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시간을 쌓듯 푸름을 콜라주…표주영 '푸른노트'

2121년 작
"한지 전면이나 후면에 서서히 스며들게 해
느리지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 만들어"
자신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는 푸른빛 속성
  • 등록 2021-11-29 오전 5:00:00

    수정 2021-11-29 오전 5:30:42

표주영 ‘푸른노트’(사진=갤러리도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단순히 색을 얹은 캔버스가 아니다. 물감을 스미게 하는, 빨아들여 한몸을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선 거친 붓선을 다 받아들이면서 서로 먹히고 엉켜내는 조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옆과 옆이 아닌 층과 층의 조화를 말하는 거다.

작가 표주영이 해온 ‘바닥을 훤히 드러낸’ 작업이 말이다. 작가는 색을 입힌 한지를 붙여 화면을 완성한다. 이른바 ‘내적인 성숙의 과정’이라 부르는 건데, 시간을 쌓듯 한지를 콜라주하면서 그림이 아닌 자신을 완성해가는 거다. 그 과정을 절실히 드러낸 작품이 ‘푸른노트’(2021)다. “한지의 전면이나 후면에 서서히 스며들어 느리지만 과거로서의 기록만이 아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는 푸른빛의 속성이 딱 그랬다는 거다. 그저 밖으로 보이는 현상만도 아니다. 내적인 성숙의 과정’은 만만치 않은 속작업과도 연결된다. 나무를 채취하고, 쪄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씻어내 표백하고, 두드리고 말리고, 유연하게 고른 뒤 물 위에 흔들어 대는 등, 열 단계가 넘는 공정으로 한지를 다듬고 자신을 다듬어냈다니까. 마치 의식을 치르듯 말이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기획전 ‘푸른노트’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채색 콜라주. 53×65㎝.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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