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꼬박 모아 내집 마련하는데…뉴욕 10년·서울 29년·베이징 40년

선전·베이징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 40 넘어
中부동산 단속 강화하지만 가격 상승 여전
양질 일자리·우수한 교육 시스템…대도시 선호도↑
경제 불안 요인 우려에…中부동산세 도입 등 검토
  • 등록 2021-05-18 오전 12:00:00

    수정 2021-05-18 오전 12:00:00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의 대표 건물 소호.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에서 집 한채만 가지고 있어도 엄청난 부자입니다. 그런데 보유세가 없다보니 부자들은 한채만 갖고 있지 않죠. 일자리를 찾아 도심으로 온 젊은 이들은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제도)를 받기도 어려운데 내 집 장만은 꿈도 못꿉니다.”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위(于)모씨는 랴오닝성 출신으로 두 칸짜리 집에서 4명의 하우스메이트와 살고 있다. 모두 생면부지였지만 방값을 아끼기 위해 한집에 살게 됐다. 위 씨와 같은 동거는 중국 대도시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이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감안한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은 집값이 높다는 서울이 28.86이지만 선전(46.3)과 베이징(41.7)은 40이 넘는다. 평범한 직장인이 40년동안 한 푼도 안쓰고 돈을 모아야 선전이나 베이징에서 집 한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10.1), 도쿄(15.4) 등 해외 주요 도시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부동산 개발투자 21.6% 급증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투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세가 오히려 빨라지는 모양새다.

중국국가통계국은 4월 주요 도시 신축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6% 올라 8개월 만에 상승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일반(중고)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8%로 오른 가운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도시 상승폭은 각각 1.2%, 0.9%, 1.2%로 평균을 웃돌았다.

이날 중국 당국이 발표한 또다른 통계에 따르면 1~4월 고정자산 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9% 늘어난 가운데, 그중 아파트 건설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투자가 21.6% 대폭 증가했다.

중국의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은 지난 10여년간 다른 지역보다 두배 이상 빠르게 올라 이미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해외 주요도시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평방미터(㎡)당 주택가격은 선전이 5만4400위안(약 958만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상하이(5만1000위안), 베이징(4만4000위안), 광저우(2만4000위안) 순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 추이. 사진=국가통계국


양질 일자리·우수한 교육 시스템…대도시 선호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해 나누는 후커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탓에 많은 주민이 실제 자기가 거주하며 일하는 대도시에서 주택을 살 자격을 취득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이처럼 대도시 주택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텐센트, 화웨이 등 대표 IT 기업 본사가 위치해 있는 홍콩 옆 광둥성 선전시에는 호커우가 없는 인구가 전체 상주인구(2019년 기준)의 63%를 차지한다.

대도시는 호커우가 없는 경우 주택구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인재 영입을 목적으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주택 구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베이징의 경우 취업거주증을 취득하면 주택구입이 2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고액연봉을 받는 우수한 인재가 대도시로 몰리고 주택가격은 덩달아 상승하는 구조다.

경제발전에 힘입어 중국 대도시에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1인당 가처분소득(도시내 농촌지역 제외, 2019년 기준)은 7만4000위안으로 전국 도시평균(4만2000위안)의 두배에 가깝다. 선전도 6만3000위안이나 된다.

교육 시스템, 의료 혜택 등 공공 인프라도 대도시에 쏠려있다. 특히 명문 대학이 주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후커우가 있는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렇다보니 어떻게든 대도시 후커우를 취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주택 보유세 등 제도가 미비해 세금 부담도 없다.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 대형주택 등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세대상이 제한되고 세율도 낮은 수준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도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구입해주거나 최초납입금을 대납하는 등 주택구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한자녀 정책으로 결혼시 부모가 직접 주택을 마련해주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당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손꼽히는 광둥성 선전. 사진=신정은 기자
中정부 회색코뿔소 우려…부동산세 도입 등 검토

중국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대도시 주택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베이징 등 대도시의 경우 상주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데에도 주택건설을 위한 용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방정부 부채 문제와 함께 중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 등 금융당국은 부동산관련 대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주요 대도시 지방정부는 주택구입요건 강화, 주택구입수량 제한 등 지역맞춤형 부동산규제를 연이어 도입하고 있다.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도 주택투기 방지, 공공서비스 지역간 격차 완화 등 민생복지 개선을 강조했다. 중국의 14차5개년 계획(2021~2025년)에는 지역발전 및 신형 도시화 전략을 통해 도시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다주택자의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소득세, 재산세 등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부동산세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내 전문가들은 성장잠재력 및 소득증가 속도, 빠른 도시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과거 일본의 부동산버블처럼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대도시 주택구매자의 소득이 지역 평균 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므로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성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중국정부 및 학계에서 부동산세 강화를 실질적인 해결책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으나, 주택가격 대비 소득이 높지 않은 현실적 제약 등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부동산세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시진핑 주석이 중앙정치국회의에서 학군우수지역 투기 방지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입시 및 학군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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