 멈춘 캐나다와 호주의 근원물가는 3월 각각 4.7%, 6.9%에 달한다.우리나라보다 더 먼저 금리를 올렸던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역시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근원물가는 작년 8월이나 올 2월 5%초중반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IMF는 전 세계 물가상승률을 올해 7%로 상향 조정하고 2024년에도 4.9%로 높였다. 2025년까지도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물가안정까지 인내심 갖자 vs 물가와 싸우지 마라 주요국들이 작년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 같이 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근원물가의 높은 흐름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상반되는 두 가지 해법이 등장했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이 ‘인내심’을 갖고 금리 인상이 물가를 안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은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참석해 “통화정책이 전달되기 위해선 긴 시차가 있고 대부분의 통화정책이 작년 하반기에 발생해 우리는 아직 초반에 있다”며 “금융불안은 일부분의 문제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물가가 하락할 때 한번에 쭉 하락하기보다 오르고 내림을 반복했다. 대부분 전쟁이 동반될 때 이러한 흐름을 보이는데 당시엔 중동전쟁이,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며 “지금은 물가안정 목표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세계적인 석학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겸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MF 토론에서 “지금의 인플레는 (공급 충격에 의한) 1차 효과이지, 2차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그들(인플레이션)과 열심히 싸우려고 하지 말자. (공급) 충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밝혔다.출처: 주요국 중앙은행◇ ‘갇혀버렸다’…정책 여력 바닥난 한은중앙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은 물가 상승이 공급망 불안, 유가 급등 등 공급 충격에 의한 것에서 출발했을지라도 2차 파급 효과를 차단, 물가 상승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리오프닝, 산유국들의 감산에 유가 상승 불안은 여전하고 금리 인상에도 경기 충격은 외려 예상보다 덜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절대 금리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로 경기를 갉아먹는 ‘긴축’ 수준에 와 있다. 다만 1월 3.5%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국고채 금리 등 장단기 금리 구분 없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일이 잦아졌고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 예금·대출 금리는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굳이 3.5%로 올려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3.5%로서의 영향이 실제 발휘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금리를 더 올려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비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우리나라의 가장 약한 고리는 시장금리 하락 등 유동성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금융불안을 고려해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를 내렸다가는 ‘물가목표제’가 폐기처분될 우려도 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선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지만 물가가 2%대가 되면 목표치에서 균형을 이루는 수준인데 왜 금리를 조정하겠냐”며 “최소한 물가가 2% 밑으로 떨어지고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경기가 망가진다고 하면 그때 서야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은은 사실상 정책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전진을 하려면 비은행 PF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실 위험을 제거해야 하고, 금리 인하를 하려면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자극할 지정학적 불안 등 공급 충격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한은의 몫이 아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고민이다. ‘갇힌 중앙은행’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을 정점으로 둔화되는 흐름이 뚜렷하지만 근원물가는 그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 못지 않게 ‘근원물가’가 화두다. 근원물가 흐름을 둘러싸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소비자 물가상승률(헤드라인 물가)이 기저효과로 3월 4.5%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근원물가가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금통위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물가상승 둔화가 단순히 기저효과 때문인지,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인지, 아니면 금리 인상이 수요 둔화를 넘어 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만 별도로 집계한 근원물가의 향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출처: 통계청◇ “금리 인상이 물가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불분명”통계청에 따르면 한은이 2% 물가목표제의 지표로 활용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전년동월비 6.3%를 정점으로 6개월째 5%대를 기록하더니 2월 4.8%로 하락하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한은에선 3월엔 물가상승률이 4.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작년 3월부터 물가가 4%대로 오른 터라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다. 물가상승세는 계속해서 둔화, 연말이면 3%대에 달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그런데 수요측 영향을 많이 받는 ‘근원물가’ 흐름은 불분명하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작년 8월 4.0%를 기록한 후 11월 4.3%까지 상승폭이 커졌으나 올 2월 4.0%로 하락, 전월(4.1%)보다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올 1월 5.0%까지 오르다가 2월 4.8%로 떨어졌는데 이는 작년 10~12월 4.8% 수준이다.한은이 목표로 하는 물가는 ‘소비자 물가’이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시켰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물가가 ‘근원물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이 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불확실하다. 