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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대란 오나]"주총 전 보고서 완성 못할라, 의결권은 어쩌나" 발동동

개미 대거 유입 회전율 빨라지며
단타 매매에 주주 확보 난항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계속되는데
상법에 발목 잡혀 비대면 주총 불가
  • 등록 2021-03-08 오전 12:02:00

    수정 2021-03-08 오전 7:06:3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주주총회 후 사업보고서 정정이나 코로나로 인한 보고서 지연제출 같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그래서 주총이 다가올 수록 회계나 IR 담당자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야흐로 주총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부터 정기 주총 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주주에게 제공해야 하는 등 제도가 바뀐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결산과 감사업무가 더 어려워진 만큼 상장사들은 주총 준비에 헉헉대고 있다.

주총 정족수 확보도 비상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지만, 배당락 이후 팔아버리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일이 빈번해지며 지난해 배당락(12월29일)까지는 주주였으나 주총일에는 주주가 아닌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정 좌석제도로 운영됐다. (사진=뉴시스)
상장사 2곳 중 1곳 2·3월 주총

7일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을 기준으로 12월 결산 주권상장법인 중 2~3월 주주총회 일정을 계획한 곳은 코스피 391개사, 코스닥 742개사다. 12월 결산을 마친 코스피 상장사가 759개사, 코스닥 상장사가 1455개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사 2곳 중 1곳이 주총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대부분 3월 넷째주에 몰려 있다. 올해 슈퍼주총데이는 3월26일로 이날 250개 이상의 상장사가 일제히 주총을 열 예정이다.

올해 상장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상법 개정으로 인해 주총 소집통지를 보낼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3월 넷째주에 열 예정이라면 적어도 둘째주에는 결산업무를 마무리하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주주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3월 말까지만 내면 됐지만 제도가 바뀌면서 사실상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이 앞당겨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보고서 제출기한이 기존보다 단축된 것이니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주총 전 일정에 맞춰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준비가 가능하다고 해도 올해 처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결산과 감사업무에 어려움을 겪은 상장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경우 감사업무를 위한 실사가 쉽지 않아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주총 2주 전까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마무리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등의 작성이 늦어지는 회사에 대해서는 미리 신청할 경우 심사를 통해 예외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상 행정제재 대상이 되며 거래소 관리종목지정 사유에도 해당된다.

제재면제를 신청한 회사의 경우 이 사실을 주총 소집통지때 주주에게 안내하고 우선 재무제표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으로 주총을 진행하되 추후 준비가 됐을때 주총 연기회나 속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의결권 확보도 과제다. 지난해 주식투자를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늘면서 주주수 자체가 늘어난 상장사도 많고, 주주명부 확정일과 현재의 주주가 다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상장사협회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그때는 주주였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얘기에 기업들이 현장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점점 높아지는 주식 회전율로 보유기간도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타가 많아져 주주권리 행사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상장주식 수 대비 회전율은 코스피 401.62%, 코스닥 976.32%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3월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며 회전율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11월 외국인 매수세가 거세지며 회전율 상승은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코스피 회전율은 28.28%에 불과했지만 11월 43.70%, 12월 43.66%, 1월 46.04%, 2월 52.85%로 상승했다. 코스닥은 11월 98.48%, 12월 100.79%, 1월 95.60%, 2월 118.34%나 된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118.34%라는 것은 상장 주식 1주당 1회 이상의 손바뀜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단타 매매가 극심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말까지는 주주였던 이들이 주총을 앞두고 주주가 아닌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많은 코스닥 기업들의 어려움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적고 소액주주가 많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하고 있어 주총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결권 모으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상법 비대면 주총 제동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총장이 자칫 재확산 발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무리 체온 측정을 하고 손 소독에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대면 주총을 원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상법 364조는 주총 장소를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으로 정하고 있다. 비대면 주총이 원칙적으로 불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005380)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LG디스플레이(034220)는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파주 러닝센터에서, 현대위아(011210)는 경남 창원 현대위아 본사 대강당에서, DGB금융지주(139130)는 대구 북구 대구은행제2본점에서 주총을 계획하고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코로나 때문에 대면 주총을 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며 회사 회의도 비대면으로 하는 시대가 열렸는데, 주총은 반드시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건 상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비대면 주총이 가능하도록 법안 손질에 나섰지만, 본회의 문턱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비대면 방식의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주주가 주총 장소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정관에서 다르게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 일부가 주총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전자적 방식으로 결의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의결권 대리 행사를 위한 방법으로 현행 서면 외에도 전자 문서 제출도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 회사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전자주총을 개최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이탈리아 등 주요국은 코로나19로 주총 개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자 주총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며 비대면 주총 관련 요구가 많아 국회 법사위에 빠른 처리를 요청한 상태”라며 “상반기 중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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