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老배우의 '열등감'이 세계에 준 울림

"연기철학, 열등감에서 비롯"…윤여정 수상 어록 화제
생계와 편견의 경계 속 '자기다움' 잃지 않아
치부마저 '나다움'으로…담대함, 진정성 배워야
  • 등록 2021-04-28 오전 6:00:00

    수정 2021-04-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내 연기력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기자회견에서 ‘연기철학’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 전세계 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라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였지만 노배우는 인생의 원동력이 된 치부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윤여정은 당시 질문에 “사실 난 연기전공자도 연극배우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처럼 연기를 시작했다”며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외웠고 피해는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연기는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며 “난 정말 먹고 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세련된 문장은 아니었지만 우여곡절 많은 가운데서도 치열했던 삶 속에 지켜왔던 연기철학, 한길만 고집해온 지난 세월 흘린 땀의 가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신이 인터뷰를 통해 늘 밝혀왔듯 이혼 여성, 들어버린 나이, 특출나지 않은 외모, 허스키 톤의 목소리 등 당시 ‘여성다움의 틀’에 맞지 않던 윤여정은 ‘여배우’라는 위치를 유지할 최악의 조건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윤여정은 그런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며 자기다움을 지켜왔다. 치부가 될 수 있는 과거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민폐가 되지 않는 한’ 최대한의 소신을 지켰다.

특히 “대본이 나에겐 성경 같았다”는 말은 일흔 셋 노배우가 살아온 연기인생의 절절함을 느끼게 했다. 아카데미 수상은 여배우로서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윤여정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피는 시기가 다를 뿐, 피지 않는 꽃은 없다고 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은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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