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휘둘린 정책의 역주행, 그에 따른 국민혈세의 비효율적 배분, 채권 금융기관들의 부실한 관리….
기업 구조조정이 미로속을 헤매고 있다. 기득권 철폐, 손실분담 등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사라지고 지원, 연명, 보호라는 정치적 구호만 횡행한채 구조조정의 정치화(政治化)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건설 등 주력업종은 물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기업 생태계는 부실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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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속에서도 노조의 천막농성이 한창이다. 지난해말부터 회사의 회생대책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성동조선해양 노조원 10여명은 요즘 그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명간 공개될 외부컨설팅 결과를 앞두고 정부와 수출입은행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다시 회생이 유력해졌다. 이달중 나올 다른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에선 두 회사의 회생을 위한 ‘맞춤형’컨설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회사의 연명을 전제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청산의 위기에서 회생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계기는 지난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를 방문, “조선 경기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선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겐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된다”는 뼈 있는 농담도 했다. 금융권 지원을 통한 기업 회생이라는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이날 조선업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명확해졌다. 한 은행 임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인력감축도 사업부 매각도 모두 물건너갔다”며 “대우조선 뿐 아니라 STX조선, 성동조선 등 중견 조선사들이 연명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