한은은 모형분석을 통해 1년반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영향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모형분석일 뿐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수요측 상승 압력 완화를 통해 물가 오름세를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모형분석 결과만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에선 근원 상품물가와 서비스 물가 추이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상품 물가는 오름폭 축소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근원(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서비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작년 9월, 10월 4.2%를 정점으로 하락, 올 1, 2월 3.8%를 기록했다. 반면 근원 상품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4.6%로 정점을 찍고 12월 4.4%, 올 1월 4.5%, 2월 4.3%를 보이고 있다.노동시장이 타이트한 미국에선 근원 서비스 물가가 근원 상품 대비 덜 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 등 근원 서비스 물가는 둔화하지만 근원 상품의 하락세는 더디다는 평가다. 실제로 가공식품은 2월 10.4%로 2009년 4월(11.1%)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물가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최근 높았던 수입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 압력이 높아서 근원물가가 덜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비근원 물가가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비근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선 근원물가를 수요 압력과 연관지어 평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은행◇ 근원물가 뚜렷한 하락세 보일까, 말까 의견 분분근원물가는 앞으로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이나 근원물가 향방에 대해선 금통위원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일단 한은이 추정한대로 근원물가가 4%대 초반에서 점차 둔화돼 연말에는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승헌 부총재로 추정되는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근원 상품물가가 수입가격 하락 시차를 두고 둔화하는 데다 근원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더욱 약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3개월 이동평균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근원 상품 물가도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쳐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기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2월 의사록에서 “국제유가, 공공요금 상승이 여타 상품,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고 근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이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Tightness·빈일자리/실업자)에 비해 상당폭 높게 나타나는 것도 2차 파급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근원 품목의 확산지수, 조정평균 물가상승률 등 최근 통계에서도 근원물가가 올라가거나 또는 예상보다 지속성이 높을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 위원은 “지정학적 분쟁, 글로벌 수요 회복, 분절화로 인해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비근원 품목 가격이 과거와 같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근원물가 2차 파급 효과 등으로 인해 방향성이 돌아서지 않거나 지속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금융안정까지 불안해진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효과가 소기의 목적인 물가 안정까지 제대로 파급되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행어처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 안정을 향해 뻗어나갈 때까지!
최정희 기자2023.03.2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을 정점으로 둔화되는 흐름이 뚜렷하지만 근원물가는 그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 못지 않게 ‘근원물가’가 화두다. 근원물가 흐름을 둘러싸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소비자 물가상승률(헤드라인 물가)이 기저효과로 3월 4.5%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근원물가가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금통위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물가상승 둔화가 단순히 기저효과 때문인지,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인지, 아니면 금리 인상이 수요 둔화를 넘어 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만 별도로 집계한 근원물가의 향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출처: 통계청◇ “금리 인상이 물가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불분명”통계청에 따르면 한은이 2% 물가목표제의 지표로 활용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전년동월비 6.3%를 정점으로 6개월째 5%대를 기록하더니 2월 4.8%로 하락하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한은에선 3월엔 물가상승률이 4.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작년 3월부터 물가가 4%대로 오른 터라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다. 물가상승세는 계속해서 둔화, 연말이면 3%대에 달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그런데 수요측 영향을 많이 받는 ‘근원물가’ 흐름은 불분명하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작년 8월 4.0%를 기록한 후 11월 4.3%까지 상승폭이 커졌으나 올 2월 4.0%로 하락, 전월(4.1%)보다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올 1월 5.0%까지 오르다가 2월 4.8%로 떨어졌는데 이는 작년 10~12월 4.8% 수준이다.한은이 목표로 하는 물가는 ‘소비자 물가’이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시켰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물가가 ‘근원물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이 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불확실하다. 한은은 모형분석을 통해 1년반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영향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모형분석일 뿐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수요측 상승 압력 완화를 통해 물가 오름세를 얼마나 둔화시키고 있는지 모형분석 결과만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에선 근원 상품물가와 서비스 물가 추이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상품 물가는 오름폭 축소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근원(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서비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작년 9월, 10월 4.2%를 정점으로 하락, 올 1, 2월 3.8%를 기록했다. 