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허구연 KBO 총재 "위기의 한국야구, 살아남으려면 달라져야"

  • 등록 2022-05-13 오전 12:00:00

    수정 2022-05-13 오전 2:36:17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이데일리와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와 단독인터뷰를 갖는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야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위기감을 느끼고 달라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이대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스스로를 ‘9회말 1사 만루에 올라온 구원투수’라고 표현했다, 한국 야구의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느껴졌다.

허구연 총재는 중도 사퇴한 전임 정지택 총재의 후임으로 지난 3월 29일 KBO 총재라는 중책을 맡았다. 부임하자마자 허구연 총재는 ‘일하는 총재’로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허구연 총재는 한국 야구의 숙원인 인프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야구장을 돌면서 정계, 재계인사들과 끊임없이 만남을 가졌다. 아울러 자신이 가장 먼저 강조한 ‘팬 퍼스트(Fan First)’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더불어 음주운전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강정호의 계약을 총재 직권으로 승인거부하는 등 일탈로 얼룩진 야구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허구연 총재로부터 한국 야구의 위기와 변화, 미래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3월 29일 KBO 총재에 부임한 뒤 40여일이 지났다. 소감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해설 준비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총재직을 맡았다. 차분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취임한 게 아니라 정신이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사건 사고도 있었다. 야구가 어려움을 겪다보니 내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KBO 총재 자리는 더 거시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데 스트라이크존 등 세세한 문제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해설위원 시절에는 KBO와 총재에 대해 쓴소리도 많이 했다. 밖에서 봤던 KBO 총재직과 막상 직접 맡게 된 총재직은 어떻게 다른가.

△지금은 야구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 야구는 시대 변화에 잘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큰 책임은 KBO에 있다고 본다. 지금 KBO는 프로야구 초창기에 비해 권한이 많이 축소되고 위축된 상태다. KBO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고 해도 힘이 없다. 프로야구가 발전해 나아가야 하는데 축소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 한국 야구는 지금 갈 길이 멀다. 인프라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야구 인기도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국제경쟁력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KBO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시즌 초부터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논란이 뜨겁다.

△스트라이크존 문제는 시즌 내내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이미 시행된 만큼 올해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판위원장과 스트라이크존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도록 지시한 상태다. 사실 스트라이크존은 민감한 문제다. 어떤 제도를 만들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빠르면 내년부터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로봇심판을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IT 강국인 만큼 미국이 시작하면 바로 로봇심판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스트라이크존 논란이 계속된다면 한국 야구가 더 힘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로봇 심판의 기술적인 오류가 지적되기도 했다. 지금 도입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나.

△처음에는 미국에서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특히 공이 들어오고 스트라이크 볼을 판정해 심판에게 알려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또한 예전에는 가끔 원바운드로 들어온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다. 미국도 그런 부분을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뒤 도입할 것이다. 우리 역시 참고할 것은 참고하고 쫓아갈 것은 빨리 쫓아가야 한다.

-야구 인프라 문제와 관련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 어떤 얘기를 나눴나.

△서울시장과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포함된 야구장 문제를 논의했다. 서울시의 원래 계획은 현재 축구 보조경기장 옆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야구장을 지으면 팬들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15분이나 걸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을 지금 잠실야구장과 가까운 위치에 지어야 한다는 야구계 뜻을 전달했다. 또 야구장을 공사하는 동안 잠실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그곳에서 야구를 하고 야구장이 완공되면 다시 축구장으로 복원하자는 서울 연고 구단의 바람도 전했고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만나 사직구장 재건축에 대해 논의했다.

△부산시는 새 야구장을 개방형으로 지으려고 한다. 그런데 부산시의회에선 돔구장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부산에 돔구장이 생기면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재정적 부담을 감수할 게 아니라면 빠른 시일 내 개방형 구장을 짓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그런 의견을 전달했고 박 시장도 잘 이해해줬다.

―SSG랜더스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인천 지역 언론사와 몇 차례 인터뷰를 했고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정치인이나 지자체장들은 선거에 나올 때마다 ‘고용을 증대하겠다’,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한다. 현재 돔구장은 서울과 부산도 돈이 없어 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복합문화공간과 함께 돔구장을 짓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이걸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잘못됐다고 강하게 얘기했다. 정치인이나 기업이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잘 모른다는 점이 안타깝다. 야구장은 야구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야구를 하지 않을 때도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장소가 될 수 있다.

―KBO 총재에 취임하면서 선수들의 반성을 강조했다. 수년간 반복되는 선수들의 일탈 문제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 야구계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야구를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은 미국, 일본에 뒤지고 있다.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심각함을 깨달아야 한다. 선수들의 일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 그렇다고 당장 인위적으로 해결하기도 힘들다. 다 큰 선수들에게 교육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프로와 아마가 함께 손을 잡고 어린 선수 때부터 책임과 의무에 대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팬들이 야구장에 야구만 보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선수들이 느껴야한다. 팬의 가치를 알고 바꾸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도 코로나19 방역조치가 대부분 풀리면서 야구장을 떠났던 팬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현장에서 희망적인 부분을 발견했는가.

△조금은 회복된 것 같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평균 관중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0% 가량 줄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매출이 30% 줄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 야구계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KBO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야구팬들이 돌아올지, 다시 등을 돌릴지 결정된다. 일단 2019년 수준만이라도 팬들의 관심이 회복되면 성공이라고 보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이상 팬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행히 선수들도 팬퍼스트 정신을 이해하고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낀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1951년 진주 출생 △경남중·고 졸업△고려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한일은행 야구단(~1976)△청보핀토스 감독(1985~86)△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팀 코치(1990~91)△KBO 야구발전위원장(2009~2017)△MBC 야구해설위원(199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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