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거대 블랙홀 첫 포착.."천체물리학 난제 해결 가까이"

천문연 포함 국제 공동 연구진 300여명 참여
2019년 블랙홀 보다 2000배 가까워..상대성이론 영향
질량, 형성 과정에 차이..나이는 유사해 연구가치 커
강력한 물질 분출 없어..블랙홀 제트 기원 이해 기대
  • 등록 2022-05-13 오전 12:16:03

    수정 2022-05-13 오전 12:16:03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머지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관측하거나 블랙홀 제트 기원 이해와 같은 천체물리학 난제 해결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성과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을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구에서 약 2만 7000 광년 떨어져 있는 궁수자리(Sgr A*) A 블랙홀을 포착해 12일 밤 미국, 대만 등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M87 블랙홀에 이어 EHT 연구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다. 연구팀은 2019년 당시 포착한 M87 블랙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영상을 얻었다. 영상속 블랙홀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발표 직후 이뤄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 보다 약 2000배 가까운 블랙홀을 포착했다”며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을 연결하고, 국내외 연구진이 국제 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사진=EHT)


◆전 세계 300여명 연구팀 참여

이번에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한 EHT 연구팀은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다. 80개 기관 300여명의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 7000 광년 떨어져 있고,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 배 크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하면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하지만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규모 블랙홀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블랙홀에 대한 다량의 영상을 재현해 이를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5년간 진행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끝에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두 블랙홀 모두 일반상대성이론 영향

연구팀이 발견한 두 블랙홀은 모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질량에서는 차이가 있어 중력 작용 시험 등을 비교 검증할 수 있다. 세라 마르코프 EHT 과학이사회 공동 위원장은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중앙과학원 천체물리연구원의 케이치 아사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 중 큰 편인 M87 블랙홀과 작은 편인 궁수자리 A 블랙홀 영상을 분석하면 중력이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자세하게 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우주천파관측망 등 통해 한국 연구자 존재감도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연구진들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는 EHT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해 블랙홀의 부착원반면이 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등 국내 연구자와 해외 거주 한국인 연구자들도 EHT 주요 망원경인 칠레의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 운영에 참여해 관측, 자료처리, 영상화 작업을 했다.

EHT 연구팀은 후속연구로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부착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혀내고,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을 만드는게 목표다.

김재영 경북대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 중력파, 우주 팽창, 암흑에너지 등과 관련성이 크다”며 “EHT 연구팀에서 포착한 두 블랙홀은 질량, 형성과정에서 차이가 있어 다르면서도 나이는 비슷해 공통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제트와 같은 강력한 물질 분출 현상이 없는 블랙홀”이라며 “앞으로 두 블랙홀의 영상을 함께 연구하면서 현대 천체물리학의 난제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의 물리적인 기원을 이해하는 등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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