반면 근원 상품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4.6%로 정점을 찍고 12월 4.4%, 올 1월 4.5%, 2월 4.3%를 보이고 있다.노동시장이 타이트한 미국에선 근원 서비스 물가가 근원 상품 대비 덜 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 등 근원 서비스 물가는 둔화하지만 근원 상품의 하락세는 더디다는 평가다. 실제로 가공식품은 2월 10.4%로 2009년 4월(11.1%)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물가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최근 높았던 수입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 압력이 높아서 근원물가가 덜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비근원 물가가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비근원 물가가 높은 상황에선 근원물가를 수요 압력과 연관지어 평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은행◇ 근원물가 뚜렷한 하락세 보일까, 말까 의견 분분근원물가는 앞으로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이나 근원물가 향방에 대해선 금통위원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일단 한은이 추정한대로 근원물가가 4%대 초반에서 점차 둔화돼 연말에는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승헌 부총재로 추정되는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근원 상품물가가 수입가격 하락 시차를 두고 둔화하는 데다 근원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더욱 약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3개월 이동평균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근원 상품 물가도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쳐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기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2월 의사록에서 “국제유가, 공공요금 상승이 여타 상품,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고 근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이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Tightness·빈일자리/실업자)에 비해 상당폭 높게 나타나는 것도 2차 파급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근원 품목의 확산지수, 조정평균 물가상승률 등 최근 통계에서도 근원물가가 올라가거나 또는 예상보다 지속성이 높을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 위원은 “지정학적 분쟁, 글로벌 수요 회복, 분절화로 인해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비근원 품목 가격이 과거와 같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근원물가 2차 파급 효과 등으로 인해 방향성이 돌아서지 않거나 지속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금융안정까지 불안해진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효과가 소기의 목적인 물가 안정까지 제대로 파급되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행어처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 안정을 향해 뻗어나갈 때까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시장을 거쳐 실물 경제까지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다. 돈의 값인 금리를 높여 경제 주체들이 돈을 덜 쓰게 만들어야 높은 물가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함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한다. 괜히 가격만 올렸다가 안 팔려 매출만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경기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비용 상승의 가격 전가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 한은은 이달 처음으로 공공요금의 2차 파급효과를 언급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그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타 상품·서비스 가격에 전가된다는 얘기다.기준금리를 2021년 8월부터 지난 달까지 1년 반 동안 무려 3%포인트나 올렸는데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기준금리 인상이 국고채 등 시장금리를 통해 예금·대출금리까지 뻗어나가 결국 경제주체들의 실물경제까지 얼마나 잘 파급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동성 공급은 ‘통화정책 정상화’…정부, 금리 인하 압박은 ‘문제 없어’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보다 시장금리가 더 올랐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했다. 어느 쪽이든 통화정책이 제대로 파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작년 9월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보다 금융시장이 더 긴축적으로 돌아가자 한은이 나서서 유동성을 공급한 것에 대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작년말 4%를 넘어 당시 기준금리(3.25%)보다 75bp(1bp=0.01%포인트)나 급등했다. 통상 기준금리와 CD금리간 스프레드는 20bp로 알려져 있으나 이보다 더 크게 뛴 것이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의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연말 이후 단기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고 보고 있다”며 “적격담보증권이 있는 금융회사에 원칙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를 오히려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긴축 정책과 유동성 공급이) 상충되기보다 보완적”이라고 말했다.이 총재 말대로 단기금융시장은 금새 안정을 찾았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연초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국고채 금리는 물론 91일물 CD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할 정도로 낮아졌다. 그러다 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이 커지면서 3년·10년물 국고채 금리, CD금리가 기준금리를 소폭 상회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1년 반동안 금리를 3%포인트 올렸는데 CD금리, 회사채 금리도 3%포인트 올라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작년 11월, 12월 단기금융시장이 굉장히 긴축되면서 금리가 올랐던 부분들이 조정되는 국면에 있다. 국고채 3년물, 10년물은 내년, 내후년 이후의 이자율을 반영해 기준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그렇다면 기준금리가 은행 예금·대출금리까지는 어떻게 파급되고 있을까. 레고랜드 부도 사태처럼 국내만의 이벤트가 금리를 또 다시 교란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은행의 이자놀이를 압박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왔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4%초반대이지만 카카오뱅크는 3.975%, 케이뱅크는 3.91%로 인터넷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3%대로 내려왔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 유동성 조치로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를 정상화시켰다고 자평했던 총재는 기준금리 만큼 내려 앉은 주담대 등 대출금리에 대해선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하는 것은 은행의 독점적인 체제를 수정하는 면도 있지만 11월, 12월 기준금리 올린 것 이상으로 단기 금리가 올라가면서 예금·대출금리가 갑자기 더 많이 크게 떴던 것들이 조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도 어느 정도이지, 기준금리가 3.5%인데 주담대 금리가 3%대가 된 것은 상식적으로 단순한 조정 그 이상이다. 즉, 기준금리 긴축 기조가 시장금리, 예금·대출금리를 거쳐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그 통로가 막혔다는 얘기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예대금리차 압박에 따른 통화정책 경로 교란을 애써 무시하면서 한은의 유동성 관리를 통한 단기금융시장 안정은 통화정책 경로 정상화로 인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예금은행의 수신 및 대출 가중평균금리를 작년 12월 수치가 최신치로 올 들어 더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 문제는 ‘기준금리’가 아냐…파급 경로에 주목할 때이런 현상은 왜 문제가 될까. 총재가 말한 대로 기준금리 3.5%는 충분히 긴축적이다. 총재는 “물가가 올라간 것에 비해 주요국 대비 금리를 평균 이상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준금리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예금·대출금리가 내려간다면 물가를 잡기 어려워진다.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 상승을 쉽게 가격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그 방증이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로 두 달 연속 올랐다. 이는 과잉 긴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준금리 3.5%가 되면 예금·대출금리도 어느 정도 올라가고 수요가 약해져 물가도 잡히겠구나 생각했던 금통위원들은 ‘아직도 모자라네’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려고 할 수도 있다. 최종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1월 3명에서 2월 무려 5명으로 늘어나게 된 이유다. 과잉 긴축의 고통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기준금리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에 더 주목할 때다. 1970년대 연준이 겪었던 스탑앤고(Stop and go·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 물가 못 잡아 과잉 긴축된 사례)의 함정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그런 금리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최정희 기자2023.02.2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시장을 거쳐 실물 경제까지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다. 돈의 값인 금리를 높여 경제 주체들이 돈을 덜 쓰게 만들어야 높은 물가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함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한다. 괜히 가격만 올렸다가 안 팔려 매출만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경기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비용 상승의 가격 전가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 한은은 이달 처음으로 공공요금의 2차 파급효과를 언급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그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타 상품·서비스 가격에 전가된다는 얘기다.기준금리를 2021년 8월부터 지난 달까지 1년 반 동안 무려 3%포인트나 올렸는데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기준금리 인상이 국고채 등 시장금리를 통해 예금·대출금리까지 뻗어나가 결국 경제주체들의 실물경제까지 얼마나 잘 파급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동성 공급은 ‘통화정책 정상화’…정부, 금리 인하 압박은 ‘문제 없어’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보다 시장금리가 더 올랐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했다. 어느 쪽이든 통화정책이 제대로 파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작년 9월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보다 금융시장이 더 긴축적으로 돌아가자 한은이 나서서 유동성을 공급한 것에 대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작년말 4%를 넘어 당시 기준금리(3.25%)보다 75bp(1bp=0.01%포인트)나 급등했다. 통상 기준금리와 CD금리간 스프레드는 20bp로 알려져 있으나 이보다 더 크게 뛴 것이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의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연말 이후 단기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고 보고 있다”며 “적격담보증권이 있는 금융회사에 원칙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를 오히려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긴축 정책과 유동성 공급이) 상충되기보다 보완적”이라고 말했다.이 총재 말대로 단기금융시장은 금새 안정을 찾았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연초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국고채 금리는 물론 91일물 CD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할 정도로 낮아졌다. 그러다 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이 커지면서 3년·10년물 국고채 금리, CD금리가 기준금리를 소폭 상회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1년 반동안 금리를 3%포인트 올렸는데 CD금리, 회사채 금리도 3%포인트 올라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작년 11월, 12월 단기금융시장이 굉장히 긴축되면서 금리가 올랐던 부분들이 조정되는 국면에 있다. 국고채 3년물, 10년물은 내년, 내후년 이후의 이자율을 반영해 기준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그렇다면 기준금리가 은행 예금·대출금리까지는 어떻게 파급되고 있을까. 레고랜드 부도 사태처럼 국내만의 이벤트가 금리를 또 다시 교란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은행의 이자놀이를 압박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왔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4%초반대이지만 카카오뱅크는 3.975%, 케이뱅크는 3.91%로 인터넷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3%대로 내려왔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 유동성 조치로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를 정상화시켰다고 자평했던 총재는 기준금리 만큼 내려 앉은 주담대 등 대출금리에 대해선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하는 것은 은행의 독점적인 체제를 수정하는 면도 있지만 11월, 12월 기준금리 올린 것 이상으로 단기 금리가 올라가면서 예금·대출금리가 갑자기 더 많이 크게 떴던 것들이 조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도 어느 정도이지, 기준금리가 3.5%인데 주담대 금리가 3%대가 된 것은 상식적으로 단순한 조정 그 이상이다. 즉, 기준금리 긴축 기조가 시장금리, 예금·대출금리를 거쳐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그 통로가 막혔다는 얘기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예대금리차 압박에 따른 통화정책 경로 교란을 애써 무시하면서 한은의 유동성 관리를 통한 단기금융시장 안정은 통화정책 경로 정상화로 인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예금은행의 수신 및 대출 가중평균금리를 작년 12월 수치가 최신치로 올 들어 더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 문제는 ‘기준금리’가 아냐…파급 경로에 주목할 때이런 현상은 왜 문제가 될까. 총재가 말한 대로 기준금리 3.5%는 충분히 긴축적이다. 총재는 “물가가 올라간 것에 비해 주요국 대비 금리를 평균 이상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준금리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예금·대출금리가 내려간다면 물가를 잡기 어려워진다. 공공요금 인상 등 원가 상승을 쉽게 가격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그 방증이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로 두 달 연속 올랐다. 이는 과잉 긴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준금리 3.5%가 되면 예금·대출금리도 어느 정도 올라가고 수요가 약해져 물가도 잡히겠구나 생각했던 금통위원들은 ‘아직도 모자라네’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려고 할 수도 있다. 최종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1월 3명에서 2월 무려 5명으로 늘어나게 된 이유다. 과잉 긴축의 고통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기준금리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에 더 주목할 때다. 1970년대 연준이 겪었던 스탑앤고(Stop and go·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 물가 못 잡아 과잉 긴축된 사례)의 함정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그런 금리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대회의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출처: 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기준금리를 매섭게 올리던 한국은행의 칼날이 무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칼날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됐다. 기준금리를 3.5%로 올렸지만 지표금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보다 낮아지며 9거래일째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년 만기 금리가 고작 7일 만기 콜금리보다 더 싸다는 얘기다. 한은은 금리 인상을 끌고 나갔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종료, 나아가 금리 인하 기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장은 예금금리도 내리고 대출금리도 내리라고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는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고 물가 숙제가 다 끝난 것은 아닌데 말이다. *13일 기준금리 25bp 인상 결정 출처: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국고채 금리 역전되고 대출금리도 뚝 떨어져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3.5%로 결정했다.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동결로 소수의견을 내며 금리 인상 반대 의견 2명을 뚫고서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무색하게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당일 9.7bp(1bp=0.01%포인트)나 하락하며 3.369%를 찍었고 26일엔 3.273%까지 내려왔다. 9거래일 연속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간 차이가 50bp라고 하는데 외려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간 차이가 -20bp 이상 벌어진 것이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시장금리에 반영된 결과다.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간 역전 현상을 “과잉 반응이 아니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금리 수준보다 2~3년 뒤 금리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역전이 생길 것”이라며 “금리 역전을 (경기침체 우려에 역전이 벌어지는) 미국과 동일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침체 없이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반영하거나 고령화 등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다보니 대출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도 하락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월 평균(26일까지) 4.31%로 전월(4.66%) 대비 하락하며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6월과 1년물 금리도 각각 3.95%, 3.97%로 전월(4.45%, 4.51%) 대비 하락, 두 달째 하락세다.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3,83%로 하락했다.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예금금리,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예금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코픽스 금리는 12월 4.29%로 0.05%포인트 하락, 11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에 작년 12월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5.56%로 8bp 하락했다. 9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6%대로 내려왔다. 작년 9월말 수준이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예금금리 인하에 따른 코픽스 금리 적용, 대출금리 인하 등 선순환이 생긴 것 같다”며 “이 같은 구조가 한 절반 정도 진도가 나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예금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더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단기 금리에 영향을 줘 결국엔 예금금리,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지만 금리 인상 효과는 시장의 인하 기대감,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의해 사라졌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2023년 1월 물가지표는 아직 미공개◇ 2008년 금리 인상 종료기와 달라…‘금리 인하’ 기대 통제는 안 하나한은이 1999년 콜금리 목표제를 채택한 이후 수 차례 금리 인상기를 겪었지만 금리 인상 종료기를 앞두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진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었던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의 금리 인상기가 유일하다. 2008년 8월 금리 25bp 추가 인상을 앞두고 2~5월까지 산발적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는 등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사고가 터지고 있던 터라 이 사고가 어디까지 번질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던 때였다. 실제로 한은은 8월 금리를 올렸지만 9월 세계 4대 은행이었던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다시 10월에만 금리를 100bp 인하해야 했다.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금융회사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이 붕괴된 이후 실물경기까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고물가가 빠르게 꺾이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외려 경기침체 우려는 사그라들고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물가를 5%로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즉,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수렴할 때까지 최소한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란 기대를 관리해 나갈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또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1월 향후 1년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며 석 달 만에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조사하던 기간이 9일~16일까지로 금리를 올려 기대인플레를 통제하려고 했던 13일 금통위가 포함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이 기대인플레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한은 통화정책의 역할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경제주체들의 금리 기대를 관리하는 데까지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5%로 목표치의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동결을 이어나갈 것이란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집 안에 칼이 있더라도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에야 그 칼이 무섭지 않겠나.
최정희 기자2023.01.2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대회의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출처: 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기준금리를 매섭게 올리던 한국은행의 칼날이 무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칼날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됐다. 기준금리를 3.5%로 올렸지만 지표금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보다 낮아지며 9거래일째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년 만기 금리가 고작 7일 만기 콜금리보다 더 싸다는 얘기다. 한은은 금리 인상을 끌고 나갔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종료, 나아가 금리 인하 기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장은 예금금리도 내리고 대출금리도 내리라고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는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고 물가 숙제가 다 끝난 것은 아닌데 말이다. *13일 기준금리 25bp 인상 결정 출처: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국고채 금리 역전되고 대출금리도 뚝 떨어져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3.5%로 결정했다.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동결로 소수의견을 내며 금리 인상 반대 의견 2명을 뚫고서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무색하게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당일 9.7bp(1bp=0.01%포인트)나 하락하며 3.369%를 찍었고 26일엔 3.273%까지 내려왔다. 9거래일 연속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간 차이가 50bp라고 하는데 외려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간 차이가 -20bp 이상 벌어진 것이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시장금리에 반영된 결과다.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간 역전 현상을 “과잉 반응이 아니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금리 수준보다 2~3년 뒤 금리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역전이 생길 것”이라며 “금리 역전을 (경기침체 우려에 역전이 벌어지는) 미국과 동일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침체 없이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반영하거나 고령화 등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다보니 대출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도 하락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월 평균(26일까지) 4.31%로 전월(4.66%) 대비 하락하며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6월과 1년물 금리도 각각 3.95%, 3.97%로 전월(4.45%, 4.51%) 대비 하락, 두 달째 하락세다.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3,83%로 하락했다.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예금금리,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예금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코픽스 금리는 12월 4.29%로 0.05%포인트 하락, 11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에 작년 12월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5.56%로 8bp 하락했다. 9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6%대로 내려왔다. 작년 9월말 수준이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예금금리 인하에 따른 코픽스 금리 적용, 대출금리 인하 등 선순환이 생긴 것 같다”며 “이 같은 구조가 한 절반 정도 진도가 나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예금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더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단기 금리에 영향을 줘 결국엔 예금금리,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지만 금리 인상 효과는 시장의 인하 기대감,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의해 사라졌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2023년 1월 물가지표는 아직 미공개◇ 2008년 금리 인상 종료기와 달라…‘금리 인하’ 기대 통제는 안 하나한은이 1999년 콜금리 목표제를 채택한 이후 수 차례 금리 인상기를 겪었지만 금리 인상 종료기를 앞두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진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었던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의 금리 인상기가 유일하다. 2008년 8월 금리 25bp 추가 인상을 앞두고 2~5월까지 산발적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는 등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사고가 터지고 있던 터라 이 사고가 어디까지 번질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던 때였다. 실제로 한은은 8월 금리를 올렸지만 9월 세계 4대 은행이었던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다시 10월에만 금리를 100bp 인하해야 했다.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금융회사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이 붕괴된 이후 실물경기까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고물가가 빠르게 꺾이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외려 경기침체 우려는 사그라들고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물가를 5%로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즉,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수렴할 때까지 최소한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란 기대를 관리해 나갈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또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1월 향후 1년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며 석 달 만에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조사하던 기간이 9일~16일까지로 금리를 올려 기대인플레를 통제하려고 했던 13일 금통위가 포함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이 기대인플레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한은 통화정책의 역할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경제주체들의 금리 기대를 관리하는 데까지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5%로 목표치의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동결을 이어나갈 것이란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집 안에 칼이 있더라도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 때에야 그 칼이 무섭지 않겠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달말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에서 한 번 더 올려 3.5%까지 높인 후 금리 인상을 종료하는 내용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최종금리 ‘3.5%’를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겉으로는 이러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초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표방하는 듯 하지만 그 뒤로 나온 한은의 메시지는 ‘물가 잡기’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연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게 가능한 상황일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한 번 더 올릴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긴축’ 우려 메시지이 총재가 11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한은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 후 종료할 방침이다.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최종금리 3.5%를, 2명이 3.75%도 열어 둘 가능성을, 1명만이 3.25%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빌려 이창용 총재식(式)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뒤 이 총재 및 한은이 던진 메시지는 ‘한 번 더 금리 인상’이 가능할지, 그럴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게 한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달 30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값이 지나치게 갑자기 조정되는 것을 신경써야 한다”며 “금통위는 향후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정하고 주택 가격 연착륙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선 최종금리가 3.5% 이상으로 열린 듯 했으나 이날 인터뷰에선 최종금리가 3.5% 이하로 열린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은은 이달 8일 발표한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을 향해 안정세를 찾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이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5%대 물가상승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었다.단기금융시장 악화에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연말 자금 수급 악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면서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대책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더 공급하겠다고 밝혔다.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융시장의 긴축 강도가 커졌다고도 평가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그간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으로 인해 통화 긴축 효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25%는 중립금리(2~3%)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이 갖는 긴축효과가 과거 저금리 당시와 비교해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12월 연준이 0.5%포인트 금리 인상한다는 전제로 그래프 작성 (출처: 한국은행)◇ 한은 긴축 ‘혼선’…美는 금리 더 올린다고 하고 vs 韓 체력 되나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5% 이상의 최종금리를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11월 금통위 이후 한은에선 물가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 부동산 가격 급락,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한은의 긴축 정책에도 혼선이 생기고 있다.3.5% 이상의 금리 인상 근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에 근거한다. 연준은 12월 13,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 상단을 5% 또는 5.25%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2월 미국 금리는 4.75~5.00%로 예측된다. 12월과 내년 2월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0.25%포인트 한 번 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 최종금리가 3.25%라면 한미 금리차는 1.75~2%로 역사상 최대폭으로 벌어진다. 반면 국내 금융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을 버틸 체력이 되는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국 기준으로 올해 13.2% 하락한 데 이어 내년 8.5% 추가 하락하고, 수도권 역시 올해 18.4%, 내년 13.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시장과 PF-ABCP(자산담보부 유동화 증권) 등 단기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둔촌주공’은 내달 13~17일 정당계약을 치를 예정이다. 정당계약 흥행 여부에 따라 다음 달 19일 만기 도래되는 PF-ABCP 차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당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금리 상방과 하방 압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과는 상반되게 포워드 가이던스는 ‘3.5%’로 명확한 상황이라 어느 쪽으로든 금통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에도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 7, 8월 ‘당분간 베이비스텝’이란 포워드 가이던스가 ‘조건부’였다고 밝혔듯이 3.5% 역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였고 ‘조건’이 또 달라졌다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나라에서 조건이 수시로 달라지는 게 일이겠는가. 한은 신뢰만 좀 떨어질 뿐이다.
최정희 기자2022.12.1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달말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에서 한 번 더 올려 3.5%까지 높인 후 금리 인상을 종료하는 내용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최종금리 ‘3.5%’를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겉으로는 이러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초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표방하는 듯 하지만 그 뒤로 나온 한은의 메시지는 ‘물가 잡기’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연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게 가능한 상황일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한 번 더 올릴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긴축’ 우려 메시지이 총재가 11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한은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 후 종료할 방침이다.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최종금리 3.5%를, 2명이 3.75%도 열어 둘 가능성을, 1명만이 3.25%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빌려 이창용 총재식(式)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뒤 이 총재 및 한은이 던진 메시지는 ‘한 번 더 금리 인상’이 가능할지, 그럴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게 한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달 30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값이 지나치게 갑자기 조정되는 것을 신경써야 한다”며 “금통위는 향후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정하고 주택 가격 연착륙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선 최종금리가 3.5% 이상으로 열린 듯 했으나 이날 인터뷰에선 최종금리가 3.5% 이하로 열린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은은 이달 8일 발표한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을 향해 안정세를 찾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이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5%대 물가상승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었다.단기금융시장 악화에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연말 자금 수급 악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면서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대책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더 공급하겠다고 밝혔다.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융시장의 긴축 강도가 커졌다고도 평가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그간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으로 인해 통화 긴축 효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25%는 중립금리(2~3%)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이 갖는 긴축효과가 과거 저금리 당시와 비교해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12월 연준이 0.5%포인트 금리 인상한다는 전제로 그래프 작성 (출처: 한국은행)◇ 한은 긴축 ‘혼선’…美는 금리 더 올린다고 하고 vs 韓 체력 되나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5% 이상의 최종금리를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11월 금통위 이후 한은에선 물가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 부동산 가격 급락,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한은의 긴축 정책에도 혼선이 생기고 있다.3.5% 이상의 금리 인상 근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에 근거한다. 연준은 12월 13,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 상단을 5% 또는 5.25%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2월 미국 금리는 4.75~5.00%로 예측된다. 12월과 내년 2월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0.25%포인트 한 번 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 최종금리가 3.25%라면 한미 금리차는 1.75~2%로 역사상 최대폭으로 벌어진다. 반면 국내 금융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을 버틸 체력이 되는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국 기준으로 올해 13.2% 하락한 데 이어 내년 8.5% 추가 하락하고, 수도권 역시 올해 18.4%, 내년 13.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시장과 PF-ABCP(자산담보부 유동화 증권) 등 단기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둔촌주공’은 내달 13~17일 정당계약을 치를 예정이다. 정당계약 흥행 여부에 따라 다음 달 19일 만기 도래되는 PF-ABCP 차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당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금리 상방과 하방 압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과는 상반되게 포워드 가이던스는 ‘3.5%’로 명확한 상황이라 어느 쪽으로든 금통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에도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 7, 8월 ‘당분간 베이비스텝’이란 포워드 가이던스가 ‘조건부’였다고 밝혔듯이 3.5% 역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였고 ‘조건’이 또 달라졌다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나라에서 조건이 수시로 달라지는 게 일이겠는가. 한은 신뢰만 좀 떨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